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원천

本質이 묻고, 本質이 답하다
인천시립무용단, ‘○川(원천)’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3.05.28 17:19 | 최종 수정 2023.05.28 17:57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본질(本質)이 묻고, 본질이 답하다. 인천시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의 창작 신작 ‘○川(원천)’은 이렇게 객석에 원천(源泉)을 고했다. 정명훈 인천시립무용단 부안무자의 안무로 창작된 이번 무대(2023.5.12~13,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는 오행과 삶을 직조하고, 조망해 ‘삶의 과정’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이지적으로 담아냈다. 원천에 대한 질문을 ‘프로젝션 맵핑’이라는 미디어와의 융합을 통해 안무에 생명력을 더했다. 그 생명력은 결국 작품 ‘○川’이 추구하는 길이자 메시지다.

인천시립무용단 창작 신작 ‘○川(원천)’

오행(五行)은 음양오행(陰陽五行) 중 오행을 말한다. 동양에서 우주 만물의 원리를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의 다섯 가지 기운으로 압축해 설명하는 사상이다. ‘다섯 원소(Five elements)’, ‘다섯 상태(Five phases)’, ‘다섯 단계(Five stages)’, ‘다섯 과정(Five processes)’등으로 번역되는 용어임을 보더라도 오행이 지닌 심오함이 간파된다. 안무자는 이 중 ‘다섯 원소’에 주목했다. 각 요소는 독립적 원형성을 지니지만 재해석을 통해 변주의 나래를 무대에서 이어나간다. 작품의 각 장에서 보여준 오행은 삶의 궤적을 밀도있게 그려나가되 본원성을 ‘과정’이라는 연결고리에 맞춤으로써 자연스러운 순환성을 이끌어 냈다. 이 작품이 지닌 의의 중 하나다.

정명훈 안무, ‘○川(원천)’

공연 전, 무대 후방에 무용수 한 명이 웅크려 있다.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여 변화를 줌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른 성격을 지닌 것처럼 보여주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공간을 감싼다. 화이트 톤의 무대바닥은 원천이 주는 무형성을 유형성으로 치환하려는 듯 역동적 움직임을 일으킨다. 원천성 강한 군무의 움직임이 거세다. 남자 무용수를 중심으로 여자 군무의 일렁임이 우주를 탐색한다. 붉은 빛의 영상이 바닥에 세차게 흐른다. 활기차다. 화이트와 블루 톤 속에 남자가 서서히 걷는다. 오행의 행보다. 삶의 여정이다.

‘○川(원천)’

미니멀리즘한 움직임이 영상속에 녹아 흐른다. 움직임과 빛의 만남은 춤의 조형성을 구현하는 데 이바지했다. 변형과 확장의 기능적 역할까지 담보했다. 원(圓)에서 나온 군무는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보인다. 영상, 음악, 춤이 공간과 시간을 탐미하는 유미적(唯美的) 속성은 근원적 수묵성을 현상적 수채성으로 채색했다. 여자 군무의 행렬이 이어진 후, 남자 무용수에게 윗옷을 입힌다. 남자가 쓰러진다. 생(生)과 멸(滅)을 동시에 말하는 순간이다.

‘○川(원천)’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1장 ‘화’는 불같은 감정의 교류와 충돌을 담고 있다. 불을 물로 식히듯 정화성(淨化性) 강한 물의 특질을 2장 ‘수’가 말한다. 인생은 단련의 연속이다. 정금(正金)같은 삶의 순도는 결국 제련(製鍊)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3장 ‘금’이 이 과정을 단단하게 붙잡는다. 4장 ‘목’은 나무라는 생명을 통해 인생의 성장을 말한다. 마지막 5장 ‘토’는 오행의 복잡성을 대지라는 바다에 띄운다. 부침없는 삶이 없듯 시련 속 도전의 모습, 전진을 통한 삶의 개척 등 미지를 향해 달려나가는 우리네 인생이 잔뜩 스며들어 있다. 오행을 수용한 맵핑을 새로운 관문으로 향하는 길로 배치한 점은 5장을 넘어 작품 전체를 귀결시키는 장치로서 효과적이다.

‘○川(원천)’

생의 본질을 찾아가는 이 작품은 오행이라는 어려운 사상을 춤을 통해 다섯가지 요소이자 원리를 삶의 조각보처럼 구성했다. 2022년도에 부임한 정명훈 안무자의 독창적 발상에 기반한 창조적 안무 능력이 이번 무대가 입증했다. 생(生)의 과정을 오행(五行)이라는 프리즘에 통과시킨 본질에 대한 원천적인 문답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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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川(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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