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W.NEXT STEP

영화 속 발레가 춤추다
‘Screen-X 미디어파사드 융복합공연 W.NEXT STEP’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2.12.30 17:01 | 최종 수정 2022.12.30 17:05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2022년도는 전북 완주에 위치한 예술극장 ‘숨’의 행보가 주목받은 한 해다. 10월 공식 극장 개관 이후, 한유선미리암스발레단, 전북아트컴퍼니 길의 연속 무대는 전북 지역을 넘어선 포지셔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Screen-X 미디어파사드 융복합 공연 W.NEXT STEP’은 또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예술극장 숨 주최, 전북아트컴퍼니 길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번 공연은 ‘2022 민간문화시설 기획프로그램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2022년 11월 20일(일), 26일(토) 각각 시행됐다. 20일은 ‘변화의 바람 – 공존’이라는 타이틀 아래 한국무용과 판소리를 대상으로 미디어 기술을 접목해 전통공연예술의 현대적 변주로 감성 미학을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26일(평자 관람)은 ‘Movie in Ballet’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와 발레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획득했다.

‘여인의 향기’

첫 문은 탱고발레가 연다. 조성미 재안무, 조성미와 허대청이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1992년에 선보인 영화 ‘여인의 향기’의 명장면 탱고씬을 탱고발레로 감각적으로 구성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퇴역 장교 프랭크 슬레이드 중령과 식당에서 처음 만난 도나의 매력적인 탱고가 단박에 시선을 끈다. 탱고 음악이 선율을 매혹적으로 이끌어 갈 때마다 발레의 채색미는 영화를 넘어 무대에서 향기를 피워낸다. 우아함과 경쾌함을 동시에 선사한 이 작품은 탱고발레가 지닌 흡입력을 객석에 전달한 무용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했다.

‘여인의 향기’

두 번째 작품은 넘실대는 대양으로 향한다. ‘해적영화’하면 바로 떠오르는 ‘캐리비안의 해적’을 오마주 해 발레 ‘해적(Le Corsair)’을 재구성했다. 정수영의 재안무로 구성된 이 작품은 양서아, 이종명의 파드되와 정수영 발레컴퍼니의 청소년 발레리나 8명이 앙상블로 호흡을 맞췄다. 역동적인 군무가 영화에서 먼저 펼쳐진다. 이후 앙상블이 화사하게 발레의 문을 연다. 앙상블이 주는 맛을 무대에 선사한 후, 발레 ‘해적’ 명장면인 파드되(pas de deux)를 환상적으로 펼쳐낸다. 고난이도 테크닉을 적절하게 구현함으로써 박수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2인무 중간에 앙상블 장면을 넣어 구성미를 더했다. 성공적인 재안무로 손색이 없다.

‘캐리비안의 해적’
‘캐리비안의 해적’

마지막 무대는 애니매이션 영화 ‘발레리나’가 무대에서 또 다른 ‘발레리나’를 자연스럽게 마주한다.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발레리나를 꿈꾸는 영화처럼 완주지역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아이들의 꿈이 예술극장 숨에서 이루어지는 듯 했다. 강요요의 재안무로 가인무용예술원 10명의 아이들이 춤추는 모습은 미래를 밝히는 꿈의 동산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향후 청소년들이 이런 무대를 통해 전문 무용가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 부여는 교육, 예술, 사회적 측면에서 기여하리라 본다. 영화의 주요 장면이 나온 후, 4명의 아이들은 영화 스크린에서 나오는 듯 춤을 이어간다. 영상과 춤의 결합은 이질감 없다. 10명의 아이들이 빚어내는 ‘애니매이션 발레리나’는 객석의 박수 소리에 맞춰 춤이 마무리 된다.

‘캐리비안의 해적’

공연과 더불어 20일, 26일 양일간 진행된 ‘전북도민들과 함께하는 댄싱체험’도 부대행사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각 작품을 모티브로 인트랙티브 영상기법과 접목된 무용 체험학습은 살아있는 춤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직접 해봄으로써 산교육의 장이 됐다. 26일 발레 공연 후, 발레 클래스를 무대에서 열어줌으로써 참여한 청소년들이 발레 테크닉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 된 것도 인상깊다. 이번 공연은 각 작품과 연결되는 영화 선정이 주효했고, 재안무를 통해 발레의 매력을 보여준 무대다. 예술극장 숨의 관장인 한유선 총예술감독, 문대하, 김초롱 조연출, 최연주, 김민주 극장 스태프들의 열정과 노력 또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 장르와 장르 간 결합 등 다양한 융합의 시도가 이루어지는 예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할을 지역사회에서 더욱 넓고, 깊게 보여주길 바란다. 지자체와 문화재단 등 지원기관은 이러한 사업이 연속성과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23년에 펼쳐질 예술극장 숨에서의 다양한 레퍼토리는 이에 부응하리라 본다.

‘애니매이션 발레리나’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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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W.NEXT ST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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