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강호(江號)
남산에서 포효한 백호(白虎)
강원도립무용단 창작무용극 ‘강호(江號)’
이주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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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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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강호’가 남산에 오르다. 강원도립무용단(예술감독 윤혜정)은 지난 7월 2~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예술적 포효를 했다. 창작무용극 ‘강호(江號)’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백호)을 주인공으로 2018년도에 초연됐다. 6월 18일 인제 하늘내린센터, 22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 이은 순회공연이자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성공개최의 의미도 담고 있다. 초연작이 순도와 밀도를 높여 레퍼토리, 특히 브랜드 콘텐츠로 가기 위해서는 지나야할 터널이 많다. 예술성은 기본이고, 관객들의 호응, 예술단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안무자의 리더십 등 제반 요건들이 충족될 때 가능하다. 이번 강원도립무용단 작품은 제반 요소들이 시너지를 냄으로써 성공적인 공연을 이루었다. 무용단을 이끄는 예술감독의 리더십이 왜 중요한지도 환기시킨다.
지역 기반 공립무용단의 경우, 지역의 설화, 인물, 역사, 사건 등을 출발점으로 삼아 작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화콘텐츠를 이루기 위한 문화원형에 대한 존중이자 모티브 발굴을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강호(江號)’는 여기에 주목한 것과 더불어 콘텐츠가 브랜딩 될 수 있는 시의성에 대한 고민의 흔적도 읽을 수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과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라는 메가 이벤트(mega event)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주인공은 ‘호랑이’다. 2022년 임인년의 주인공이기도 하니 그 효과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기획력 발휘다.
공연이 시작되면,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여자 무용수가 등장한다. 강호의 비밀이 하나 둘 씩 베일을 벗을 기세다. 호랑이 부족들의 세상에서 새로운 리더의 탄생과 미래를 밝히고자 캐릭터 장치를 단단히 했다. 절개와 용맹, 정의, 도전 정신을 가진 백호(白虎) ‘수호랑’, 태봉국의 전신인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를 상징하는 ‘궁호(弓虎)’, 조선말기 여류시인인 김금원(金錦園)을 상징하는 ‘낭호(郞號)’, 삿갓 쓴 호랑이로 조선시대 암행어사 박문수를 상징하는 ‘립호(笠虎)’, 통일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麻衣太子)를 상징하는 ‘태호(太號)’, 천상계와 지상계의 메신저인 ‘수호령(守護令)’, 모든 제례의식을 관장하는 ‘제호(祭號)’, 제호의 전령인 ‘여호(女號)’ 등의 역할 설정과 그에 따른 역할 소화는 작품의 안정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무용수 운용 또한 주요 캐릭터에 대한 더블 캐스팅을 통해 공연 양일 출연자간의 상호 긴장감을 부여하고, 일자별 캐스팅에 따른 각각의 맛도 제공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군무 전, 호랑이들의 객석에서의 등장, 공연 후반부 관객들과 화동하는 호랑이들의 모습을 통해 이 작품의 주제인 포용력 있는 리더십과 평화를 위해 화합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영상을 통한 판타지(fantasy)성 부여다. 영물인 호랑이에 대한 신비감을 제공하고, 미래지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효과 처리다. 무엇보다 서울공연에서 단원들(객원 포함)의 열정적인 움직임은 안무를 빛나게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호돌이를 시작으로 2018년 평창을 지나 2024년도 강원에서의 국가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두 손 모아 본다. ‘강호(江號)’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7dance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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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강호(江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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