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무위(無爲)

인간이 마주할 마지막 성찰 과정
하나경 안무, ‘무위(無爲)’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01.05 07:00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2인무의 매력을 보여주다. DDF추진위원회가 마련한 ‘2021 국제 2인무 댄스 페스티벌(Duo Dance Festival)이 2021년 11월 3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됐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매 주차마다 다섯 팀이 출연해 2인무가 지닌 형식적, 내용적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하나경 안무, ‘무위(無爲)’


1주차 프로그램에 참여한 Futro Art Project 대표인 안무자 하나경은 작품 ‘무위(無爲)’를 선보였다. 필자는 이 작품을 2021년 7월 8일,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제4회 서울국제댄스페스티벌 인 탱크’에서 함께했다. 문화비축기지가 지닌 공간성과 장소성이 11월 대학로 성균소극장으로 이동함으로써 느낌은 다소 달라진다. 하지만 ‘무위(無爲)’가 지닌 철학성과 미학성은 밀도를 더해 공간을 유영했다.

무위(無爲)는 유위(有爲)나 인위(人爲)의 반대다. 도가의 중심 사상인 무위(無爲)는 비인위성, 즉 자연성을 중시한다. 상호 간 의미상 반대 개념을 넘어 근원성에 천착했다. 만물을 소생케하는 근원이 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자연(自然)은 근원이자 생명의 젖줄이다. 노자는 자연에 따라 자유자재로 살아가는 것을 이상시했다. 이는 아무 것도 하지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따르는 것에 무게를 둔다. 결국 ‘자연스러움’이 핵심이다. 작품 ‘무위(無爲)’를 통해 인위가 가진 작위성을 환기시키고, 무위가 지닌 내재성을 수면 위로 올린 하나경의 안목이 상당하다.

하나경 안무, ‘무위(無爲)’


무대 왼쪽에서 하나경, 이현아 두 무용수가 앉아 있다. 이어 하나경이 눕는다. 이현아는 작은 돌을 쌓고 뒷걸음 친다. 몸을 일으켜 세운 하나경은 서서히 무대 중앙으로 나간다. 오른손에 올린 돌에 바람을 불어 넣는다. 무위다. 무위의 바람이다. 쌓은 돌을 쓰러뜨리다. 두 명은 서로의 몸을 잇대 ‘무위의 이중주’를 보여준다. 놓여져 있는 돌에 돌을 던진다. 거리를 두고 돌을 추가로 놓는다. 5개의 돌 사이로 두 명이 지나간 후 돌을 쌓는다. 돌을 바닥에 세게 반복적으로 두드린다. 두드리는 소리에 반응한다. 리드미컬하게 반응한 후 몸을 옆으로 돌린다. 종소리가 번지기 시작한다. 쿵 소리도 음을 보탠다. 한 명이 상대의 손을 잡고서 무대를 서서히 이동한다. 돌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상태다. 앉은 채로 공연이 마무리된다.

이 작품에서 ‘돌’은 중요한 오브제 역할을 한다. 작품 속 돌은 쌓고, 던지고, 두드리고, 얹기도 한다. 변화가 다양하다. 끌고 가기도 하고, 끌려 가기도 한다. 작용과 반작용이다. 결국 무위와 유위다. 무위와 인위다. 자연의 절대성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하나경 안무, ‘무위(無爲)’


인간이 욕심을 버리고 자연적 상태가 된 것을 의미하는 ‘무위(無爲)’.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숭고한 법칙이다. 강제하지 않는 룰이다. 안무자는 결국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삶을 완성해 나간다고 보고 있다. 무위(無爲)는 결국 인간이 마주할 마지막 성찰 과정이자 목표다. 안무자는 작품을 통해 무위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방기하지도 않는다. 무위를 통해 유위와 인위의 내밀함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안무자의 철학이 배태된 의미있는 작품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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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고려대 문학박사)-이주영의 무용읽기_무위(無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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