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故 이봉애 추모 3주기 기념공연
敎와 心으로 바치고, 기리다
평양검무전승보존회의 ‘주고간 敎 받드는 心’
이주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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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4 13:49 | 최종 수정 2023.01.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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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남쪽에서 꽃 피운 북녘의 춤, ‘평양검무’. 故 이봉애 보유자의 추모 3주기 기념공연이 2022년 12월 2일(금), 인천무형문화재 전수회관 풍류관에서 개최됐다. 평안남도무형문화재 제1호 평양검무 임영순 예능보유자가 이끄는 평양검무전승보존회 주최의 이번 무대는 스승에게 바치는 마음과 기리는 마음 가득했다.
평양검무의 맥은 평양 출생인 故 이봉애 선생이 평양권번에서 10대부터 배운 평양검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연의 주최자인 도연 임영순 보유자의 역할이 컸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총괄기획 이인혜, 예술감독 정미심을 비롯한 평양검무전승보존회들이 한마음으로 스승에 대해 춤으로 예를 표했다. 프로그램북에 하나가득 담긴 추모의 글들은 무대와 하나돼 기림의 의미를 더한다. 1985년 창립된 평양검무전승보존회는 40년 가까이 예맥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12월 추모 1주기 기념공연을 시작으로 3회째를 맞이한 2022년도의 추모 기념공연은 공연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가르치다’, ‘본받다’, ‘익히다’라는 교(敎)의 뜻이 받드는 마음(心)을 통해 꽃피운 무대다.
이 땅의 예술인을 향한 기원성 강한 ‘가무악 하늘비나리’가 첫 문을 연다. 안희진 안양일소리 예능보유자와 남궁선, 김정선이 함께했다. 이봉애 선생을 기리는 마음을 담은 정다운 시인의 목소리도 하늘로 그리움을 부친다.
임영순 보유자는 ‘부루나살풀이’로 선생에 대한 추억, 그리움, 춤소명을 담았다. 한의 발현과 예의 승화가 직조된 독무다. 이봉애 스승의 구전, 임영순 보유자의 복원에 의한 이 춤은 평양예기들의 가려리면서도 강인한 예술적 몸짓, 한과 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상체 움직임을 통한 팔 동작 위주의 섬세미는 여성성을 고양한다. 단호함, 고독도 무대 공간을 누빈다. 천상영면을 바라는 박승환 당진시립예술합창단원의 목소리도 울림 있다.
평양예기들에 의해 유행된 평양선비의 춤적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부루나풍류랑무’는 김남용, 김금숙, 이정미가 호흡을 맞췄다. 평양검무 원형의 바탕을 다진다는 의미 가득한 ‘부루나터벌림’은 이승희, 홍의진, 곽옥희, 정숙경, 김혜수가 다양한 대형변화를 통해 구현한다. 신여신 평양검무 이수자의 ‘망자축원무’를 통해 축원의 의미가 더해진다.
하이라이트 무대인 ‘평양검무’. 이 춤은 역사성, 예술성이 탄탄하고, 동시대적 가치가 수용된 무형문화재 종목이다. 정미심 등 군무로 이루어진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승과 제자의 인연인‘사연(師緣)’이 환기된다. 오늘을 넘어 내일을 열고자 하는 의지까지 담겼다. 강함과 섬세함의 양면성, 여성성과 중성미까지 갖춘 이 춤은 문화유산 가치가 높다. 스승을 기리는 마음, 3주기를 통해 3년상을 턴다는 의미까지 담아 ‘기리는 心’ 무대는 임영순 보유자의 스승을 향한 고백의 목소리가 글자 한 자 한 자에 담겨 울림을 준다. 다함께 촛불을 밝혀 헌정의 의미를 더한다.
청렴과 강직한 성품으로 이 땅에 평양검무라는 선물을 준 이봉애 선생의 뜻과 예혼은 임영순 보유자를 중심한 제자들이 그 뜻을 굳건히 이어가리라 본다. 敎와 心이 하나된 시간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7dance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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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故 이봉애 추모 3주기 기념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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