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지 삼설기 완창 발표회

유창 보유자 이후, 첫 ‘三說記’ 완창 무대
‘김영지의 삼설기 완창 발표회’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3.04.26 20:51 의견 0

[댄스TV=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 글 읽는 소리, ‘송서(誦書)’. 글을 읽되 예술적으로 소리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성악이다. 2009년도 3월에 서울시무형문화재 제41호로 지정됐다. 예능보유자는 유창 명창이다. 이수자만 2022년 현재, 100명 가까이 이른다. 전통예술의 전승은 이음과 확장이란 두 터널을 지나야만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유창 보유자는 사라질 뻔한 송서・율창을 무형문화재 종목으로 끌어올리고, 다양한 전승활동을 통해 예맥(藝脈)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미있는 무대가 열렸다. 개인 발표회를 통해 전승과 창조적 계승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첫 주자는 김영지 이수자다. 김영지는 2021년도에 송서・율창을 이수했다. 제30회 전국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 일반부 대상, 제21회 경기국악제 전국경연대회 경기도교육감상, 제6회 글 읽는 나라 문화제전 명인부 차상 등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다. ‘김영지의 삼설기 완창 발표회’는 2023년 1월 28일(토), 국악로 천우극장에서 개최됐다. (사)서울전통문화예술진흥원(이사장 유창)이 운영하는 극장이다. 보유자 인정 이후, 코로나 이전에는 이 곳에서 상설무대를 수년간 한 적도 있었다.

'삼설기' 완창하는 김영지 이수자

이번 무대는 완창 발표회라는 타이틀에 맞게끔 삼설기 완창을 메인으로 한 후, 우정출연 무대, 보유자와 함께하는 무대, 발표자 단독 무대 등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첫 문은 발표회의 핵심 프로그램인 ‘삼설기(三說記)’가 연다. 이문원-묵계월-유창으로 이어지는 송서의 대표 곡이다. 김영지의 스승인 유창 보유자는 1999년 9월 19일 19시, 운현궁 노락당에서 ‘제1회 삼설기의 밤’ 공연을 통해 전승의 맥을 선포했다. 이후 삼설기 완창 발표회가 없었는데, 그날의 감동을 이어가는 역사적인 무대가 김영지 이수자를 통해 문을 연 것은 후일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삼설기’는 국문학사에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고전소설 ‘삼사횡입황천기’를 송서화 한 것이다. 세 번째 선비의 소원 말하는 대목을 통해 이상적인 삶에 대한 염원성도 확인할 수 있다. 송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코스 곡이자 대표 곡이다.

'김영지의 삼설기 완창 발표회' 포스터

긴 시간이 소요된 ‘삼설기’ 완창 후, 우정출연이 이어진다. 송서・율창 이수자인 김태수, 김형근이 이번 무대를 축하하며, 두 곡을 연이어 부른다. ‘등왕각서(滕王閣序)’와 ‘소년이노(少年易老)’다. ‘등왕각서’는 중국 당나라 때 천재시인 왕발(王勃)이 쓴 불후의 명작이다. ‘소년이노’는 명심보감 권학편(勸學篇)에 수록돼 있다. 권학의 의미, 배움의 자세,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듀엣 곡에 이어 김영지는 율창의 대표 곡 중 하나인 ‘영풍(詠風)’을 불렀다. 이 곡은 성리학의 대가인 우암 송시열이 바람을 주제로 읊은 칠언절구다. 율창 시, 상하발성을 많이 해야 하는 특징을 지닌다. 유창 보유자와 김영지 이수자가 함께하는 특별무대가 이어진다. 곡명은 ‘적벽부(赤壁賦)’. 이 곡은 송나라 때 유명한 시인인 소동파(蘇東坡)가 귀양을 가서 쓴 ‘적벽부’에서 유래한다. 적벽강에서 달밤에 벗과 더불어 뱃놀이를 할 때 흥겹게 노는 모습이 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서울시무형문화재 송서율창 유창 보유자와 김영지 이수자의 '적벽부' 공연

글과 음악의 숭고한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송서・율창’. 성악 예술의 백미인 송서・율창의 전승과 계승, 창조적 활용이 기대되는 때에 이번 삼설기 완창 발표회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9년 유창 보유자의 삼설기 완창 발표 이후, 24년이 지난 ‘삼설기 완창’ 첫 공연이라 의미를 더한다. 올해 이어질 전승자들의 무대도 기대된다.

김태수, 김형근 이수자의 듀엣 무대

이주영(공연칼럼니스트・고려대 문학박사)

7dancetv@naver.com
Copyright(C)DANCETV,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자(c)댄스티브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댄스TV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