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춤, 香

한국춤의 맛과 멋, 격(格)과 율(律)!
하담이주연무용단의 ‘춤, 香’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4.01.20 11:03 | 최종 수정 2024.01.20 11:27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연꽃 가득한 연못, ‘하담(荷潭)’. ‘함께’, ‘공동체’의 의미가 담지됐다. 예술을 통한 이타성(利他性)까지 수용된 하담의 의미가 연꽃처럼 피어난 무대다. 2023년 10월 29일, 공감M아트센터에서 개최된 하담이주연무용단의 정기공연 ‘춤, 香’. 무용단의 젊은 춤꾼들이 함께한 이번 공연은 정재, 전통춤, 창작춤에 이르는 한국춤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춤의 향기 가득담아 울림으로 상승시켰다.

첫 문을 창작춤 ‘굴각(屈閣)이 이올(彛兀)에게’로가 연다.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상명대학교에서 석사과정중인 최우현의 안무작이다. 2022년 ‘UDTT STUDIO’가 연출한 퍼포먼스 비디오 프로젝트 ‘연향’ 3기를 통해 창작된 작품을 최우현, 고영현(함께 한 달 대표)의 2인무로 재창작됐다. 연암 박지원의 ‘호질(虎叱)’을 원전으로 한다. ‘호질’은 큰 호랑이가 “누굴 잡아 먹을까?”하며,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위선과 아첨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호랑이가 꾸짖다’라는 ‘호질’의 의미를 창작성 높게 풀어냈다. 실용무용의 춤적 요소가 적극 수용된 작품으로 선비가 창귀(倀鬼)에게 홀린 것을 개성있게 담았다. 안예은의 ‘창귀’ 노래가 춤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며, 2인무가 줄 수 있는 앙상블의 힘을 극대화했다. 최우현의 차기 안무작도 기대할만큼의 면모를 보여준 무대다.

최우현, 고영현의 ‘굴각(屈閣)이 이올(彛兀)에게’

궁중무용으로 분위기가 바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을 졸업한 오세연의 ‘춘앵전’이다. ‘무산향’과 더불어 정재의 대표적인 독무다. 노란색 앵삼, 화관, 오색한삼이 화문석 위를 거닌다. 궁중무용의 격을 보여준 이 작품은 가을 속 봄을 마주한 느낌이다.

오세연의 ‘춘앵전’

경쾌한 리듬과 빠른 동작이 몰입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서울기독대학교를 졸업한 권예림의 ‘쟁강춤’. 변화무쌍한 가락에 맞춘 춤의 변주가 청아하다. 이어진 춤은 ‘한영숙류 살풀이춤’이다. 숙명라라무용학원과 프롬에스컴퍼니 대표인 염미주가 춘다. 한성준-한영숙-정재만으로 이어지는 춤맥을 견지하되 ‘침잠된 한의 절제된 승화’로 귀결되는 응축된 전통춤맛을 향기로 피어낸다. 정재만류 춤 사군자 중 국화에 비유되는 작품이다.

염미주의 ‘한영숙류 살풀이춤’

국화 향에 이어 난(蘭)의 향기가 그윽하게 퍼진다. 경기도당굿 무속장단을 바탕으로 구성된 ‘한영숙류 태평무’다. 한국체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임혜지의 홀춤으로 선보인 이 무대는 단아함과 우아함이 점철된 춤사위로 시선을 끌었다.

임혜지의 ‘한영숙류 태평무’

타악성 강한 무대가 연속 이어진다. 먼저 흥겨운 사물가락에 춤사위가 얹혀진 신명의 대명사가 된 ‘진도북춤’이다. 상명대학교 미래교육원 외래교수인 최예지는 북채 두 개를 가락성을 더해 치며, 양손의 미학성을 드러냈다. 피날레는 ‘설장구’가 장식한다. 임실필봉농악 이수자인 오현택은 테크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춤을 흡입력있게 이끌어 낸다.

최예지의 ‘진도북춤’

오현택의 '설장구'

하담이주연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이주연 대표는 승무 이수자, 한밭전국국악대회 대통령상 수상자다. 전통춤을 올곧게 이어가며, 창조적 활용과 계승을 도모하는 무용가다. 이번 공연에서는 연출 및 예술감독으로 춤의 강약과 깊이를 조절하고, 구성과 춤미를 조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춤의 맛과 멋, 격(格)과 율(律)을 더해준 무대, ‘춤, 香’은 춤의 향기 이상이다. 하담만이 전해줄 수 있는 춤 선물이다.

이주연, 하담이주연무용단 대표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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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춤, 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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