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Shout of the Amazon

대립의 미학을 보여주다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의 공존 무대
김지은 안무, ‘Shout of the Amazon’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01.01 22:16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대립의 미학’을 보여주다. 허상과 실존, 원시성과 도시성, 나와 너 등 여러 단어들을 생성시켜 대립의 모습을 무대에서 구현했다. 김지은의 안무로 팽팽한 공간감, 그 속에 감추인 사유의 숨과 쉼을 동시에 보여준 ‘Shout of the Amazon’(2021년 12월 5일). 부제 ‘내 안에 번지는 소리를 들어라’의 의미가 대전 중구문화원 뿌리홀에 인상깊게 번지다. 대전문화재단 후원, 2021 청년예술인창작지원사업의 일환인 이번 공연은 김지은 안무자의 개인공연 무대다. 청년 아티스트가 성장과 발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기관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지은 안무, 'Shout of the Amazon'


객석 앞에서 불쑥 한 명의 여자 무용수가 나오다. 김지은이다. 무대에 오른다. 재미난 동작으로 춤추다.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효과가 있다. 이를 무대에서 바라보는 상대 무용수 홍하늘의 표정이 시큰둥하다. 무음악속에 벌이는 마임(mime)같은 움직임이 연신 조용한 웃음을 자아낸다. 무언가를 응시하기도 한다. 음악 흐르며 무대 공간에 색채가 더해지기 시작한다. 하얀 의상이 주는 백지같은 이미지가 무대를 하나씩 채워나간다. 무대를 크게 반복해서 돈다. 경쾌함과 긴박감이 동시에 흐른다. 음악에서 박수 소리가 난다. 부끄러워하다. 얼굴을 웅크린다. 김지은이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듯한 동작을 취한다. 슬픔이 침잠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두 명의 무용수는 분열과 응집의 속내를 밀도있게 채워나간다.

Shout of the Amazon - 내 안에 번지는 소리를 들어라


무대 중앙에 김지은이 누워 있다. 새 소리, 물 소리가 들린다. 자연의 소리를 탐미한다. 원숭이가 된 듯한 모습은 원초성까지 보여준다. 네 발로 기는 동작을 취한다. 벌레를 잡아먹는 동작도 연신 이어진다. 풀벌레 소리, 물 소리가 자연의 원형감을 더한다. 기차 소리같은 도시성 강한 음악으로 바뀐다. 공존을 향한 실존의 외침인가? 허상과 현실의 벽을 넘나드는 모습이 천천히 보여진다. 놀람, 두려움, 동경 등 여러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는 솔로춤이 구현된다.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향한 외침인가?’. 이 질문은 안무자가 작품을 통해 자문자답(自問自答)하는 명제다. 내 안에 번지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는 숨죽인 외침이 서서히 숨쉬고 있음을 작품이 전개될수록 뚜렷해진다.

Shout of the Amazon


김지은을 선두로 네 명(홍하늘, 양진솔, 권민지, 강유민)의 무용수가 무대쪽으로 천천히 기어나온다. 아마존 부족의 제의를 본 듯한 움직임이 재현되다. 네 명이 김지은을 에워싼다. 격한 음악 속에 네 명은 분절된 움직임을 보인다. 현대성과 원시성이 공존을 이룬다.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떨림과 설렘이다. 블랙톤 의상 입고서 보여준 김지은의 큰 동작은 폭발성을 배가시킨다. 네 명이 춤추는 가운데 김지은이 중앙에 서다. 김지은 고개들며 작품은 마무리 된다.

Shout of the Amazon


마스크 세상인 요즘. 한없이 숨을 들이마시고 싶은 상황을 안무자는 포착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잃어버리고, 무기력해진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지구의 거대한 산소통인 아마존(Amazon). 공존하는 삶의 원천을 안무자는 아마존에서 가져왔다. 양육강식의 상황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여자 부족의 여전사처럼 말이다. 특별한 장치와 오브제 없이 움직임만으로 작품을 풀어내는 모습이 인상 깊다. 원시성과 도시성의 상호 치환은 ‘공존 속 대립, 대립 속 공존’의 방점을 찍었다. 아마존에 간 듯한 환영까지 불러일으킨다. 이번 작품은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가 공존한 무대다.

Shout of the Amazon

안무_김지은

안무자 김지은


▷충남대학교 무용학과 졸업
▷2017 동경나가노국제무용콩쿠르 금상 수상
▷2016 (사)무용문화포럼 Festival SP융복합아트페스티벌 안무 및 출연
▷2017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SCF YSP 안무 및 출연
▷2018 Mexico La serpiente 국제교류 초청공연 출연
▷2021 대전문화재단 청년예술인창작지원사업 선정
▷사비댄스프로젝트 안무단원

■주요 안무작
·In the dark(2013)
·Ask to the lock, self justification(2016)
·흔적에 길을묻다, 수집품(2017)
·턱(2018)
·나(2021)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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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고려대 문학박사)-이주영의 무용읽기_Shout of the Ama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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