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태평무의 날
야외광장에서 울려퍼진 太平聖代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전승회, ‘태평무의 날’
이주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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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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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소풍같은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김진미 사회자의 목소리가 야외무대에 청명하게 울려퍼진다. 2023년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 박재희 보유자의 공개행사 ‘태평무의 날’은 2023년 10월 22일(일) 오후 3시, 청주문화제조창 중앙광장에서 열렸다. 실내를 벗어나 야외에서의 이번 공개행사는 ‘다함께 태평무를 춤추다’라는 부제가 그 의미를 알려주듯 태평무를 통해 하나되는 시간이었다. 예술감독(박재희), 지도(홍지영, 손혜영, 김진미)의 예술적 리드하에 21명의 이수자와 60여 명의 전수자, 30명 가까운 진행요원까지 한 마음으로 태평의 기상을 청주에서 울렸다.
‘청주농악’이 길을 연다. 청주농악보존회의 무대다. 농악의 흥겨움이 축제성을 높이기 시작한다. 잔디광장에 피어나는 연희성에 박수소리 높다. 지역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더했다.
농악의 신명을 ‘십이체장고춤’이 이어받는다. 이 춤은 열두 가지의 개성있는 춤사위로 구성된다. 김취홍-오천향-한혜경으로 이어지는 춤이다. 임미례, 강주형 등 여자무용수 7명, 남자 2명이 농염한 장단 속 유쾌한 장단으로 신명을 더한다.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 장고춤의 매력을 발산했다.
고수현, 장연희 등 여자무용수 5명이 함께한 ‘벽파입춤’. 서정성 있다. 소품인 부채의 적극적인 활용, 가락을 타고 넘는 맛이 일품이다. 정제된 경쾌함이 담지됐다. 2006년 초연된 이 작품은 ‘가인여옥(佳人如玉)’의 의미처럼 여인의 심성과 자태가 입춤의 무태(舞態)를 고양했다.
노란색 저고리 의상이 가을에 내려 앉는다. 김수악의 구음에 교방성 짙은 춤이 아로새겨진다. 장인숙의 재구성으로 채색된 이번 ‘진주교방굿거리춤’은 전, 후반부의 상반된 춤적 질감을 4명의 무용수가 의미있게 보여줬다. 교방미학이다.
2부의 시작을 ‘태평무’가 알린다. 청아함까지 느껴지는 음악 속에 박재희 보유자를 중심으로 이수자 19명의 군무가 시작된다. 광장 공간을 충분히 활용해 구성미가 더해진다. 한성준-한영숙-박재희로 이어지는 이날의 태평무(한영숙류)는 춤맥의 소중한 가치를 보여줬다. 보존과 전승을 위해 태평무전승회를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중부지회, 서울지회, 영남지회를 중심으로 전수활동이 이어진다. 다양한 장단 변화, 장단을 타고 넘는 세밀한 발디딤, 절제된 호흡, 격조있는 춤성은 태평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아로새겼다. 전승은 미래다. 초등학교 5학년 전인호는 ‘태평무의 꿈’이란 무대를 통해 세자가 품은 행복한 세상을 솔로춤으로 그려냈다.
64명의 전수자가 등장한다. 전승회 유니폼을 입고, 슈즈, 흰 장갑을 착용했다. ‘다함께 태평무를 춤추다’라는 작품명처럼 공간 특성을 충분히 살려 구성과 배열을 조화로운 춤이 이어진다. 피날레 무대 ‘모두가 어절씨구’는 일반인들과 학생들의 짧은 태평무에 이어 관객과 출연진 함께했다. 원무형식의 군무는 함께하는 춤, 전통예술의 미덕까지 확인시킨다.
이번 공개행사 ‘태평무의 날’은 공개행사라는 의례성을 넘어 ‘다함께’라는 공공선까지 보여준 무대로 기억될 것이다. 태평(太平)의 날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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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태평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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