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홍성미의 춤

정(精)과 성(誠)의 이름으로 쓴 ‘춤의 禮’
홍성미의 춤, ‘기쁠: 喜’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3.04.17 08:48 | 최종 수정 2023.04.17 11:36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미학 본질에 대한 탐색은 미(美)와 추(醜)로 귀결된다. 춤미학 또한 같은 선상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기쁨과 슬픔을 담은 ‘희비(喜悲)’는 말 그대로 교차될 때가 많다. 삶의 성정을 웅숭깊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창무예술원 주최 ‘내일을 여는 춤’ 기획공연에서 만난 홍성미의 춤(2023.3.28, 포스트극장)은 부제 ‘기쁠: 喜’처럼 춤의 기쁨을 무대에서 한껏 담아냈다. ‘기쁘다’, ‘즐겁다’, ‘좋아하다’라는 함의를 지닌 ‘喜’ 무대를 통해 춤공감_세이레 홍성미 대표는 기쁨의 미학을 다양한 전통춤 레퍼토리를 통해 전달했다.

이번 공연은 정(精)과 성(誠)으로 ‘춤의 예(禮)’를 보여준 무대다. 총 여섯 작품 중 네 작품은 홍성미의 독무로 보여줬다.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소고춤’이다. 객원 출연작 대금산조와 설장구는 여기에 힘을 보탰다. 첫 무대는 홍성미의 솔로춤 ‘승무(한영숙류)’가 연다. 일곱 명의 연주자가 무대 왼편에 위치하고 있다. 아쟁의 현(絃)과 구음속에 ‘정(靜)’의 움직임은 ‘정(精)’을 마중한다. 공간을 유영하던 춤은 피리소리와 함께 춤의 활달함으로 이어진다. 한성준-한영숙-박재희로 이어지는 승무의 특질이 고요함 속 춤적 질감에 정확히 연결돼 객석의 울림은 커진다. 악(樂)과 무(舞)의 연결 속에서 빚어낸 춤 마디는 곧고 바르다. ‘정(正)’이다. 정동민의 ‘원장현류 대금산조’가 춤을 이어 받는다. 춤과 어울리는 짜임새 있는 곡 선정은 춤의 기운에 ‘음(音)’의 기운을 더했다.

승무(한영숙류)

무대 중앙에서 퍼져 나가는 선의 유동은 살풀이를 호명한다. 천천히 그려내면서도 정중하게 화답한다. ‘한영숙류 살풀이춤’이다. 홀춤의 미학이 정성스럽게 춤의 결을 이루어낸다. 춤의 나이테가 하나 더 추가된 시간이다. 순수미와 비장미가 교차되는 살풀이춤의 내재성은 삶의 희비를 그대로 오마주(hommage)한다. 객석의 자연스러운 박수 호응은 춤길에 숨길을 더한다.

이 공연에서는 특별히 내레이션 영상이 함께했다. 홍성미의 글을 신지연 내레이터가 읽는다. 영상과 어우러진 춤 편지는 춤에 대한 홍성미의 고백이자 감사 그 자체다. 줄곧 창작춤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전통춤길을 걸어온 지 올해로 13년임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적지않은 세월이지만 더 달려나갈 시간도 많음을 알 수 있다. 삶이 춤이 되고, 춤이 삶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정성스럽게 들린다. 잔잔한 감동은 ‘희(喜)’에‘ 희(熙)’를 더한다. 말그대로 기쁨과 감사가 빛나는 순간이다. ‘태평무(한영숙-박재희류)’가 영상의 시간을 무대의 시간으로 돌린다. 가야금의 울림속에 내딛는 발디딤이 가볍다. 스승 박재희 태평무 예능보유자를 사사한 홍성미의 이날 태평무는 기교보다는 춤의 정신을 발디딤 하나하나에 담아냈다. 다양한 장단 변화 속에 춤 흐름을 이어가는 그 모습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

태평무(한영숙-박재희류)

나각소리가 춤 시작을 알린다. ‘조선樂광대’ 공연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타악성 좋은 춤꾼 이수현은 여유있는 두드림으로 편안함에 신명을 더한다. ‘설장구(김동언류)’ 무대다. 우도농악보유자인 김동언이 재구성한 설장구를 이수현은 명징한 호흡과 타법을 직조시켜 춤과 음악으로 분사시킨다. 악기춤이 연속된다. 홍성미가 피날레 무대를 ‘소고춤’으로 마무리한다. ‘희(喜)’를 증폭시키기에 적합한 레퍼토리다. 소고와 춤의 어우러짐은 춤꾼과 관객이 하나되고, 춤길과 삶길을 자연스럽게 동여맨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홍성미의 이번 전통춤 무대는 정성이란 이름으로 춤길을 쓴 시간이다. 희(喜)가 무(舞)의 꽃을 피우다.

무용가 홍성미(춤공감_세이레 대표)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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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홍성미의 춤 ‘기쁠: 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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