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同舞異舞
같은 무대, 다른 춤
심현주의 ‘동무이무(同舞異舞)’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1.12.30 13:03 | 최종 수정 2021.12.31 09:37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한 무대에서 두 춤을 만날 수 있는 공연, ‘동무이무(同舞異舞)’의 매력이다. 심현주 Dance with us가 마련한 이채로운 춤 무대였다. 대구문화재단 등의 후원을 받은 이번 공연(2021년 12월 21일,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 청룡홀)은 ‘같은 무대, 다른 춤’을 지향한다. 콘셉트가 명확하다. 작품과 구성 또한 명실상부했다.
총 7작품으로 구성된 이 공연은 한 작품만 독무이고, 나머지는 2인무로 구성됐다. 첫 문을 김진희가 열다. 춤꾼과 춤 기획자로 활약하고 있는 그녀가 솔로춤 ‘춘앵전’으로 관객을 마중한다. 오늘 공연을 모시는 느낌이다. 느림 속 유유함이 가득하다. ‘춘앵전’ 특성상 작은 공간에서 진행된다. 작은 공간이지만 거기에서 빚어내는 풍요로움은 궁중춤의 미덕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이어 김정원 특유의 교방미가 ‘영남교방무’ 운치를 더한다. 창작 파트를 맡은 이소라가 전통 파트보다 오히려 부채를 먼저 들고 춘다. 역발상이다. 구음속에 두 춤은 서서히 하나되기 시작한다. 김정원에게 부채를 건네다. 전통이 스며드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남교방무’에 이어 ‘교방검무’가 바통(baton)을 잇다. 검을 든 이지은의 한 쪽 팔이 서서히 올라간다. 움직임 좋은 이재문이 합을 맞춰 나간다. 마치 ‘곡선(전통)과 직선(창작)’이 만나는 듯하다. 정민류 교방검무의 색채미가 명징하다.
무대 후방에 긴 수건이 반달처럼 드리워져 있다. 오재원이 나온 후, 심현주가 등장하다. 긴 수건이 하나의 강이 되는 순간이다. 살풀이 장단이 시작된다. 그리움의 배는 긴 항해를 떠난다. 전통의 깊이와 모던한 창작의 움직임이 묘한 시너지를 내다. 대구시무형문화재 제9호 '살풀이춤' 특유의 고를 맺고 푸는 동작에선 염원의 깊이를 더한다. 의자에 앉은 오재원이 춤과 무브먼트(movement)를 보여주는 장면은 관조와 사유를 동시에 충족했다.
손예란이 먼저 나온 후, 문치빈의 ‘무당춤’이 이어진다. 창작성 좋은 손예란의 춤적 호흡은 ‘무무(巫舞)’인 무당춤을 더 빛나게 했다. 창작의 기운이 전통에 잘 흡수되다. 특히 엔딩 연출이 인상깊다.
이어진 춤은 장래훈, 정미영의 ‘동래한량무’. 즉흥성과 허튼춤의 매력이 넘치는 이 작품을 개성 넘치는 두 춤꾼은 이질감을 동질감으로 치환하는 데 역할을 충분히 했다.
피날레를 장식한 작품은 권명화류 ‘승무’. 무대 왼쪽에서 심현주가 우산을 쓰고 나온다. 이어 무대 오른쪽에서 장삼을 입은 추현주가 등장한다. 구도의 길로 안내하는 듯한 이 작품은 전통의 깊이를 밀도있게 창작이 받쳐줬다.
‘동무이무(同舞異舞)’는 이렇듯 전통춤과 창작춤이 합일되어 상승효과를 내 무대와 객석이 자연스럽게 화답하게 만든다. 작품에서 콘셉트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양손같은 전통과 창작이 한 손에 녹아든 무대다. 연출을 맡은 김용철 천안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무대 노련미, 타이밍 좋게 음향을 처리한 신주아의 역할도 컸다. 현재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심현주의 또 다른 춤 풍경이 새해에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결국 춤은 하나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7dancetv@naver.com
Copyright(C)DANCETV,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자(c)댄스티브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출처/ 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고려대 문학박사)-이주영의 무용읽기_同舞異舞
저작권자 ⓒ 댄스TV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