이주영의 무용읽기_달천무(達川舞)

역류된 세상을 보듬어 외친 舞天
김진미의 씻김과 기원의 춤, 신작 ‘달천무(達川舞)’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08.01 15:35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맑고 푸르름을 청하다. 공연 ‘淸・靑・請’의 의미다. 한국무동인회(韓國舞同人會・대표 박시종) 주최로 2022년 6월 25일(토),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무대에서는 한영숙-박재희로 이어지는 ‘태평무’, ‘合(합)’, ‘花鳥(화조)’, ‘月下(월하)’, ‘진주교방굿거리춤’, 특별출연 무대로 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진미의 ‘달천무(達川舞)’, 살풀이인 ‘춤아리랑’이 선보였다. 이 중 신작 ‘달천무(達川舞)’를 중심으로 평하고자 한다.

김진미 안무의 솔로춤으로 선보인 이 작품은 역류된 세상을 향한 외침이자 역류된 세상을 보듬는 하나의 ‘무천(舞天)’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모티브는 속리산에서 발원하여 남한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인 충청북도 충주의 ‘달천(達川)’이다. ‘달천강(達川江)’, ‘달강(達江)’, ‘감천(甘川)’ 등으로 불린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가 달천의 물을 마시고, 중국 여산의 약수보다 달다고 한데서 유래한다. 여기에는 누이에 사랑을 느껴 자신을 저주해 죽은 ‘달래강설화’가 슬프게 강을 따라 흐른다.

김진미 안무, ‘달천무(達川舞)’

달천(達川)은 북류한다. 여기에 작품의 포인트가 있다. 북으로만 말없이 향하는 달천을 마주하며, 북류하는 달천강을 바라보기만 해야되는 서글픈 현실이 오버랩된다. 비단 강만이 아니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다. 세상이란 파고를 넘어서야 하는 그 자체도 역류이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갈짓자(之) 인생과도 같다. 거꾸로 흐르는 세상에 대해 바다와 대지같은 여자의 마음으로 작품은 ‘무천(舞天)’의 향을 피운다. 오늘 공연명인 ‘淸・靑・請’의 의미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위, 아래 푸른 의상을 입고 이날 춤춘 김진미는 씻김과 기원의 몸짓으로 달천강을 따라 흘렀다. 달디단 강물이 쓰디쓴 오늘에 고(告)하는 2장 ‘고고(孤苦)’의 물결이 거세다. ‘흐름과 막힘’이란 명제를 웅숭깊게 길어올린 중원의 춤꾼 김진미의 노련함과 춤적 질감 구현은 조용한 외침이지만 동시대를 웅변하는 외침이기도 했다. 무대 오른쪽에 앉으면서 기원의 손을 모으며 작품은 마무리 된다. 응축하되 풀어내는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의 모습이 인상깊다. 관조(觀照)와 이입(移入)의 양가성을 담아낸 이 작품은 넘어야 될 파고(波高)가 많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눈물을 닦아낸다. 그 눈물을 닦아내고자 말없이 북으로 향하는 달천(達川)에 몸을 던져 스스로 강이 된 그 날이 오늘이다. 김진미의 춤 독백이 물 위로 윤슬지고, 여울진 시간이다.

무천(舞天)의 행렬, ‘달천무(達川舞)’는 춤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보여줬다. 레퍼토리 측면에서는 독무에서 중작, 대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춤적 구조가 탄탄하다. 지역성도 뚜렷해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에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씻김과 기원의 춤이 지닌 회복과 염원의 나래가 삶속에 유유히 흐르는 강점을 지닌다. 확장된 무대를 볼 날을 고대해본다. ‘달천(達川)’은 지금도 말없이 흐른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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