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현 개인전 ‘Confession’

절대성과 상대성을 직조시킨 고백의 미학
‘아산갤러리 박시현 초대전’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02.24 13:31 의견 0

[댄스TV=이주영 칼럼니스트] 누구를 위한 고백(confession)인가? 나와 너로 단정짓지 않는다. 무엇을 위한 고백인가? 목적을 위한 목적이 없다. 규정짓지 않는, 규정지을 수 없는 무게감이 전시실 공간에 가득하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에 위치한 아산갤러리에서의 ‘박시현(Sarah Park) 개인전’은 바다를 향해하듯, 절대자를 향해 경배하듯 유유하되 촘촘하게 상호 응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22년 2월 18일부터 28일까지의 이번 전시회는 시간 속 공간을 채우고, 중첩과 스며듦을 영민하게 담아냈다.

Confession_116×92cm, oil on canvas, 2021


바흐(Bach) 음악이 붓질을 지속하게 한다. 무덤덤할 듯한 첼로 선율이 선(線)의 마디 마디를 헤집고 들어온다. 작가는 이 음악이 작업에 영감을 많이 주었다고 한다. 침투의 시작이다. 한번 작업하면 수개월 씩 걸리는 작업은 또 다른 예술적 영감과 교차되고 배태된다. 콜라주(collage)를 많이 하는 작가의 융합 발현의 시작이다. 작가는 그림에 마침표를 두지 않는다. 추상(抽象)의 질감이 한껏 고개를 든다.

박시현 작가는 20여 년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거주하며 활동했다. 상해 대학 뮤이린 교수로부터 중국화를 다녀간 사사하기도 했다. 지평선 가득한 상하이. 산이 없다. 산, 숲, 가을에 대한 그리움 가득한 나날을 보낸 작가는 최근 한국에 들어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의 첫 작업을 지리산에서 했다. 원없이 산을 본다. 그 산은 말한다. 시간과 기억을 담으라고. 작가는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 등 여러 나라를 다니며 느낀 단상을 담아낸다. 곳곳에서 마주한 색감은 머리에만 머물지 않고, 영혼에 투영돼 발현의 터널을 지난다. 기억과 시간의 숭고한 침잠이다. 인도에서의 기억이 이번 전시 작품에서 온통 빨갛게 물든 모습을 드러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듯 유목인(nomad)의 삶은 미술적 디아스포라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 작가도, 한국 작가도 아닌 정체성이 또 다른 정체성으로 귀결된다.

Confession_116×92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중첩(重疊)’과 ‘스며듦’이다. 중첩을 이루는 기제는 바느질의 메타성에서 시작된다.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로 이어지는 지난날의 기억을 바늘귀에 걸어 오늘에 당당히 소환한다. 소환의 이름을 ‘생명’이라 부를 수 있다. 날것으로 정제되지 않은 것을 생동감을 부여해 즉각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는 작가의 힘을 읽을 수 있다. 스며듦은 들숨과 날숨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결과물이다. 선의 중첩은 스며들어 침투의 공간을 만들고, 무한반복의 생산을 이루어낸다. 작가의 내면적 충돌이 거침없음을 대변한다.

Confession_117×91cm, mixed media on wood, 2022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직조(織造)’다. ‘수직과 수평의 직조’요, ‘절대성과 상대성의 직조’다. 수직이 절대자에 대한 것이라면, 수평은 인간적인 것이다. 두 개를 연결해 중첩한 작업의 발로는 결국 연결을 초연결로 바라보는 작가성에서 찾을 수 있다. 절대성과 상대성은 충돌을 통한 해방을 부르짓는다. 구조성, 기하학성이 자유를 갈구함은 작가의 내재성에 기인한다.

노마드 삶의 불안정성이 시간과 기억 공간을 채워 나간 박시현의 작업은 절대성과 상대성을 직조시킨 고백의 미학이다. 다음 고백을 기다려본다.

박시현 개인전 'Confession'

이주영(칼럼니스트・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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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칼럼니스트・고려대 문학박사)-‘Conf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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