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전통놀이와 현대무용이 만나다. 주리네댄스프로젝트(대표 진주희)가 마련한 이색적인 공연, ‘놀아라! 거북이’는 명확한 콘셉트, 탄탄한 기획과 무대화, 문화콘텐츠 개발과 확장이라는 미덕을 고루 갖춘 무대다. 가을 정취 물씬 느껴지는 옥천전통문화체험관(2022년10월 29일)에서의 한바탕 놀이는 놀이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전통놀이와 현대무용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예술의 영역 확장에 성공한 이번 공연은 기획 및 연출, 안무를 맡은 진주희 무용가의 열정과 노력에 기반한다. 이 프로젝트는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다. 2021년에는 ‘던져라! 공깃돌’ 공연을 통해 공기놀이와 무용의 융합을 보여줬다. 올해는 거북놀이와 현대무용의 만남을 적극 시도했다.
조상들의 멋과 지혜, 재미와 여가라는 여러 키워드를 지닌 전통놀이는 전통문화 중에서도 그 영역이 굳건하다. 전통문화에는 전통음식, 전통의상, 전통의례, 전통놀이, 세시풍속 등 여러 갈래가 있다. 이 중 전통놀이는 여가와 삶, 놀이를 통한 공동체성의 발현 등 다양한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 명절에 하는 전통놀이(연날리기, 줄다리기, 윷놀이 등), 일상생활에서 하는 전통놀이(진놀이, 공기놀이, 딱지치기, 투호 등) 등 전통놀이는 삶 속에 여유와 재미를 주는 다채로운 ‘놀이 빛깔’을 지닌다. 이번 무대에서 펼쳐진 ‘거북놀이’는 정월 대보름날과 추석에 농촌 청년들이 하는 놀이다. 수숫대와 짚을 이용해 거북이 등껍질을 만들고, 그 속에 사람이 들어가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움직인다. 풍물패와 함께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고, 그 집안의 복을 빌어준다. 거북놀이는 경기도 이천을 비롯한 한강 이남의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지역에서 연희되었다. 주인공은 거북이다. 십장생(十長生) 중의 하나인 거북은 바다 동물 중에서도 가장 오래 살고, 또 병이 없는 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단순히 오락이나 놀이 기능만이 아니라 무병장수와 풍년 기원, 동네 잡귀 퇴치 등의 의미를 지닌다. 연희를 통해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고, 협동의 집단의식 발현을 통해 마을 공동체 유지라는 역할을 했다. 현대사회는 전통사회와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고유한 기능이 그대로 반영될 수는 없지만 재해석된 공연을 통해 일상 속 신선함, 선조들의 지혜를 맛볼 수 시간을 가지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놀이무용’의 탄생이 반가운 이유다.
충북 옥천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인 주리네댄스프로젝트의 이번 공연은 역량있는 젊은 무용가들(강유민, 김지은, 양진솔, 이현수, 최재호)이 공감의 무대를 펼쳐냈다. 공연장은 한옥을 배경으로 거북이 집 다섯 채가 무대 세트로 위치하고 있다. 맨 오른쪽 집에서 손들이 움직인다. 남자 무용수 한 명이 왼쪽 잔디밭에 누워 있다. 세상을 구경하고픈 듯 고개를 삐죽 내민다. 궁금한 듯 만져보니 반응을 보이자 쏜살같이 거북이 집으로 들어간다. 풍물 소리와 함께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어 나온다. 거북놀이가 한바탕 유쾌하게 펼쳐진다. 관람하러 온 아이들, 어른들 모두 흥미로운 눈빛으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놀이의 힘이자 무용 움직임의 팽팽한 전달력 때문이다.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야외 마당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은 거북놀이와 현대무용의 융합을 통해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주리네 만의 컨템퍼러리 댄스를 보여준 이번 무대는 시리즈를 통해 전통문화콘텐츠 개발과 확장이라는 미션을 의미있게 수행했다. 충청북도, 충북문화재단의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작이기도 하다. 지자체와 지역 문화재단은 지역성과 일반성을 동시에 갖춘 전도유망한 이 같은 예술단체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춤으로 즐기니 놀이가 춤이 되고, 춤이 놀이가 됐다. 공기놀이(2021년), 거북놀이(2022년)를 성공적으로 마친 주리네댄스프로젝트의 다음 놀이가 벌써 기다려진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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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놀아라!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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