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구색(具色)

춤의 축제, 전통의 축제, 춤맥의 축제
2022 충남 전통춤 문화제, ‘구색(具色)’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12.31 18:40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구색을 제대로 갖춘 무대가 펼쳐졌다. (사)한국전통춤협회 천안시지부(지부장 정도겸)가 마련한 ‘2022 충남 전통춤 문화제 – 구색(具色)’이다. 2022년 9월 16일(금), 천안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은 국가 및 시도지정 무형문화재를 중심한 다채로운 춤 빛깔이 ‘하늘 아래 편안한 도시’라 불리는 천안(天安)에서 전통춤길의 비전을 던져줬다. 한국전통춤협회는 전국에 여러 지부를 두고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지역 전통춤의 확장은 가속화되리라 본다.

총 아홉 작품 중 첫 문은 이매방류 ‘승무’가 연다. 5명(정도겸, 장현순, 오수미, 천성현, 서예원)의 무용수들은 전통춤맛을 승무로 일깨운다. 왜 승무가 민속춤의 정수인지를 환기시킨 값진 무대다. 이어지는 춤은 강선영류 ‘태평무’. 진쇠장단을 비롯해 낙궁, 터벌림, 도살풀이 등 다양한 가락의 변주가 춤과 하나된다. 태평무 이수자인 임현선 전 대전대학교 교수의 경륜있는 움직임은 춤의 나이테를 굵게 만들었다.

‘승무’

호남산조춤 이수자이자 협회 지부장인 정도겸 선생은 산조 특유의 흩어짐과 모아짐을 ‘호남산조춤’으로 구현했다. 호남산조길을 잘 걸어온 느낌이다. 춤태와 춤성을 고루 갖춘 정도겸이 풀어낸 춤은 여운있게 마무리 되며, ‘전라교방입춤’을 정성스럽게 마중한다. 고명구, 조은성, 임선례, 조용주, 박영미가 춘 이 춤은 구성진 소리에 춤을 하나씩 얹으며 시작된다. 소리와 춤의 이상적인 결합, 부채의 움직임 속에 퍼지고 모아짐이 돋보인다. 장단 사이를 유영하는 춤의 매력은 그대로 객석에 전달된다.

'호남산조춤'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처용무’는 윤연희, 원유선, 김선, 정도겸, 장현순 등 5명의 무용수가 벽사의 느낌을 진중하게 수용해 묵직하게 던져주었다. 처용무와 호응도가 높은 ‘시나위살풀이춤’을 협회 이사장인 이길주 호남산조춤 보유자가 중량감 있게 담는다. 남도 시나위 장단, 여성미, 한과 슬픔의 승화를 경륜있게 처리했다.

'처용무'

남은 세 작품의 공통점은 활달함이다. 첫 테이프를 ‘무당춤’이 끊는다. 박영미, 조용주, 장현순, 천성현, 서예원이 춤 춘 이 작품은 굿판의 정서와 의례성을 담아 열림과 닫힘의 힘을 보여준다. 부채, 방울의 사용, 화려한 복식과 춤의 하모니는 춤의 밀도를 높이는 기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어 세 명(김솔지, 이현애, 유현정)이 ‘진도북춤’으로 이어 받는다. 세 무용수는 적절한 대형 변화 속에서 진도북춤이 지닌 양손의 미학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객석에 박수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김솔지가 특히 돋보였다. 피날레는 천안시립풍물단 서한우 예술감독이 책임졌다. 등장만으로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반주단과 음악적, 춤적 호흡을 일궈내 서한우류 설장고임을 입증했다.

공연 타이틀 중 ‘문화제(文化祭)’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 ‘축제’와 결을 같이 한다. 춤의 축제요, 전통의 축제요, 춤맥의 축제라 할 수 있다. 구색을 안성맞게 한 춤 무대다. 지역의 고유성과 춤의 일반성이 이번 공연을 통해 합집합을 이룬 것은 큰 수확이다. 천안흥타령의 고장인 천안 지역에서 해당 프로젝트가 연속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2022 충남 전통춤 문화제 '구색' 단체사진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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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구색(具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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