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6월 첫 날을 오연문화예술원이 열다. 오연문화예술원은 이경화 이사장이 이끄는 예술단체로 1984년에 창단됐다. 우리춤예술원이 그 전신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는 시리즈 공연 ‘오연무악(旿燕舞樂)’, 그 두 번째 무대다(2022.6.1, 서울돈화문국악당). 이 프로젝트는 오연의 제자이자 단원들이 작품선정, 구성, 기획, 진행 등 전 과정을 맡아 준비하고 출연한 의의를 지닌다. 대표를 맡고 있는 김학영(조연출), 부대표인 정선화(기획), 정혜승 등 구성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무악의 꽃을 피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오연무악’은 2019년 10월 30일에 성공적인 첫 공연 이후, 격년으로 추진하려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이어지지 못하다가 다소 완화된 팬데믹 상황이여서 진행이 가능했다. 역시 코로나를 이기는 예술이다. 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고, 제자와 단원들을 자식같이 아끼는 이경화(총연출) 선생 헌신의 발로이기도 하다.
첫 무대를 ‘소고놀이와 최종실류 소고춤’이 연다. 무대 우측에서 이경화가 공간을 채우며 등장한다. 무악(舞樂)을 하나씩 조율해 가는 느낌이다. 세 무용수(유현진, 김학영, 조보경)가 등장해 춤을 이어간다. 소고놀이의 역동성과 생동감에 매력적인 춤태가 객석을 순간 매료시킨다. 소고춤으로 무형문화재 비지정종목 최초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경화 선생이 합류에 흥의 기운이 더해져 소극장의 묘미가 배가된다. 춤의 여세를 몰아 ‘삼도사물놀이’가 북의 울림으로 시작된다. 앉은반 공연으로 웃다리, 영남, 호남 세 지역 장단을 짜임새 있게 보여준다. 폭발성 강한 타악 합주다. 사물놀이 각 파트마다 두 명씩 함께 연주했다. 꽹과리(염두용, 유정희) 장구(정인구, 김라영), 북(배유경, 강병식), 징(정지영, 진현우) 등으로 구성됐다.
이경화의 독무, ‘부채춤’이 우아하면서도 편안하게 춤 공간을 수놓는다. 이 춤은 1983년 김백봉 선생님께 개인 사사해 1984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인 발표회를 가진 바 있다. 북경에서 강의하는 시절, 최승희 선생의 기법들을 공부해 김백봉 선생 작품에 접목시킨 것이다. 이어진 춤은 ‘신바라춤’. 이경화 춤 레퍼토리 중 하나인 이 춤은 한국의 의식무용 ‘범패’를 재창작했다. 1984년 초연작이다. 유현진, 김학영, 정혜승, 조보경, 최예지, 정선화 등이 출연해 신바라의 묘미를 보여준다. 구성과 흐름이 좋다. 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인 이용탁 작곡가의 손을 거친 음악은 춤과의 화학적 결합을 온전히 이뤄냈다. 필자는 이 작품에 대해 ‘여성성’, ‘기원성’, ‘현대성’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춤이라 평하고 싶다. 2020년 한국저작권협회에 2차적 저작물로 등록된 상태다.
다음 무대는 ‘고풍(古風)’이다. 조택원, 송범으로 이어지는 신무용의 춤길을 낸 최현 선생의 대표작 ‘고풍’은 여인의 우아한 자태에서 풍겨나는 예스러운 맛을 담고 있다. 이경화의 홀춤으로 보여준 이 작품은 춤적 대화가 넘실됐다. 담백한 가운데 서사성도 함께 엿보인다. 먼 곳을 지긋이 바라보며 작품이 마무리 된다. 대미는 ‘진도북춤’이 장식했다. 이경화 선생은 지난 13년 동안 박병천류 진도북춤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국내외에 진도북춤의 보급과 홍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진행형이다. 국내도 국내지만 해외에서 우리춤을 알리기 위해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날 무대에서는 특히 광주시립농악단 ‘광지원’ 스터디그룹 제자들 중 정인구, 강병식, 염두용, 진현우 등이 함께해 진도북춤의 남성성을 보여줬다. 이규정, 유현진, 최예지 등 여자 춤꾼들과 어우러져 춤의 조화와 미장센을 강화시킨다. 후반부에는 이경화 선생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진도북춤이 더해져 춤의 열기를 더했다. ‘이경화표 진도북춤’의 묘미다. 이 춤은 현재를 넘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콘텐츠다.
이번 ‘오연무악’은 한오스트리아 수교 130년 기념, 주오스트라대사관 초청으로 6월 24~26일 공연할 예정이다. 이후 이경화 선생은 6월 29일 독일 뤼넨 베를린 특강, 7월 9일 베를린 공연, 7월 13~14일 오연문화예술원 ‘삼고무’ 특강, 7월 15일 성남아트리움 명인전 출연, 7월 16일 천안시립 명인전과 함께한다. 천안시립 공연 이후 다음날엔 바로 자카르타로 출국해 워크숍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외에서 오랫동안 해온 활동이 코로나로 잠깐의 휴식기를 갖고, 다시 나래를 편다. 내후년 ‘오연 이경화의 춤길 70’ 또한 기다려진다. 그동안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수많은 국가에서 가르치고 함께했던 사람들과 ‘인연의 춤’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춤과 음악이 하나된 춤 스토리(story)를 만든 ‘오연무악(旿燕舞樂)’. 오연의 비전과 소망이 무악을 통해 전달된 ‘무악진연(舞樂進宴)’ 그 자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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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오연무악(旿燕舞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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