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움큼
찰흙의 점성, 물성을 넘어 춤성으로 이어지다
한정미 안무의 ‘움큼’
이주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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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14:12 | 최종 수정 2024.01.0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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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찰흙(clay)은 시시각각 변한다. 의도와 비의도를 숙명으로 안고 사는 물체다. 때론 유년기의 추억도 소환한다. 댄스PRO젝트 점선면 예술감독인 안무자 한정미는 찰흙이라는 소재 연구에서 이 작품을 태동시켰다. 찰흙이 지닌 점성(粘性)과 무게가 무용수의 몸에는 작용과 반작용을 일으킨다. 균형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안무자는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균형을 사회적, 심리적, 예술적 시각 등 다양한 관점으로 균형잡기를 말하고자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찰흙이 무용수들의 몸에서, 서로가 지탱하는 관계속에서 울려 퍼지는 에너지가 팽팽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찰흙라는 오브제를 적극 활용해 몸으로 전이시킨 ‘움큼’이다. 서울문화재단 2023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인 이 작품은 2023년 12월 10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찰흙 점성의 끈끈함이 물성(物性)을 넘어 춤성으로 이어진 창의적 무대였다.
무대 후방에 세트가 위치하고 있다. 에너지 넘치는 음악과 함께 4명의 여자무용수가 중간중간 숨을 내쉬며 조형을 이뤄나간다. 무대 오른쪽 1명의 무용수가 찰흙 덩어리를 누르고 앉는다. 작은 찰흙 덩어리가 던져 올려진다. 이러한 행위는 공연 중간중간 이어져 에너지를 공급, 변환, 수용하는 매개 역할을 했다.
무대 세트를 타고, 무용수들이 들어온다. 6명의 무용수가 느릿하게 무대를 기어다닌다. 무대 중앙에서 한 명씩 빠지며, 인간탑이 쌓여진다. 빠짐과 생성이라는 전개 양상은 균형과 불균형의 점철 속에서 중심축을 잡아가려는 외침이다. 묵직하다.
찰흙의 성질처럼 떼고 붙기가 반복된다. 결합과 분리, 중력과 자장성까지 읽을 수 있다. 4명의 무용수가 사방에서 찰흙으로 무언가를 만들 때 한정미, 김병화의 2인무가 이어진다. 무브먼트를 통해 여러 감정적 메시지가 발산된다. 몸은 점성이 된다. 찰흙의 물성을 뛰어넘는다. 리듬감 있는 6명이 풀어내는 군무가 춤의 밀도를 상승시킨다. 일제히 찰흙을 바닥에 투척한다. 때론 밟기도하며, 공연은 마무리 된다.
이 작품은 현대인이 살아가는 삶속에서 ‘관계’, ‘균형’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찰흙과 몸의 교차점을 직조해 풀어냈다. 예술적 치환력과 확장성을 보여준 무대다. ‘움큼’의 의미를 새롭게 썼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공연사진 : 손관중 교수(black.hand.photo)
7dance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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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움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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