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올해 1월, 권효진(고전문화예술연구회 대표, 승무 이수자)은 <‘한밝춤’ 생명의 물결로> 무대에서 ‘생명춤’의 재탄생을 알렸다. 몇 달 뒤인 2025년 4월 23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숭고한 생명 물결의 춤을 보여줬다. <이곳, 생명물결의 춤>이란 타이틀로 자신의 춤철학을 넘어 고전과 현대를 관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공연은 ‘판’과 ‘생명’이란 두 키워드로 압축된다.

승무

판의 떨림인 ‘영가무도(詠歌舞蹈)’, 판의 생성인 ‘한밝+덩~기덕 합 궁~’, 판의 이동인 ‘승무 완판’, 판의 울림인 ‘장구판’, 판벌림이자 새판 격인 ‘태평춤’으로 구성, 전개됐다. 몸으로 생명을 짓고 있는 춤꾼 권효진은 이러한 판들의 생성과 발현, 확산을 생명으로 귀결시킨다. 그 이름이 바로 ‘춤’이다. 이 때문에 생명 물결의 시작과 끝이 바로 춤이라 할 수 있다. 뛰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는 맥박은 춤과 연결된다. 생명과의 연결이다. 그가 생명어린 춤에 대해 천착하는 근원적, 실체적 이유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생명 물결의 춤은 흘러야 한다. 판을 통해서다. 그러한 판이 쉴 새 없이 생명력을 존속시키는 에네르기(Energie)를 권효진은 사회적 확산과 연동시킨다. 결국 판의 대지라 할 수 있는 춤을 통해 생명 물결은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다. 그가 <이곳, 생명물결의 춤>이란 공연 타이틀로 춤을 춘 이유다.

동이족 DNA

이번 공연은 본 공연인 실내 공연장 전, 극장 야외에서 출발한다. 국가무형유산 승무 이수자이자 한국전통춤회 회장을 역임한 홍성임은 푸른 잔디마당에서 ‘동이족 DNA’를 알린다. 소리는 춤이 되고, 발디딤은 생명의 씨앗을 뿌린다.

생명의 씨앗이 극장 안에서 하늘의 별 ‘영가무도(詠歌舞蹈)’를 만난다. 권효진은 길게 읊는 ‘영(詠)’의 울림, 공명이 연결된 ‘가(歌)’, 몸의 율동과 흥이 저절로 일어나 몸 장단을 쳐 신명이 발현되는 ‘무(舞)’, 저정거리며 나아가 땅을 밟고 구르는 ‘도(蹈)’를 하나씩 보여주고 들려준다. 1월 공연 때보다 소리와 에너지가 더욱 단단하다. 영상과도 조화롭다. 소리춤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영가무도

‘한밝+덩~기덕 합 궁~’은 밝고 따뜻한 빛인 ‘한밝’의 정신과 실체 그 자체다. 춤과 구음, 합울림이 어우러져 우주의 합(合)을 이뤘다.

승무 이수자 권효진은 <승무>의 염불과장을 중심으로 이애주 춤의 ‘생명몸짓’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학술적 역량은 무대와 유리되지 않는다. 생명철학이 숨 쉬는 자연운행의 대무인 ‘승무 완판’을 통해 마음-정신-몸은 어느새 합일된다. 생명은 빛의 세계로 진입해 장삼자락에서 유유히 흘렀다.

판의 울림

유인상, 고령우, 박주홍, 정부교의 두드림은 장구만을 향하지 않는다. 판이 응축돼 네 개의 단단한 기둥을 세우는 역할을 했다. 판구조의 형성이다. 포용과 광명이란 이름을 새겼다.

마지막 무대, 권효진의 ‘태평춤’은 태평(太平)이란 일상적 의미도 포함하지만 태평의 몸짓을 통해 ‘생명의 자각(自覺)’이란 점에서 유의미하다. 생명 회복을 위한 뜨거운 외침이라 볼 수 있다. 그 외침의 주체는 ‘우리 모두’임을 권효진은 이 춤을 통해 역설했다.

태평춤

이애주 춤맥을 잇고 있는 권효진은 2009년 ‘향림(香林)’을 시작으로 최근 개인발표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춤철학을 견지하고 있다. 권효진은 스승 이애주의 승무 철학에 더해 ‘생명물결의 춤’이란 미학성을 부여해 실체적, 실천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춤의 생명, 생명의 춤에 대한 그의 천착은 쉼 없는 물결이 되리라 본다. 춤의 근원이 살아 숨 쉬는 ‘지금, 여기’다. 그의 꿈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사진 : 양라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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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2025 권효진의 춤판 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