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이지은의 ‘1인’

‘혼자’와 ‘함께’라는 춤의 독창이자 이중창 무대
이지은 안무, ‘1인’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4.02.08 15:07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의 ‘EWHA 4D PROJECT’. 이 프로젝트는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Dance’, ‘Diversity’, ‘Dream’, ‘Development’라는 ‘4D’다. 몸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소통하고, 꿈을 추구하는 마음을 견지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고 성장시킨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2023년 9월 8일(금), 금천뮤지컬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공연 중 세 번째 무대를 장식한 이지은 안무의 ‘1인’. 1인 가구시대를 맞이한 현대사회에서 ‘혼밥’으로 대표되는 1인의 정체성, 가치가 무엇인지 묵직하게 탐색했다.

이지은 안무의 ‘1인’

공연이 시작되면, 작은 밥상을 가운데 두고 이지은과 남자 무용수가 게임을 한다. 장기, 바둑을 두는 듯 하다.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다. 이지은은 받아든 그릇을 떨어뜨린다. 6명의 무용수들이 무대후방에서 무심히 이를 지켜본다. 군무진 각자에 그릇 두 개를 배치한다. ‘1’과 ‘2’라는 숫자를 넘어선 함의가 보인다. ‘혼자’와 ‘함께’라는 명제다. 요리사 모자를 쓴 사람의 박자에 맞춰 밥그릇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이지은은 흩어진 밥그릇을 상위에 올린다.

이지은의 솔로춤 후, 1명씩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펼쳐낸다. ‘혼자’를 벗어나 ‘함께’라는 의미가 중량감있게 더해진다. 춤공간이 형성되고, 동작성이 강해진다. 메시지 전달력이 증폭돼 춤적 설득력이 높다. 밥공기를 밥상위에 쌓으며, 공연은 마무리된다.

‘1인’

임예지, 정승우, 류다연, 김윤서, 이건, 이준렬, 김민성, 이지은이 출연해 식사자리에서의 온기(溫氣)를 소환해 정(情)을 설파했다. 1인이라는 편의성과 대척점에 있는 고독, 고립, 우울이라는 단어를 호명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환기시킨 철학적 안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며, 이화여대 대학원 무용과 박사과정중인 이지은의 안무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명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한 오브제의 적극적인 활용, 솔리스트와 군무와의 대칭성, 춤적 조형을 일구어 낸 구성미가 돋보인 무대였다. ‘혼자’와 ‘함께’란 춤의 독창이자 이중창 무대다.

‘1인’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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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이지은의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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