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시작(始作)
시작으로 무형문화재의 희망을 보여주다
평양검무전승보존회 인천지부 창단공연, ‘시작(始作)’
이주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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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9 14:49 | 최종 수정 2022.06.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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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인천은 개항(開港) 도시다. 문물이 유입되고, 교류되는 관문 역할을 한다. 시작과 처음이라는 상징성이 늘 따라 붙는다. 이런 의미를 둔 인천지역에서 무형문화재 전승과 보급에 역할을 할 뜻있는 일이 생겼다. (사)평안남도무형문화재 제1호 평양검무의 인천지부 창단공연이 이런 의미를 담아 첫 출발을 대중에게 알린다. 공연 제목은 ‘시작(始作)’. 간명하면서도 의미 부여가 좋다. 이 날의 주인공은 평양검무전승보존회 인천지부장인 정미심이다. 정미심은 평양검무전승보존회 본협에서 사무국장 일을 맡으며 전통예술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인천 무형문화유산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2022년 6월 25일,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 개최된 창단공연은 지부 창단의 소명을 춤으로 알리고, 함께한 여러 출연자들도 축하와 발전의 의미를 담아 정성스럽게 무대를 매만졌다.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은 ‘특별히 융숭하게 손님을 대접하는 잔치’란 의미의 향연(饗筵)과 부합됐다.
첫 문은 ‘평양검무’를 앞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보존회의 무형문화재 종목이기 때문이다. ‘시작’의 경건함과 묵직함, 그러면서도 산뜻한 출발을 상징하듯 ‘평양검무’가 칼날처럼 빛났다. 정미심, 최리아, 조혜진 세 명이 함께했다. 이어진 무대는 ‘화관무’. 화관을 쓰고, 긴 색한삼을 뿌릴 때 지부 건승을 위한 축원(祝願)의 의미가 더한다. 평양검무전승보존회 수원지부가 함께해 동행의 의미를 더했다. ‘최종실류 소고춤’이 무대를 가로지른다. 공간 장악력이 좋은 이봉주가 춘 소고춤은 춤적 여유와 기품이 가득했다. 후반에서는 소고춤 특유의 활달함을 보여주며 신명을 이끌어 낸다.
(사)인천안무가협회 회장인 송성주는 ‘남도살풀이’가 지닌 춤적 이중 구조를 자신만의 춤언어로 담아낸다. ‘침잠(沈潛)된 승화(昇化)’의 힘이다. 살풀이 수건 끝자락을 ‘태평무’가 이어받는다. 전 국립부산국악원 상임안무자인 정혁준이 무대 우측에서 위엄있게 등장한다. 동작 속 감정, 감정 속 동작을 다양한 장단 변화에 따라 격있게 처리했다. 이어진 4명의 진도북춤은 두드림과 울림의 공명이 순간 순간 교차되며, 무대 열기를 고조시킨다. 8개의 북채가 한 채로 모아진 느낌이다.
남무인 ‘풍류랑무’를 평양검무전승보존회 부회장인 은상희는 힘, 절도, 기개를 적절한 타이밍으로 잘 구현했다. 큰 부채로 허공을 가르며, 춤을 열고 닫는다. 이어 ‘이매방류 입춤’을 정은파가 이어받는다. 성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은파춤예술원 대표인 정은파는 또 하나의 춤 풍경을 만들었다. 춤적 내공이 좋은 정은파는 입춤에 작용과 반작용 기제를 발휘해 춤을 이끌어갔다. 여운과 태가 좋다. 8명의 군무로 춘 ‘평양검무’는 보존회 인천지부의 미래를 향한 검을 당당히 내려꽂으며 마무리된다.
춤이 아닌 음악이 춤색을 음색으로 순간 바꾼다. 인천시립합창단 단원으로 구성된 남성 팝페라 그룹인 ‘MenSouls’는 축하의 의미를 담아 대중성과 예술성이 수용된 레퍼토리로 무대를 수놓았다. 마지막 무대는 ‘나나니의 향연’. 인천의 대표 향토 민요인 ‘나나니 타령’은 인천 미추홀구 및 인천 도서 지방 등에서 어촌 부녀자들이 불렀던 노래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간춤이 ‘나나니춤’이다. 나나니 타령에 맞춰 바다와 함께 삶을 일궈온 갯가 여인네들의 한과 흥이 동시에 들어가 있다. 인천의 향토춤인 나나니를 모티브로 한 이번 작품 ‘나나니의 향연’은 정미심의 솔로춤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전도유망한 3명(박서현, 김응민, 윤령혜)의 젊은 무용가들이 객석에서 등장해 무대에 오른다. 컨템포러리 느낌 가득 하다. 이 춤은 전통에서 현대, 현대에서 전통으로 다시 이어지는 구조성도 지닌다. 창작성 좋다. 특히 오늘 공연 ‘시작(始作)’과 연결시켜 볼 때, 오늘의 시작인 현재를 통해 미래를 마주한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전통의 동시대성이다. 보존회 지부의 소명이라 할 수 있다.
평안남도무형문화재 제1호 평양검무는 故 이봉애 보유자로부터 시작해 임영순 보유자로 이어지고 있다. 임영순 보유자는 이봉애 선생이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인천 앞바다에서 묻힌 것을 회상하며, 인천에서도 평양검무가 왜곡되지 않고 올곧게 춤의 원형이 잘 이어지길 강조했다. 시작은 희망이다. 그 희망의 열매는 무형문화유산의 올곧은 전승과 보급, 확산에 있다. 그 시작을 이번 공연 ‘시작(始作)’이 곡진하게 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7dance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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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시작(始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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