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바다와 소금, 불가분의 관계다. 인천문화재단 후원으로 진행된 아트노리터의 신작 ‘해염(海鹽)’은 바다, 인간애, 삶을 담고자 했다. 지난 11월 24일(금), 인천중구문화회관에서의 무대는 인천의 지역성에 기반한 콘텐츠 개발이란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무용을 중심한 공연콘텐츠 개발은 결국 문화콘텐츠와 상관성이 있다. 문화콘텐츠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문화원형(文化原型)이다. 고유성, 정체성, 원형성 등 여러 인자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미심 안무의 무용극 ‘해염(海鹽)’은 인천지역 설화를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천시 연수구의 ‘날개달린 아이’가 그 모티브다. 태어난 후, 우환이 생길 것을 우려해 아이를 죽인다. ‘용마설화’, ‘아기장수 설화’라 불리는 설화다. 안무자는 인천지역에 바탕해 이야기 단초를 마련했다. 특히 인간의 이기심에 주목했다. 또한 인천지방 근해에서 부르는 여인들의 춤인 ‘나나니타령’을 모티브로 한 인천향토춤인 ‘나나니춤’을 작품의 제재로 삼았다. 나나니타령은 여인들의 고단한 생활을 물장구 장단에 맞추어 부르는 갯가노래다. 갯벌춤이라 할 수 있는 나나니춤과 자연스럽게 호응된다.
결국 이 작품은 인천지역 설화에 바탕해 인간의 이기성을 한국무용의 내재성과 연결시키고, 서사성을 부여해 작품을 풀어냈다. 바다로 향하는 남편, 이를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을 통해 여인의 고단함, 외로움, 두려움은 증폭된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를 떨쳐내기 위한 몸부림이 중요하다. 강인함이 요체다. 한 여인의 삶은 단순히 개인 차원에서 머물지 않음을 말한다. 여자의 삶이 우리네 삶과 닮아 있음을 역설한다.
‘바다와 여인’이란 부제를 단 이 작품은 솔로춤, 앙상블, 군무의 다양한 변화, 음악과 소리의 뒷받침 등이 조화롭게 연결 돼 작품 전개가 편안하다. 남편을 떠나 보내고, 바다 안으로 들어가는 여인의 모습(정미심), 배를 타고 떠나간 아버지(여성룡), 바닷길을 열어주는 바다의 신이자 여인들의 지킴이(오세인) 등의 극중 설정은 주효했다. 여주인공 이현지는 삶을 살아가는 여인의 고락을 표현했으며, 남주인공 한상익은 아내가 사랑하는 남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무대에서 구현했다. 주인공, 군무들의 고른 기량은 작품을 채워나가는 기반이 됐다. ‘흔들못’ 주인공 이현지는 이번 무대에서도 좋은 피지컬과 감성, 춤성을 십분 활용해 중심 캐릭터 몫을 다했다. 오세인은 어리지만 솔리스트로서의 면모까지 보여 작품에 힘을 실어줬다. 아트노리터 대표 정미심은 초반부에 등장해 중량감 있는 감성과 움직임으로 작품의 문을 묵직하게 열어줬다.
공연이 시작되면, 정미심의 솔로춤과 남자의 ‘뱃놀이’ 소리가 구슬퍼게 퍼져 나간다. 바다로 떠난 남편에 대한 애잔함, 이를 바라보는 아내의 처지가 대조를 이룬다. 작품에서 천을 들고 나갈 때는 마치 바다를 이고 나가는 듯하다. 이어진 6명의 군무는 삶의 지층을 이뤄 바다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투쟁하듯 순응하는 감정선의 교차감이 좋다. 짧게 끊어지는 강한 동작들이 파도를 헤쳐나가는 듯 하다. 남녀 주인공 사랑의 춤 듀엣이 이어질 땐 지난날의 사랑을 연상시키고, 현재의 모습까지 오버랩된다. 남녀 무용수들의 군무와 여주인공의 솔로춤이 여울지며 막이 내린다.
아트노리터의 이번 신작 무대는 바다와 인생이라는 거대 담론을 ‘해염(海鹽)’이란 요체에 부여해 창작성을 부여했다. 공연 전 사회자(최유림)의 친절한 해설, 극중 소리꾼의 음악적 기여도 시선을 끌었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역동성보다는 잔잔함이 중심 위치를 차지한다. 이번 작품은 인천지역이라는 지역성과 문화원형을 직조해 의미있게 풀어낸 무대다. 지원기관에서도 관심있게 바라보고, 연속성과 확장성을 유지하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 인천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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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해염(海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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