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블루아워(BLUE HOUR)
인류에 고(告)한 춤 보고서
이지희 안무, ‘블루아워(BLUE HOUR)’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4.01.23 14:22 | 최종 수정 2024.01.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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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예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窓)이다. 프리즘이 되기도 하고, 때론 현미경이 되기도 한다. 기후변화, 에너지 등 인류의 생존과 연결될수록 그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춤을 통해 동시대적 사회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움직임으로 사유한 무대가 있었다. 무브포켓(예술감독 손관중, 대표 이지희)이 ‘인류에 고(告)한 춤 보고서’다. 2022년 제43회 서울무용제 경연작으로 주목받았던 이지희 안무의 ‘블루아워(BLUE HOUR)’. 2023년 11월 8~9일, 동덕여자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무대가 펼쳐졌다. 서울시 지원사업 ‘공연봄날’이다. 이 사업은 ‘학생들은 공연 보는 날, 공연계는 봄날!’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알 수 있듯 공연을 통해 학생과 공연단체 모두에게 윈윈(win-win)을 주고자 한 프로젝트라 볼 수 있다. 핵심은 검증된 공연콘텐츠를 청소년들에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현대무용이라 무브포켓의 이번 공연이 자칫 학생들에게는 어렵게 여기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기우였다. 암전되고, 큰 박수로 작품을 맞이하는 기대의 눈빛이 공연의 닻을 기분좋게 올린다.
우주를 깨우듯 미니멀한 움직임이 서서히 피어난다. 여러 겹의 가느다란 튜브를 쓴 무용수를 중심으로 관찰과 응시가 교차된다. 드론(drone)이 응집된 군무 위를 난다. 의상에 적외선이 감지되듯 여러 빛깔로 투영된다. 인류가 집어삼킨 푸른 행성이 붉게 타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시각성 좋다. 사유의 움직임이 공간의 밀도를 고조시킨다. 몸으로 피워내는 열림의 미학이 흡입력 있다. 남자무용수를 중심으로 군무들이 퍼져 나간다. 군무진들이 바닥에 누워 있을 땐 긴장감마저 든다. 인간의 욕망은 늘 시소(seesaw)를 타게 마련이다. 균형잡기다. 욕망의 과잉은 결국 부메랑처럼 화근이 된다. 재처럼 변한 세상에서 바라본 유토피아(utopia)와 디스토피아(dystopia)의 또 다른 시소다. 안무자는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 척박한 땅 위의 모습을 ‘사막의 눈물’로 명명했다. 파괴와 충돌의 부작용이 쓰디쓰다. 인간은 불안과 고독에 휩싸이게 마련이다. 작품명 ‘블루아워(BLUE HOUR)’를 통해 제시하고자 한 주제가 명징해진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뜻을 지닌 ‘블루아워’는 어스럼한 시간속에 피아(彼我) 식별이 안되는 형상을 말한다. 균형을 잃어버린 세상에 대한 경종이다. 낮과 밤이 교차되는 시간, 블루아워를 통해 추출해 낸 통찰력이 돋보인다.
템포감있게 움직이는 군무의 밀도가 마치 블루아워로 가는 기차같다. 마지막엔 쓰러진 무용수들에게 꽃을 나눠준다. 복원이다. 회귀다. 삶에 대한 희망의 꽃피우기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순리를 뛰어넘는 인류의 명제라 할 수 있다. 인류(人類)가 딛고 있는 ‘오늘’이란 이름의 순백성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를 어떻게 열어가야 할지에 대해 화답했다. 섬세한 감정표현, 융합기술의 적용, 솔리스트와 군무의 입체적 움직임이 그 역할을 했다. 경연작 무대보다 젊어진 역동성도 한 몫했다. 그 이름은 ‘블루아워(BLUE HOUR)’.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7dance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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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블루아워(BLUE 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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