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클래식 발레와 창작 발레를 한 자리에서 만나다. 한유선미리암스발레단의 무대다. 창무국제공연예술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춤의 도상’에서의 ‘한유선작품전’. 한유선 대표가 이끌고 있는 미리암스발레단은 2010년에 창단되었다. 2012년 전북무용제 대상 수상 등 역량을 갖춘 발레단이다. 발레가 지닌 고유의 질감을 한국적 색채, 현대적 감각으로 예술성을 높이고 있다. 다양한 춤 레퍼토리 개발을 통해 무용 대중화에도 앞장선다.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이번 서울 무대를 통해 향후 춤 확장에 속도가 더 나리라 본다. 2022년 1월 28~29일, 포스트극장에서 시행된 이 공연의 첫째 날은 클래식 발레, 둘째 날은 창작 발레 작품으로 발레 미학을 객석에 풍요롭게 전달했다.
28일의 ‘발레 갈라 콘서트’ 무대는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 형식을 통해 클래식 발레의 묘미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소극장 무대 공간을 감안해 동선 처리에 신경 쓴 느낌이다. 각 작품이 지닌 특색을 잘 훈련된 무용수들이 포착해 이를 담아내고, 커튼콜도 조화로웠다.
총 네 작품 중 첫 문은 고전발레의 교과서로 불리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The Sleeping Beauty)’가 열다. 3막 그랑 파드되는 오로라 공주가 왕자와 춤추는 명장면이다. 포근한 음악과 함께 고건영, 심은지가 등장한다. 남자 무용수가가 안정감있게 리드한다. 자연스런 2인무 후, 남녀 각각의 솔로춤은 작품의 동화성까지 충분히 담아낸다. 이어진 듀엣은 안정적인 가운데 기술적인 부분까지 잘 소화했다. 첫 작품의 부담을 깔끔히 덜었다. 연이은 무대는 ‘해적(Le Corsaire)’ 2막 중 그랑 파드되. 음악만 들어도 기대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이 작품은 콘라드, 메도라, 알리가 추는 파드트루아(pas de trois・3인무)를 2인무로 만든 것이다. 김동희의 점프로 시작된다. 부드러운 리프팅이 눈에 들어온다. 남자 솔로춤은 난이도 있는 테크닉을 잘 소화했고, 양영아의 여자 솔로춤은 딱딱 떨어지는 느낌이다. 남녀 2인무에서는 역동적인 도약과 점프로 발레 ‘해적’의 에센스를 제공한다.
다음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에스메랄다’ 중 부활절 축제 장면의 한 부분인 ‘다이애나 악태온(Diana and Actaeon)’ 그랑 파드되. 김세용, 김현수가 호흡을 맞췄다. 여자 무용수가 먼저 나온 후, 남자 무용수가 등장한다. 발레리노의 절도와 파워, 발레리나의 솔로 후, 마지막 2인무에서 활기차면서도 난이도 있는 테크닉이 잘 구사된다. 피날레는 ‘돈키호테(Don Quixote)’ 중 3막 그랑 파드되. 백인규, 김민영이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탄탄한 기본기와 기술 구현 능력을 보여준다. 남자 솔로 바리에이션(Solo Variation)은 부드러우면서도 힘차다. 부채를 든 여자 솔로춤의 짧고 빠른 스텝 처리가 좋다. 듀엣 무대에선 ‘브라보’ 소리가 저절로 난다.
29일은 한유선 안무의 창작 발레 ‘화연(華年) : Blossom’이 객석과 미적 교감을 나누었다. 프롤로그인 겨울을 시작으로 1~3장이 각각 봄, 여름, 가을을 삶과 직조시키고, 에필로그를 통해 인생 길에서 꿈과 행복이 담기길 노래한다. 각 장마다의 구성을 체계적으로 배치, 운영한게 눈에 띈다. ‘수미상관(首尾相關)’을 이룬 연출, 듀엣과 솔로의 앙상블 활용도 안정적이다. 전체 작품 톤은 서정성 강하다.
무대 우측 이젤(easel) 앞에 남자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남녀 2인무가 서로의 감정을 교차시키며 지나간다. 두 쌍의 남녀 2인무가 봄을 노래하는 듯하다. 여자 무용수 1명이 등장해 춤을 이어간다. 봄의 기운을 기다리는 듯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다. 남녀 두 쌍과 여자 한 명을 교차시켜 공간감을 살렸다. 흰 의상입은 여자 무용수와 흰 상의의 남자 무용수 2명이 등장한다. 서정미 가득하다. 사랑의 시간도 깊어간다.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를 뒤에서 살짝 감싸 안으며 마무리된다.
남녀 두 쌍이 연하늘색 의상을 입고, 우아하게 춤을 이어간다. 조화로운 춤 풍경이 펼쳐진다. 남자 솔로춤 후, 한 쌍의 2인무가 다른 한 쌍과 교차된다. 구조미를 잘 갖춘 5명의 군무가 공간감을 끌어올린다. 여자 무용수 3명이 포즈를 취한다. 살구빛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3인무는 춤의 우아미를 상승시킨다. 조화롭다. 솔로춤은 무용수 각자의 개성 발휘에 주효했다.
여자 무용수 1명이 나와 사랑의 충만함을 감미롭게 보여준다. 남자 무용수가 이어 등장한다. 말그대로 ‘blossom’한 느낌이다. 지난날을 추억하기도 하고, 현재의 모습도 보여준다. 남녀 2인무가 싱그럽다. 여자 무용수를 리프트하며 마무리된다. 다시 첫 장면과 동일하게 바뀐다. 무대 우측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자 무용수 한 명이 중앙으로 나와 투명 볼을 어루만진다. 추억과 회상의 오버랩이다. 겨울에서 시작해 다시 겨울로 이어지는 작품에서 다양한 삶의 파편을 읽을 수 있다.
클래식과 창작 발레를 이틀동안 보여준 이번 공연은 발레단이 예술적으로 더 꽃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올 봄에는 발레단이 마련한 ‘예술극장 숨(Art Theater sum)’이 공식 개관할 예정이다. 고아(高雅)한 발레의 숨소리가 기다려진다. 곧 봄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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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외래교수)-이주영의 무용읽기_한유선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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