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제28회 크리틱스초이스댄스페스티벌(이하 크리틱스초이스) 제작발표회가 2025년 6월 25일, 대학로예술극장 중연습실에서 열렸다. 신작 시연, 안무가들의 작품 소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7월 12일부터 8월 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최되는 올해 크리틱스초이스는 총 8편이 댄스페스티벌을 수놓는다. 현대무용 4편, 한국무용 3편, 발레 1편이 참여한다.
박수윤 안무 '길티()플 (Guilty()ful)'
1998년부터 시작돼 권위와 예술성이 상당한 크리틱스초이스는 평론가가 뽑은 젊은 안무가들의 향연이다. 신작 무대를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동시대적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뜻깊은 무대다. 무용평론가인 필자로서도 늘 관심의 대상이다. 크리틱스초이스를 거쳐간 다수의 안무가들은 무용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실력을 갖춘 젊은 안무가들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실연과 작품 소개를 통해 미리 보는 크리틱스초이스를 만나보자.
첫 문을 연 안무가는 2024년 최우수안무자로 선정된 유민경 툇마루무용단 부대표다. 유민경의 안무작은 <바디 레시피>. ‘바디(body)’에 대한 상상에서 이 작품은 시작된다. 인간은 신체 나이가 있다.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삶이다. 유한성에 대한 무한한 상상이 흥미롭게 작품에 담겨진다. 식료품처럼 진공 포장된 사람의 모습, 보존되고 싶은 몸의 이야기가 어떤 레시피(recipe)로 채색될지 사뭇 흥미롭다.
2025년 한국무용제전 대극장 경연작 ‘RESPIRA’(신화원 안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춤이음 단원인 권미정. 권미정은 2024년 크리틱스초이스에서 ‘먹이’를 통해 우수안무자로 선정돼 올해 초청됐다. 작품 <한 살>은 인간의 생애를 하나의 살로 집약시킨다. ‘한 덩이의 살’이 남길 늙음과 병듦에 대한 이야기는 ‘먹이’에서 다룬 생(生)에 대한 이야기와 새롭게 조응된다.
메타댄스프로젝트 단원 방지선은 <메타(META): 공존의 경계>를 꺼내 들었다. 작품은 인간과 기술, 몸의 감각을 통해 소통을 말한다. 작품의 주재료는 ‘숨’이다. 숨은 삶에서 처음 맞닿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몸을 통해 기술과 인간의 관계 탐구가 주는 메타성을 기대해본다.
방지선 안무 '메타(META): 공존의 경계'
삶은 부유와 침잠이다. 국립무용단 박소영 단원의 <찬란한 침잠(Snow Globe)>은 삶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한다. ‘사는 건 뭘까?’라는 물음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언제나 그림자처럼 따로 붙는 명제다. 안무자는 ‘삶이란 화려하게 진다’라는 자신의 생각을 ‘찬란한 침잠’으로 연결시킨다. 인간의 유한한 시간에 대한 사유 깊다. 작품 속 스노글로브(Snow Globe)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소영 안무 '찬란한 침잠(Snow Globe)'
메이드인댄스예술원 대표 차지은 안무자는 2022년부터 자신의 작품에 번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Dance No.1’(2022), ‘Dance No.2’(2023)에 이어 이번 무대에서는 <Dance No.3 풍덩>을 선보인다. 부제 ‘풍덩’이 주는 어감과 의미가 살아 있다. 깊은 내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기호화했다. 개인적 이야기가 집단의 기억과 맞닿아 꿈틀댄다. 치유의 길을 보여준다.
환경에 대한 주제, 소재 등은 요즘 작품에서 적지않게 다룬다. 해니쉬발레 대표 이해니의 <꼬끼_오(Kkoki-O)>는 닭의 울음소리 ‘꼬끼오’를 통해 감지할 수 있듯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닭으로 형상화 한다. 하나의 가설이자 행동 실험의 보고서임을 천명한 이 작품이 주는 환경과 인류세에 대한 작가적 측면을 주목할 수 있다. 8편 작품 중 유일한 발레 무대다.
국립무용단 단원이자 쑤컴(Soo”coMm) 대표 박수윤은 좋은 움직임과 창의적 안무로 정평이 나 있다. 2023 크리틱스초이스프론티어로 선정된 바 있는 박수윤은 <길티()플 (Guilty()ful)>로 신작의 힘을 부여한다.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는 ‘죄책감이 드는’ 의미의 ‘길티’와 ‘즐거움’의 ‘플레저’가 합성된 신조어다. 단어가 주는 의미가 춤으로 어떻게 형상화될지 자못 기대되는 이 작품은 금기와 매혹, 규율과 본능의 경계넘기를 통해 본원적 가치와 인간을 마주할 수 있다. 박수윤의 또 다른 자아 탐색이자 사회를 향한 울림이다.
PPT까지 준비하며 열정을 보인 마지막 순서의 안무자는 티오비그룹(TOB GROUP) 대표 김민이다. 그의 <라이트 인 더 베이스먼트(LIGHT IN THE BASEMENT)>은 진실과 거짓,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시소타며 갈등하는 인간을 탐색한다.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라는 근원적 질문의 춤적 형상화가 궁금하다.
이번 공연은 7월 23~24일 권미정, 방지선, 7월 26~27일 박소영, 차지은, 7월 30~31일 이해니, 박수윤, 8월 2~3일 김민, 유민경의 무대로 이루어진다. 부대행사로 열리는 ‘공연 밀착 움직임 클래스’도 7월 12~13일, 19~20일 아르코예술극장 연습실에 진행된다. 유망 안무가들의 신작 무대가 펼쳐지는 이번 여름은 춤이 있어 뜨겁다.
이주영(무용평론가・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7dancetv@naver.com
Copyright(C)DANCETV,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자(c)댄스티브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제28회 크리틱스초이스댄스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