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제3회 전국안무드래프트전

젊은 안무자를 응원하다
안무 플랫폼, ‘전국안무드래프트전’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03.26 17:17 | 최종 수정 2022.03.27 11:17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올해로 3회 째를 맞이한 ‘전국안무드래프트전’. 지난 3월 12일 대구 퍼택토리소극장에서 개최됐다. 대구문화창작소와 스테이지줌이 공동 주최한 이번 안무전은 신진 안무자의 등용문이다. 안무자로 도약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안무드래프트전은 만 19~25세의 무용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제1회 때는 비경연으로 진행됐고, 2021년 제2회 대회에서는 본선에 오른 5팀이 각자의 춤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 3회는 작년보다 운영과 작품 등 여러 면에서 진일보된 면모를 보여줬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안무전이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 시상 내역을 들자면,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상금 백만 원,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상금 오십만 원을 수여한다. 이번 안무드래프트전은 2월 예선 영상 심사를 통과한 7팀이 안무전 경연을 펼쳤다.

남희경 안무, '회색빛 바다'


첫 문을 연 작품은 한소희 안무, So Want Dance Project의 ‘19호실로 가다’. 오렌지색 테이프로 공간을 이원하며 시작된 이 작품은 자신만의 공간인 19호실을 설정하고, 그 공간을 5명의 무용수들이 채색한 무대다. ‘공간의 사회학, 사회의 공간화’라는 화두를 넌지시 던져준 작품이다. 두 번째로 바통을 이어받은 무대는 이정, 김효경 안무로 Team. Moventi의 ‘온, 나비’다. 작년 안무드래프트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비의 날개짓이 3명의 여자 무용수에 의해 서서히 시작된다. 5명의 무용수로 확대되며 날개짓이 강해진다. 침잠된 경쾌함이 묵직하게 전개되는 구조를 보인다. 나비의 대상화, 물화를 이루며, 기억 속 아름다운 장면을 여운으로 남기며 마무리된다. 회전목마가 주는 동화성도 한 몫했다.

한소희 안무, '19호실로 가다'


Chill with 20 팀은 김동우, 이현지 안무로 ‘drowning’라는 작품을 세 번째로 선보였다. 꽤나 묵직한 음악 속에 남녀 2인무가 이루어진다. 두 명의 호흡이 조화롭다. 시간 속 움직임을 여백있게 다스리고 창출했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던져져 가라앉는 ‘drowning(익사)’의 의미를 담아냈다. 네 번째 순서는 김민수 안무, LUCAS CREW의 ‘38’ 작품이다. 전쟁 고아가 느꼈을 극한 슬픔을 담고자 했다. 이를 처리하는 게 쉽지 않다. 노력이 엿보인다. 다만 슬픔에 대한 처리가 다소 단선적이여서 아쉽다. 감정을 감성으로 전환시키는 자연스러움이 요구된다. ‘감성의 지각’이 미학이란 의미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김동우, 이현지 안무, 'drowning'


다섯 번째 무대는 이정민 안무로 놈PPI의 ‘무마,’. 여자 솔로춤이 문을 연다. 군무가 조화롭게 이를 받쳐준다. 짜임새 있다. 쉽지 않은 삶, 그 삶을 관조와 응시한 작품이다. 이어진 무대는 N.motion Dance Project의 ‘회색빛 바다’. 남희경 안무로 남희경과 최효빈이 출연한 이 작품은 작품명에서 감지할 수 있듯 회색빛 바다 정경이 순풍과 암초를 오간다. 직진과 후진이 교차되는 삶의 단면을 그려낸다. 모티브의 제재화, 심리적 반영과 포착이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무대는 디엠알의 김민혁 안무, ‘히키코모리’다.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자를 뜻하는 히키코모리를 6명의 무용수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냈다.

권위있는 심사위원들의 현장 심사와 10%를 책임진 온라인 관객평가단의 심사를 종합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대상은 N.motion Dance Project(남희경 안무), 금상은 So Want Dance Project(한소희 안무), 은상은 Chill with 20 팀(김동우, 이현지 안무), Team. Moventi(이정, 김효경 안무), 동상은 LUCAS CREW(김민수 안무), 놈PPI(이정민 안무), 디엠알(김민혁 안무)이 각각 수상했다. 또한 최우수무용수상은 최효빈, 우수무용수상은 이현지, 이정민이 각각 차지했다.

‘징병제’를 뜻하는 군사용어에서 출발한 ‘드래프트(draft)’는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용어로 사회화됐다. 이는 프로스포츠 구단이 신인 선수들을 선발하기 위한 특별한 제도다. 안무드레프트전은 이를 무용으로 옮겨와 신진 안무자 발굴에 기여하고 있다. 향후 이 안무자전을 통해 기량과 예술성을 갖춘 안무자, 무용수들이 많이 배출되길 기대해본다.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기 전에 시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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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외래교수)-이주영의 무용읽기_제3회 전국안무드래프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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