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묵화의 흑과 백

한지에 농담(濃淡)이 스며든 주제가 있는 전통춤판
묵직하되 세련된 ‘묵화(墨畫)의 흑과 백’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08.03 14:06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먹의 농담을 이용한 그림, ‘묵화(墨畫)’. 한지에 농담(濃淡)이 스며들 듯 무대 위 춤사위가 유유했던 ‘묵화(墨畫)의 흑과 백’이 2022년 7월 28일, 대구 달서아트센터에서 진행됐다. 2022 대구문화재단 전통무용활동지원사업 선정작인 이 공연은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한국을 오가는 심현주 Dance with us가 주최했다. 작년 12월, 같은 공연장에서 2021 대구문화재단 창작활동지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전통과 창작을 넘나들며 활발한 예술 활동을 펼치는 심현주 대표는 독일에서도 한국무용을 널리 알리고, 자신의 예술세계를 더 확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살풀이춤’

이번 공연은 불교의식무, 제의식무, 무속무를 중심으로 주제가 있는 전통춤판을 기획, 구현하고자 했다. 의도는 적중했다. 각 테마에 맞는 춤들이 함께한 춤꾼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춤이 지닌 고유의 색감을 세련된 연출과 구성으로 달구벌을 달궜다. 묵직하되 세련됨은 이번 공연을 관통하는 핵심어다.

총 여덟 작품 중 첫 문을 ‘진쇠춤’이 열다. 조선시대 전통공연예술의 중심을 이루는 것이 재인(才人)이다. 이동안 선생에 의해 전해지는 진쇠춤은 경기도 도당굿 진쇠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으로 무속의식 춤 중 유일하게 궁중무용적인 요소도 지니고 있다. 위엄있고 당당하면서도 유연한 춤이다. 문자영, 손예란, 최우정, 장윤미, 백소희가 묵화의 정원에 온 손님들께 환영의 인사를 전한다.

‘진쇠춤’

‘범무(梵舞)’, 즉 불교의식무용에는 대표적으로 ‘나비춤’, ‘바라춤’, ‘법고춤’, ‘타주춤’ 등을 들 수 있다. 이 춤들은 불교의 불법(佛法)을 상징하고, 불법의 수호를 기하며, 불법의 환희를 담아, 불법에 이르는 길을 다짐한다는 각각의 의미가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불교의식무 중 ‘영남바라춤’과 ‘육법공양무’를 연이어 선보였다. 도량을 청정하게 하며, 마음 정화의 뜻이 담긴 ‘영남바라춤’은 장래훈, 김효정, 박주아, 김정민, 심현주가 함께했다. 무대 입체성을 높혀 공양의 의미를 더했다. 느릿한 가운데 숭고미를 더한 ‘육법공양무’를 통해 한결같은 정법 실현 의지를 장래훈, 김효정, 김영숙, 박주아, 김정민, 김나연, 이정희가 정성스럽게 담아냈다.

‘영남바라춤’

‘육법공양무’

춤 행선지가 대구로 향한다. 한국춤의 주요 특질 중 하나라면 ‘맺힘과 풀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두 작품 ‘고풀이’와 ‘살풀이춤’은 ‘푸리춤’의 진면목을 목도하게끔 했다. 송임숙, 송선숙, 홍순이, 추현주, 김정원이 춘 ‘고풀이’는 긴 수건만큼이나 복잡다단한 삶의 무게를 풀어냈다. ‘삶의 고’, ‘춤의 고’, ‘인생의 고’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춤에 대해 ‘하얀 비나리’라 명명한 적이 있다. 세상을 향해 던지는 하얀 빛깔의 축원덕담을 담은 춤이란 의미다. ‘고풀이’와 하나의 짝이 된 대구시무형문화재 제9호 ‘살풀이춤’을 추현주, 홍순이, 심현주가 장식한다. 무대 위 하늘로 향하는 염원의 손길을 상징하듯 긴 천이 드리워진 가운데 심현주의 솔로춤은 담백하되 깊다. 세 명이 함께 출 때는 ‘승화(昇華)’의 빛이 강하게 내리쬔다.

‘고풀이’

이번 공연에는 대구와 부산 지역 무용가들이 함께 해 춤맛을 더 진하게 우려냈다. 망자를 위한 무속의례인 동해안 오구굿에 비롯된 ‘지전춤’은 김진홍류 특유의 질감을 담아 장래훈, 송임숙, 송선숙, 김정원이 넋을 달랜다. 피날레는 ‘동래학춤’이다. 놀이마당춤과 사랑방춤이 어우러져 탄생된 덧배기의 매력이 가득한 이 춤은 김일한, 강현정, 손예란, 백소희가 고고한 학이 되어 무대를 비상했다. 비상의 기운이 공간을 유영한다. ‘묵화(墨畫)의 흑과 백’ 중 ‘백(白)’으로 마무리되다.

‘지전춤’

‘동래학춤’

‘환영’, ‘공양’, ‘승화’, ‘기원’의 의미가 주제별 작품에 투영돼 빛을 발한 심현주 Dance with us의 ‘묵화(墨畫)의 흑과 백’은 수목(水墨) 속 수채(水彩)의 맛을 담은 춤풍경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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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묵화의 흑과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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