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숨 개관공연

숨에 길을 더하다
예술극장 숨 개관공연&전북아트컴퍼니 길 창단공연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11.03 17:55 | 최종 수정 2022.11.03 18:19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예술극장 ‘숨’이 아름다운 숨을 내쉬었다. 2022년 10월 21일, 예술극장 숨(대표 한유선)에서 개최된 예술극장 숨 개관공연이자 전북아트컴퍼니 길 창단공연에서다. 숨의 관장이자 한유선미리암스발레단의 단장인 한유선 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는 개관・창단의 출사표로 문화예술의 요람을 천명한다. 여러 세대가 즐기고 공감하는 공간, 공연과 전시, 강연, 교육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면모다. 이를 입증하듯 이날 무대는 ‘융합(convergence)’이라는 키워드를 미학적으로 구현한 향연이었다. 전북문화예술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할 전북아트컴퍼니 길의 창단은 ‘숨’에 ‘길’을 더한 ‘내일을 향한 숨길’임을 알렸다.

'호두까기 인형' 중 그랑파드되

공연 전, ‘차세대 리더상’ 시상식이 시행됐다. 전북 도내에서 우수한 실력을 갖춘 자에게 주는 상이다. 대상자는 세 명(팀)이다. 전수현 전수현웨딩대표는 정건세(남원국악예고), 김요섬 농업회사법인 ㈜디자인농부 대표는 이윤아(전주예고), 김종직 (주)엔시팅 대표는 완주소년소녀합창단에게 각각 시상했다. 시상식 후, 프로그램은 영상을 통해 관객들이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애피타이저(appetizer) 역할을 했다. 오프닝 무대는 스크린이 올라가며 완주소년소녀합창단이 연다. 예술극장 숨의 공간적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테라스에 위치한 단원들의 노래가 먼저 숨을 내쉰다. 가을 공기가 예술 공기와 부딪혀 공명을 일으킨다. 극장 안으로 들어와 추가 곡을 부를 때는 건강한 숨, 예술의 숨이 합창 하모니처럼 어우러진다.

'완주소년소녀합창단' 공연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의 첫 무대는 클래식과 남녀(오대원, 김혜진) 2인무가 ‘숨에서의 멋진 날’을 장식한다. 씬디 킴(김영숙)의 피아노 반주는 춤에 생명력을 더했다. 클래식 발레의 형식미와 내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그랑파드되(grand pas de deux)다. 한유선의 재안무, 백인규와 김민영이 춤 춘 ‘호두까기 인형 그랑파드되’는 호흡, 테크닉, 표정의 삼박자를 고루 갖추었다. 춤으로 이야기하듯 경쾌함과 우아함을 안정적으로 처리한다.

고민석의 색소폰 연주와 어우러진 현대무용가 최연주, 정승준의 듀엣은 색소폰 음색을 타고 넘으며, 춤적 질감을 더한다. 내면의 숨을 내쉬게 만든다. 차세대 리더상을 수상한 이윤아는 신체의 유연함, 음악 해석력, 춤적 집중력이 돋보였다. 수상자 선정 이유를 ‘나는 이윤아입니다’라는 작품에서 증명한다.

‘나는 이윤아입니다’

장인숙류 ‘전주부채춤’

살풀이춤과 부채춤의 양가성이 수용된 장인숙류 ‘전주부채춤’을 김혜진 호남살풀이춤 이수자가 춤추다. 쥐고 있던 부채 두 개를 펼칠 땐 흥의 맛을 내고, 이별의 정한을 그리는 듯한 마지막 장면에서는 한의 멋이 발산된다. 오은미의 플라멩고, 김진웅, 강세나 부부 무용가의 댄스 스포츠는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댄스 스포츠' 공연

클래식 발레 ‘해적 2막 그랑파드되’는 대중성이 강하다. 기교와 듀엣의 하모니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문대하의 재안무로 김동희와 김현수가 호흡을 맞췄다. 은빛 물결 가득한 배경 영상 속 2인무가 기품있게 문을 연다. 각자의 솔로춤은 메도라와 알리의 캐릭터를 충분히 읽을 수 있게 했다. 브라보(bravo) 소리 높다. 피날레는 국악과 현대무용의 만남이다. 방수미 명창의 내공있는 소리에 춤이 어우러져 깊이가 더해진다. 님을 부르는 소리와 남자 솔로춤의 결합은 예술성을 담보한 연결성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유진수 JTV 전주방송 아나운서의 매끄러운 사회, 배정민 작가의 프로그램 현장 스케치는 숨을 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해적' 2막 중 그랑파드되

국악과 현대무용의 만남

지역 문화예술의 요람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예술극장 숨의 개관공연과 전북아트컴퍼니 길의 창단공연은 지역을 담되 지역을 뛰어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리라 본다. 빼곡한 극장 스케줄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창작과 더불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숨길’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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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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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외래교수)-이주영의 무용읽기_숨 개관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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