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평양검무의 脈

평양검무의 맥(脈)을 잇고, 뛰게 한 무대
평양검무전승보존회, ‘평양검무의 脈’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3.04.28 00:10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검(劍)이 빛났다. 평양검무의 맥(脈)을 잇고, 맥을 뛰게 한 무대다. 평안남도무형문화재 제1호 평양검무 정기공연, ‘평양검무의 脈’ 공연은 2023년 4월 19일, 안양아트센터 수리홀에서 개최됐다. 임영순 보유자가 이끌고 있는 평양검무전승보존회가 마련한 무대다. 남쪽에서 꽃피운 북녘의 춤사위 ‘평양검무’는 평양검무의 1대 보유자인 故 이봉애 선생이 안양에서 뿌리를 내린 이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안양에서만 올해로 31회째를 맞았다. 초대 보유자가 염원한 올곧은 보존과 전승은 임영순 보유자에 의해 그 맥을 유지하고 있다. 보유자는 팜플렛 인사말에서 “평안남도무형문화재 제1호 평양검무의 뿌리, 줄기, 열매는 하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곱씹어보건대, 이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올곧은 계승, 창조적 발전을 위한 염원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대승적 차원의 포용이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평양검무 원형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또 하나는 琴初 이봉애 선생 구전에 의해 창작 재구성 복원된 작품들이다.

이봉애 평양검무 원류

첫 무대는 ‘쌍검대무’가 연다. 듀엣 무대로 역동성과 지역성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활달하고 시원하다. 모든 춤은 기본무가 중요하다. ‘입춤’이 기본이 된다. ‘평양권번 기본무’는 평양검무에서 기본이 되는 동작들을 구성해 재안무했다. 한마디로 ‘임영순류 기본무’다. 보유자와 이수자들이 교대로 춤춘다. 봄바람 부는 듯한 느낌 가득하다.

쌍검대무
평양권번 기본무

평양 예기들에 의해 유행된 평양 선비의 춤적 기운 가득한 ‘풍류랑무’가 이어진다. 장단 변화에 따른 대삼소삼(大衫小參)의 맛을 세 명의 무용수가 담아낸다. 경쾌함 속에 출진(出陣)의 결의를 다지기 시작한다. 경쾌함과 활달함에 흥이 더한 ‘출진무’. 4명의 무용수가 합을 이뤄 무사들의 힘찬 기백에 신명성을 더한다. 평양권번 노기(老妓)들의 애환을 담은 춤, ‘권번의 노을’. 나이가 들었지만 노기들의 끼는 젊었을 때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애환과 해학이 점철된다. 노을이 주는 석양의 이미지와 삶을 관조하는 느낌이 자연스럽다.

출진무

임영순 보유자의 독무로 선보인 ‘브루나 살풀이’. 故 이봉애 보유자의 고증에 기반해 만든 평양의 대표춤이다. 한(恨)의 발현과 예(藝)의 승화로 압축된다. 이중성이자 양가성을 지닌 살풀이춤의 고유성은 견지하되 평양 살풀이만의 특질이 담겨있다. 음악과의 어우러짐, 춤 속 서사성은 이 춤이 지닌 미덕이다. 평양검무 원형에서 나오는 동작을 구성해 만든 ‘터벌림’은 전반부의 애잔함과 후반부의 활달함이 상반성있다. 원과 직선을 통한 대형 변화도 시선을 끈다.

브루나 살풀이

나라 잔치 때 향발을 가지고 추던 춤, ‘향발무’. 향악을 바탕으로 음악은 구성된다. 노란 국화꽃이 피어나는 느낌을 준 의상은 봄에 만난 가을 그 자체다. 대미는 평안남도무형문화재 제1호 ‘이봉애 평양검무 원류’. 역사성, 예술성, 지역성, 고유성이 담지된 이 작품을 통해 문화유산의 전승이란 시대적 소명까지 읽을 수 있다. 임영순 보유자와 전 출연진들이 함께했다. 검무가 지닌 강함과 섬세함은 우리네 삶과 닮았다. 삶길은 춤길을 안내한다. 검의 번뜩임처럼 섬광(閃光)을 무대에 드리운다.

향발무

이번 무대는 평양검무의 맥(脈)을 잇고, 뛰게 하고, 숨 쉬게 한 무대다. 역사의 숨결을 ‘전승’이란 이름으로 새겼다. 원류는 본류로 시작을 알린다. 그 시작을 따라 춤길은 이어진다. 맥은 뿌리이자 줄기이자 열매다. 하나다.

평양검무 임영순 예능보유자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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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평양검무의 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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