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벌거벗은 임금님

벌거벗은 세상에 경종 알린 벌거벗은 임금의 특별한 춤 행차
대전시립무용단의 춤으로 그리는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3.04.19 01:57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춤으로 그린 동화’. 상상만해도 즐겁고 유쾌하다. 대전시립무용단(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의 2023년 두 번째 기획공연 ‘벌거벗은 임금님’(2023.3.29~4.1,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은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었다. 무용단은 그동안 해마다 상・하반기에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사했다. 작품은 동서양을 넘나든다. 대표 레퍼토리를 들자면,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피노키오’, ‘옹고집전’, ‘토생전’, ‘백설공주와 일곱친구들’, ‘콩쥐팥쥐’, ‘핼러윈 신데렐라’, ‘혹부리영감’, ‘효녀심청’, ‘미녀와 야수’, ‘알라딘과 요술램프’ 등 다채롭다. 문학작품의 무용 전환이 대다수다. 향후 계속 진행될 명분과 실리를 갖추었다.

대전시립무용단 기획공연 '벌거벗은 임금님'

코로나19가 완화된 이후의 공연, 극장을 들어서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빨간 방석을 조심스럽게 객석의자에 올려놓는다. 공연 볼 준비가 된 듯 아이들의 기대감이 눈빛에 가득하다. 공연이 시작되면, 화려한 복장의 재단사 남녀 두 명이 나와 익살스런 재롱을 부린다. 임금, 신하, 악단, 백성들이 나오자 아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기 시작한다. 꽃춤이 분위기를 싱그럽게 한다. 비트있는 음악 소리, 경쾌한 춤이 박수소리와 하나 된다. 동화적 분위기 속에 내레이션 역할을 한 동화구연(김융정)이 작품 이해를 돕는다.

강영아 안무, '벌거벗은 임금님'

대전시립무용단 수석 강영아 안무, 부수석 유재현 연출에 의한 이번 작품의 원전은 1837년 안데르센이 쓴 ‘벌거벗은 임금님(원제: Kejserens nye Klæder)’이다. 원제는 ‘황제의 새로운 옷(The Emperor’s New Clothes)’이다. 어느 왕국에 새롭고 멋진 옷만을 좋아하는 임금님이 살고 있다. 두 명의 재봉사가 꾀를 내 임금님에게 근사한 옷을 지어주겠다고 한다. 이들이 지어 준 특별한 옷은 실상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이다. 임금님은 이 옷을 입고 길거리를 행진한다. 행진 도중 한 아이가 말한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임금님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멋진 임금님이 되기로 결심한다. 진짜 축하파티로 마무리 된다.

춤으로 그리는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이번 공연은 몇 가지 측면에서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첫째, 기획공연의 가치 발휘다. 전문 예술단체에서 시행하는 기획공연은 예술성 우선의 정기공연과 달리 예술성은 견지하되 기획적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는 게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이 공연은 ‘춤으로 그리는 동화’라는 부제이자 슬로건처럼 목적성을 분명히 했다. 둘째, 레퍼토리 구축 측면에서 유리하다. 매해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 구축된 레퍼토리는 무용단의 보유자산으로 순환성, 지속성 담보라는 의의가 있다. 셋째, 문화서비스 제공 역할이다. 콘텐츠, 특히 무용은 문화콘텐츠다. 작품인 공연상품과 서비스라는 양 축을 동시에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관객 눈높이를 맞춘 공연은 서비스 가치 제고에 일조한다.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童話)’라는 대상을 중심에 높고 볼 때, 즐거움과 교훈 제공이라는 목적 달성, 동화와 무용의 연결과 이에 따른 캐릭터의 효과적인 처리, ‘겉모습보다 내면의 중요성’이라는 주제의식 구현, 오케스트라 피트(orchestra pit) 내 무대 단 배치를 통한 관객과의 소통 강화 등 여러 면에서 기여했다. 발레의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역할을 한 줄자, 가위, 다리미, 바늘과 실 등의 캐릭터 댄스는 춤적 재미 제공과 전개를 유연하게 했다. 반면에 동화작품 개발의 어려움도 있다. 무작정 재미있고, 동화적 분위기만 이루어낸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브랜드 공연으로 확고히 자리잡기 위한 노력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관객 눈높이는 상승하기 때문이다. 임금에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옷을 만들어 주고자 한 이번 공연은 벌거벗은 세상에 경종 알린 벌거벗은 임금의 특별한 춤 행차다. ‘춤으로 그리는 동화’의 존재이유를 말한 시간이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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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벌거벗은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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