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금수정가
포천오방전에 담은 삶과 예술
포천시립민속예술단 정기공연, ‘금수정가(金水亭歌)’
이주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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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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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포천오방전’ 시대를 열다. 포천시립민속예술단 이승주 예술감독의 야심찬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 프로젝트 때문이다. 예술로 지역을 담는 일은 간단치 않다. 종적, 횡적으로 고민할 요소들이 적지 않다. 2020년 10월, 포천오방전의 처음은 화적연을 소재로 만든 ‘화적연가’로 열었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이라 작품은 비대면 온라인 영상으로 송출됐다. 올해 그 두 번째 이야기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건 행운이다. 무대예술의 맛은 현장성에 기인하다. 포천오방전의 두 번째 작품은 ‘금수정가(金水亭歌)’. 2021년 9월 30일, 반월아트홀 대공연장에서 열린 이날의 분위기는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듯 화기애애했다.
‘금수정가’의 배경은 금수정이다. 기획 시리즈 포천오방전을 이루는 기반은 ‘영평 8경’이다. 영평 8경은 경기도 포천시의 조선시대 지명인 영평현(永平縣)의 한탄강 줄기 일대에서 경관이 뛰어난 8곳을 말한다. 화적연, 금수정, 창옥병, 낙귀정, 선유담, 와룡담, 백로주, 청학동 등이다. 이번 작품은 금수정을 배경으로 조선의 3대 명필이자 문장가인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 선생을 모티브로 삼았다. 포천시 신북면 기지리 출신인 양사언은 문장가이자 청백리, 유학자다. 그의 삶을 토대로 무용, 국악, 연희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금수정같은 아름다운 무대가 구현됐다.
조선 왕실이 혼란한 가운데 명종은 양사언을 눈여겨 본다. 둘은 동반자 관계가 된다. 하지만 조정 내에서 소란이 발생해 양사언 또한 고초를 겪는다. 이후 어느 정도 정치적 안정을 되찾았지만 명종은 갑작스레 젊은 나이에 죽게된다. 임금의 죽음에 양사언은 실의에 빠진다. 그래도 백성의 어려움을 정성스럽게 살피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를 기리는 비(碑) 두 개가 이를 보여준다. 금수정에 홀로 앉아 왕을 추억하는 양사언의 모습은 이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 을 여닫으며 중심을 차지한다.
영상이 공연의 문을 연다. 글씨가 영상으로 처리되는 가운데 글쓰는 모습이 군무로 펼쳐진다. 연주단의 음악 소리 속 궁중연이 정성스럽게 무대를 감싼다. 과거시험에 급제한 축제연이다. 활기차되 격조있다. 음습한 음악 속에 남자 군무가 무대를 휘감는다. 두 그룹으로 나뉘어진 군무가 빈틈없는 음악 속에 대조를 이룬다. 주인공 솔로와 12명의 군무가 하나된 움직임이 밀도를 더한다. 벽면에 초록색이 퍼진다. 구획을 나뉘어 돈다. 군무가 빠지고, 사물놀이가 시작된다. 개인기까지 다채롭다. 박수 소리 커진다.
장례 장면이 보인다. 죽음을 노래한다. 슬픔을 담은 백색 행렬이 무대를 진하게 감싼다. 남녀 듀엣이 애잔한 음악 속에 이어진다. 애잔함과 비장함이 교차된다. 죽음을 상징하는 옷 한 벌이 내려온다. ‘죽음-어쩔 수 없는’ 주제곡이 양사언과 왕과의 관계를 처연하게 말한다. 슬픔을 담은 춤이 장중하게 펼쳐진다. 살구빛 꽃가루가 그들의 영혼이 돼 삶과 죽음을 잇는다.
포천시립민속예술단의 포천오방전, 그 두 번째 이야기 ‘금수정가(金水亭歌)’는 지역 문화콘텐츠로 충분함을 입체적인 무대 미학을 통해 입증했다. 이승주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지닌 다양한 춤 자산을 예술단에 입히고자 노력했다. 정재부터 민속무, 창작춤까지 아우르는 춤 스펙트럼이 향후 예술단 작품에서도 잘 반영되길 기대한다. 그 첫 자리였다.
예술감독・안무_이승주
- 포천시립민속예술단 예술감독
-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 제27호 승무 이수자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7dance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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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고려대 문학박사)-이주영의 무용읽기_금수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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