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대학무용의 지평

컨템포러리 대학무용교육의 실천적 모색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세미나, ‘대학무용의 지평’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3.05.31 10:07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대학무용교육’을 말하다. 이를 담론으로 상정한 세미나가 열렸다. 2023년 5월 25일(목) 오후 3시, 이화여자대학교 ECC 이삼봉홀에서 개최된 이번 세미나는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60주년, 이화여자대학교 137주년을 기념했다. 특히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창설 6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에 맞춰 대학무용을 논하는 자리다. 척박했던 당시 교육 현실을 고려할 때, ‘국내 최초 4년제 대학교 무용과 창설’이라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무용교육의 문을 연것이나 진배없다. 이화여대 무용과 이후, 순차적으로 각 대학교에서 무용과가 개설됐다. 최초라는 상징성은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 변화되는 교육 환경을 고려한 선제적 노력 또한 요구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세미나는 ‘이화무용×60’ 전시에서 동문들이 소장한 자료가 전시돼 이화의 기억을 오늘에 소환하듯 대학무용교육의 오늘과 내일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60주년 기념 세미나 단체사진

무용과 60주년 기념 영상이 세미나의 문을 활짝 연다.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장은 개회사에서 “춤은 거대한 지성이다”라는 니체(F. W. Nietzsche)의 말을 언급하며, 춤과 이화여대 무용과의 가치를 높였다. 정승희 추진위원장의 애정어린 격려사,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축전에 이어 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한명옥 무용과 총동창회장, 조남규 대한무용협회 이사장,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의 축사가 차례로 이어갔다.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장의 개회사

세미나는 3명의 발제 이후, 지정토론과 자유토론이 연이어 진행됐다. ‘글로벌 무용교육의 상황과 변화’라는 주제로 샌디에이고 대학교 오주연 교수가 첫 발제를 맡았다. 미국 대학교에서 재직하고 있는 강점을 살려 미국 대학 교육과 예술교육의 상황을 진단한 후, 춤의 참여적 가치 등 시사점을 밝혔다. 교육 경영 개편 전략 등 주요 사례의 한국적 수용과 적용은 고민할 지점이다. 이어 이정연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는 ‘대학무용교육의 변화와 모색’을 주제로 대학무용교육의 현실과 변화를 위한 제도적, 현실적 노력 등을 언급했다. 대학무용교육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실기 3분법의 재개념화, 전문 조직 및 사회 연계 활성화, 내용학(지식)에 대해 역설했다. 대학 및 무용과의 통폐합 등 녹록지 않은 작금의 현실을 환기시키며, 대학 교육과정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변화의 중요성과 필요성과 더불어 교육과정의 변화 양상 제시는 대학무용교육의 역할을 선명하게 했다. 세 번째 발제는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대학무용교육의 산실, 이화의 역할’이라는 주제 하에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의 현황을 진단하고, 제언했다. 학과 정체성 개발과 그에 따른 커리큘럼 개발, 무용교육자 양성, 타교 출신 교수(강사)의 적극적인 영입 등을 통해 모교 발전을 방안을 제시했다.

샌디에이고 대학교 오주연 교수의 발제

발제 이후, 제환정(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유화정(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지도교수), 김율희(서울예술대학교 강사)는 교육 환경과 변화에 따른 유연함과 능동적 대처 등 세 명의 발제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자유토론에서는 임인선(대림대학교 교수), 문영(국민대학교 교수), 이나현(전북대학교 교수), 정옥희(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안수현(무용과 대학원 학생회장), 김하린(무용과 학부 학생회장) 등이 패널 간 문답 구조를 통해 토론했다. 한혜리 경성대학교 교수가 토론의 좌장을 맡아 모더레이션했다. 협력거버넌스 필요 등 변화에 대한 다양한 모색, 무용교육을 위한 영역 확장, 현장과의 연결성 증대 등 여러 의견이 오갔다. ‘변화’라는 키워드가 그 중심을 차지한다. 결국 변화라는 것은 다각적 진단에 따른 문제점 직시와 미래지향적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세미나는 여러 이슈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후, 해법을 탐색했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다.

‘이화무용×60’ 전시

현재 국내 무용과 수가 기존 50여 개에서 30여 개로 줄었다. 이는 단순히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산율 저하, 학령인구 감소를 비롯해 교육 정책과 환경 등 제반요소에 대한 다각적, 다층적 진단에 따른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현실적 문제라는 점에서 세밀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세미나는 대학무용교육 발전을 위한 상생적 담론의 장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다.

팬데믹 사태를 맞으며 디지털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변혁기에는 균형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학자들이 언급한 ‘뉴 이퀼리브리엄(New Equillibrium)’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중심잡기는 중요하다. 여러 기준과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균형의 방향, 대상, 주체, 방법에 대한 고민은 대학무용교육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학무용교육의 발전을 위한 노력은 단기가 아니라 중장기적 호흡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변화’라는 화두가 이번 세미나에서 많이 언급된 것은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가 차지하는 상징성, 그에 따른 기대감과도 무관하지 않다. 결국 ‘선점(preoccupancy)’과 ‘선도(lead)’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세미나에서 언급된 제반사항에 대한 경청은 변화를 선도하는 출발점이 되리라 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를 이끌어가며, 미래사회를 위한 대학무용교육의 역할과 방안을 기존 선행연구를 토대로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세미나 '대학무용의 지평' 포스터

첫째, 대학무용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자. ‘개혁’과 ‘혁명’의 의미 차이가 있듯 패러다임에 대한 담론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의 대학무용교육은 ‘실천적 대학무용교육’을 뜻한다. 변화하는 법률, 제도, 행정, 환경(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대한 기민한 반응을 통해 무용이 지닌 내재성과 예술성이 증폭될 수 있는 근본적인 예술교육에 대해 답할 때다.

둘째, 융합과 통섭의 교육이다.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전통성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보유한 이화여대 무용과를 볼 때, 이와 연동시킬 수 있는 여지는 크다. 창의성, 소통, 감성, 사회적 통합의 가치는 향후 폭과 깊이를 더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창의적 융합예술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에 속도가 더해져야 한다.

셋째, ‘휴머니즘(humanism)’의 가치가 담보된 대학무용교육이다. 문화예술적 감성과 인문학적 상상력은 주된 요소다. 대학무용에서 견지해야 될 미덕이다. 특히 무용예술이 지니는 고유성이 증폭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현재진행형인 ‘컨템포러리 무용교육’으로 귀결된다. ‘동시대성’이자 ‘현대성’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현재성’이다. 현재는 오늘과 내일을 마주하는 길목이자 플랫폼이다. 대지이자 바다다. 광활하고 더 넓은 교육의 대지와 바다에서 무용이란 배는 순항해야 한다. 대학무용교육이란 닻을 새롭게 올려야 한다.

넷째, 학제간 연구가 수용된 미래형 무용교육이다. 교육부는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인한 급격한 사회변화 및 교육환경에 대응하고 미래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 ‘2022 교육과정’ 개정을 발표한 바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역량’ 기반 교육이다. 2022 개정에서는 2015 개정에서 제시한 ‘의사소통’ 역량이 ‘협력적 소통’ 역량으로 개선되면서 ‘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 사고, 심미적 감성, 협력적 소통, 공동체 역량’ 등 6가지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역량’이란 키워드를 감안하자면, 하이브리드(Hybrid) 역량, 하이터치(High Touch)-하이테크(High Tech) 역량,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등 시대적 흐름에 발맞춘 역량 강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research) 기반 교육의 고도화와 확장이다.

대학무용교육을 발전을 위해 그동안 산적된 숙제도 해결돼야 할 사항이다. 예술로서의 무용교과 독립, 교사 양성(재교육) 및 임용 신설, 교육 내용과 방법의 동시대화 등 무용교육의 정체성이 담보된 미래 무용교육의 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60주년 기념 세미나는 ‘대학무용의 지평’이란 타이틀에 부합됐다. 예술교육의 숭고한 가치가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리길 기대해본다. 춤은 지성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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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대학무용의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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