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재인청춤판

전통춤맥의 발원지, 재인청춤
<2021년 재인청춤판 - 재인청춤과 춤이 된 아리랑>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1.07.19 05:00 | 최종 수정 2021.07.21 10:38 의견 0

[댄스TV=이주영 칼럼니스트 ] 우리춤사(史)에 있어 재인청춤을 빼놓을 수 없다. 재인청(才人廳)은 재인(才人)·무부(巫夫)·광대(廣大) 등이 구성한 자체 조직이다. 조선 후기에 결성된 재인청의 재인은 흔히 ‘광대’라고도 불렸다. 직업적 예능인을 총칭한 광대. 광대가 지닌 예술적 미덕을 오늘에 간직하고, 그 의미를 올곧게 이어오고 있는 재인청춤전승보존회. 재인청춤의 대가인 이동안(1906~1995)의 직계 제자인 정주미가 중심이 돼 마련한 ‘2021년 재인청춤판’은 우리춤의 뿌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심층적으로 볼 수 있는 무대다. 2021년 6월 26일(토)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개최된 이번 공연은 ‘재인청춤’과 ‘춤이 된 아리랑’이 춤 소리를 제대로 낸 시간. 80분 시간을 알차게 구성한 이번 무대는 재인청춤의 가치를 오늘에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진쇠춤


‘재인청춤’ 첫 무대는 ‘팔박굿거리춤’이 연다. 군무가 연주소리와 함께 일렁이기 시작한다. 11명 군무의 유유한 흐름은 역사 속 재인이 오늘에 이르러 숨을 쉬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이어진 춤은 ‘진쇠춤’. 정주미 등 7명의 진쇠춤꾼들은 장단을 춤이 되게하고, 춤을 장단이 되게한다. 편안하게 춤을 이어가다. 중반부 4명이 춤출 땐 진쇠춤이 지닌 강함 속 유함이 서로의 눈빛 속 호흡으로 빛났다. 2인무가 경쾌함을 더한 후, 다시 7명으로 구성된 후에는 태평소 소리와 함께 진쇠춤 면목을 활기차게 보여주다. 대열, 구성 등 신경 쓴 모습이 역력하다.

엇중몰이 신칼대신무


남자 솔로춤으로 선보인 ‘엇중몰이 신칼대신무’는 천지가 합일하는 느낌을 자아낸다. 하늘을 열는 것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이 춤은 장단 변화에 따른 흐름을 기민하게 읽고 잘 응수했다. 기원 동작으로 마무리된다. 이어진 ‘태평무’는 강선영류, 한영숙류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복식, 움직임 등 여타 태평무와 차이를 보인다. 3명, 솔로, 4명의 춤 대형이 차례로 이어진다. 예(藝)와 예(禮)를 동시에 갖춘다. 공간 활용도 적절하다.

태평무


‘춤이 된 아리랑’ 무대는 각 지역의 아리랑을 춤으로 담았다. 이채롭다. 아리랑은 한국, 한국인이다. 역사와 삶, 과거와 미래가 직조된 바로 ‘우리’다. 이번 무대에서는 각각의 특색을 지닌 아리랑의 청각성을 시각화했다. 특히 오늘 공연에서는 각 레퍼토리 안무에 사용된 오브제 사용이 눈에 들어온다. 밀양아리랑(진쇠), 강원도아리랑(부채), 한오백년(살풀이 수건), 상주아리랑(작은 부채), 해주아리랑(가면, 작은 수건), 정선아리랑(맨손) 등이다. 춤의 생명력을 담아내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

밀양아리랑춤


아리랑의 기운을 서서히 끌어내기 시작한 첫 작품 ‘진도아리랑’부터 아리랑 고개길을 넘어가는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 ‘강원도아리랑’, 느릿함 속 정서가 일품인 ‘상주아리랑’ 등 매 작품 하나하나가 춤과 음악의 일체를 확인시킨다. 아리랑 메들리 이후 보여준 ‘어머니’에서는 정화수 떠놓고 기도하는 어머니 모습이 촛불 영상과 함께 애잔하게 퍼진다. 울림이 크다. “어머니 꽃 구경 가요. 제 등에 업혀 꽃 구경 가요”라는 노랫말이 춤의 능선을 넘고 또 넘는다. ‘춤이 된 아리랑’은 희망의 아리랑이요, 미래의 아리랑이다. 1인 퍼포먼스 느낌이다. 단단한 창작성을 보여주다. 군무로 구성한 ‘다함께 아리랑’을 끝으로 여운있게 마무리된다.

해주아리랑춤


재인청춤의 의미를 강하게 확인시킨 이번 무대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춤 자산이다. 전통춤맥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춤이 된 아리랑’은 잘 구성해 춤극이나 음악극으로도 연출 가능하리라 본다. 정주미와 재인청춤전승보존회 역할을 더욱 기대한다.

춤이 된 아리랑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고려대 문학박사)

(출처 : 댄스TV 보도자료)

7dancetv@naver.com
Copyright(C)DANCETV,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자(c)댄스티브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댄스TV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