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강윤주의 전통춤 ‘花舞畫幅’

전통 舞・樂・畵가 융합된 무대
화무(花舞)의 태평성대를 마주하다
강윤주의 전통춤 2023, ‘화무화폭(花舞畫幅)’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4.01.14 17:36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그림같은 춤 무대였다. 전통 춤(舞)・음악(樂)・그림(畵)이 융합 돼 전통춤의 가치를 웅숭깊게 길어올렸다. 2023년 8월 29~30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개최된 ‘강윤주의 전통춤 2023, 화무화폭(花舞畫幅)’은 진중하되 스며드는 무대를 통해 우리춤의 미래를 밝게 한 시간이다. 2023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작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2021년도에는 ‘강윤주의 전통춤 2021, 화무화첩(花舞畫帖)’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성공적으로 치룬 바 있다. ‘화무(花舞)’라는 콘셉트로 연속성을 가지고 춤을 구성하고, 풀어내는 기획력도 엿보인다. 브랜딩(branding)에 유효하리라 본다. 공연의 전체 구성은 한성준-한영숙-박재희로 이어지는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과 ‘벽파입춤 가인여옥’이다. 여기에 전통음악그룹 ‘판’의 ‘새가락 별곡’이 어우러져 풍성함을 더했다.

춤(舞)・음악(樂)・그림(畵)이 융합된 '화무화폭(花舞畫幅)'

악(樂)이 흐른다. 춤도 흐른다. 민화를 배경으로 영상이 산수(山水)를 그려낸다. 이 또한 춤이 됐다. 악과 무를 화폭에 담는데는 서울시무형문화재 민화장 보유자인 정귀자(정승희)의 힘이 컸다. (사)춤랑예술원 이사장이자 강윤주춤랑무용단 대표인 강윤주가 ‘살풀이춤(한영숙류)’으로 문을 연다. 절제미, 우아미, 정중동의 무태(舞態)가 호흡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진다. 살풀이춤이 지닌 ‘내적 심정(心情)의 춤적 승화(昇華)’는 이 춤이 지닌 미덕이다. 그 지점을 정확히 포착한 무대다.

강윤주, ‘살풀이춤(한영숙류)’

춤과 음악은 한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가분의 관계다. ‘살풀이춤’에 이어진 ‘새가락 별곡(別曲)’이 그러하다. 새가락별곡은 가야금 명인이자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인 성금연에 의해 창작된 가야금 독주곡이다. 지영희(1909~1980)・성금연(1923~1983) 선생 부부와 한영숙(1920~1989) 선생과의 만남은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1940년대 한영숙, 강선영(1925~2016) 선생이 춘 ‘태평무’ 공연에서 성금연 선생이 가야금 가락을 얹어 연주하는 것이 바로 새가락 별곡의 모체다. 이는 1960년 초반 한영숙류 태평무 음악을 완성시키는 데 기여했다. 1960년대 중반에는 성금연 선생이 ‘새가락 별곡’을 완성하는 동인이 됐다. 지난 2023년 10월 2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의 춘사(春史) 성금연 탄생 100주년 기념연주회 ‘소리길을 찾아서’ 무대를 현장에서 평자는 목도한 바 있다. 유인상을 중심한 전통음악그룹 판의 연주는 정교했다. 울림이 있었다. 특히 김나영의 가야금 독주는 역사의 줄기를 타는 듯 미학성을 부여했다.

가야금 선율과 함께 강윤주가 사뿐히 등장한다. 이성준의 대금소리와 함께 춤이 시작된다. 부채가 공간을 열고, 춤이 여백을 채운다. 산뜻함과 경쾌함이 더한 후, 아정하게 마무리 된다. 눈 내리는 영상과의 오버랩도 시선을 끈다. 박재희류 ‘벽파입춤 가인여옥(佳人如玉)’이다. 이 춤은 벽파 박재희(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 예능보유자) 선생이 부채를 활용해 안무한 입춤 형식의 작품이다. ‘옥과 같이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뜻의 의미가 작품 제목에 들어가 있듯 춤을 통해 가인여옥의 실체를 마주한 것은 춤의 행복, 그 자체다. 향후 이 작품이 많은 무대에서 선보여지길 기대한다.

강윤주, 박재희류 ‘벽파입춤 가인여옥(佳人如玉)’

(사)벽파춤연구회 회원이자 학연화대합설무, 태평무(한영숙류) 이수자인 영남대학교 객원교수인 류언선의 우정출연이 무대를 환기시킨다. 환기시키되 상기시킨다. ‘승무(한영숙류)’의 울림이 시작된다. 한성준-한영숙으로 이어지는 춤맥을 탄탄하게 보여줬다. 승무가 지닌 미학성은 다층적이다. 이날 무대에서는 승무가 지닌 내재미를 자신의 춤적 질감으로 구현했다.

류언선, ‘승무(한영숙류)’

피날레 무대이자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태평무(한영숙-박재희류)’. 궁중무용의 미적요소와 민속무용의 흥과 신명까지 담지된 전통춤의 백미 중 하나다. 강윤주의 스승인 박재희 선생은 2019년 태평무 보유자 인정을 받았다. 강윤주는 한영숙류와 인연이 깊다. 12살, 처음 무용을 배운 레퍼토리가 ‘한영숙류 살풀이춤’이다. 제27회 한국무용제전 개막무대에서 박재희 선생이 춘 태평무는 그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경희대학교에서 학・석・박사를 마친 강윤주는 2017년도 경희대학교 태평무 특강에서 스승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2020년도 태평무 첫 전수자 모집에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 해 부단히 학습했다. 그 결과, 2023년 8월 17일 당당히 ‘태평무 이수자’라는 타이틀을 부여받았다. 이번 공연 10여일 전이다. 태평무 춤에 임하는 그의 자세와 모습이 춤을 통해 선연하게 드러난다. 정성을 다해 춤을 풀어낸다. 무형유산인 태평무의 전통춤길을 다부지게 내고자 하는 의지가 확인된다.

강윤주, ‘태평무(한영숙-박재희류)’

‘자신의 춤은 익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하는 강윤주는 종묘제례악(일무) 이수자, 태평무 이수자에 이어 평안남도무형문화재 김백봉춤 전수자이기도 하다. 쉼 없이 정진하는 모습에서 춤의 여명은 새로운 춤빛을 마중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순수한 움직임과 함께하다’라는 뜻을 지닌 ‘춤랑’. 강윤주가 이끌고 있는 춤랑예술원과 춤랑무용단의 비전이 고스란히 담겼다. ‘춤본’을 근간으로 ‘춤혼’을 담고, ‘춤푸리’하는 강윤주의 2024년 춤길을 바라본다. 밝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사진 : 옥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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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강윤주의 전통춤 ‘花舞畫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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