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김희진의 춤

춤은 삶을 담고, 삶은 춤을 닮은 무대
김희진의 춤, ‘촉석루의 달’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3.01.23 17:38 | 최종 수정 2023.01.24 14:20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이번 공연은 몇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극장 기획공연이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성암아트홀에서 마련한 ‘우리춤 신시(神市)’무대다. 2022년 4~12월,매달 극장 기획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우리춤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다. ‘김희진의 춤’(2022.11.13., 성암아트홀)은 후반부에 편성 돼 기획공연에 힘을 실었다. 둘째, 서울교방 홀춤전의 일환이다. 교방 명인 김수악, 장금도, 조갑녀 선생의 교방 예맥을 지키는 전문 춤꾼들로 구성된 서울교방이 당대적 춤 가치를 고양한 무대다. 홀춤(독무)의 주인공은 서울교방 동인 김희진 단해무용단&DANHAE ART Lab 대표다. 셋째, ‘촉석루의 달’이란 공연 부제가 함의하듯 진주(영남) 지방의 역사성과 지역성, 춤 예술성을 소환했다. ‘교방굿거리’가 열고, ‘논개별곡’이 닫는 프로그램 구성에서 그 의미를 재확인 할 수 있다. 넷째, 다양한 류(流)를 볼 수 있다. 김수악제 김경란류, 최선류, 김경란류, 조갑녀제 김경란류가 단단히 받쳐준다. 김희진은 총 다섯 작품 중 세 작품에서 홀춤(솔로춤)으로 촉석루(矗石樓)에 선다.

달을 부르다. 달은 춤이 된다. 홀춤이 지닌 유유함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교방굿거리(김수악제 김경란류)’가 첫 문을 연다. 이 춤은 진주권번춤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다. 최완자의 굿거리춤, 김녹주의 소고춤에 바탕해 김수악이 완성한 춤이다. 김경란에 의해 무대화의 속도를 더하고 있다. 깊은 구음이 춤 마디마디를 동여맨다. 김희진이 소고를 잡을 때 춤의 깊이와 넓이가 동시에 확장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여덟마루에 담긴 사계절의 순환성, 경상도 덧배기의 풍류성, 기품까지 어우러져 춤의 맛과 멋이 익어간다.

‘교방굿거리(김수악제 김경란류)’

군무가 뒤를 잇는다. ‘동초수건춤(최선류)’이다. 전북무형문화재 호남살풀이춤 보유자 최선의 작품이다. 춤공감_숨리 대표인 김미선을 주축으로 이사라, 김유진(이상은 호남살풀이춤・동초수건춤 이수자), 김수지, 이정화 춤공감_숨리 단원이 함께했다. 붉은 치마를 입은 다섯 무용수가 인사로 춤의 예를 표한다. 서서히 춤의 줄기를 잡아간다. 하나씩 음을 따져갈 때 춤의 표정은 밝아진다. 굿거리 장단에 짧은 수건을 든 손의 어울림이 공간을 유영한다. 간결, 담백하다. 수묵화에 스며든 옅은 수채화 느낌이 넘치지 않는 화사함으로 객석과 호응했다.

‘동초수건춤(최선류)’

호남살풀이춤(동초수건춤) 이수자인 김희진이 홀춤 ‘구음검무(김경란류)’를 펼쳐낸다. 가슴에 스며드는 구음이 춤과 동행길을 나선다. 춤에서 음을 잘 탄다는 느낌을 받는다. 구음의 힘과 춤적 수용이 유려하게 연결된다. 8인의 진주검무를 김수악 유작 구음에 맞춰 김경란이 독무로 구성한 이 작품은 한삼사위, 칼사위, 맨손사위 등 다양한 춤사위의 조화가 시선을 끈다. 그 시선은 다음 춤과 자연스럽에 조우된다.

‘구음검무(김경란류)’

서울교방 동인 두 명이 춤춘 ‘쌍승무(조갑녀제 김경란류)’. 단국대 초빙교수이자 태평무 이수자인 유영란과 2020년 KBS국악대상 무용상 수상자, 장인숙희원무용단 대표인 장인숙이 함께한 이 작품은 한마디로 ‘춤의 대화이자 독백’이다. 마주해 춤 대화를 나누되 독백의 웅숭깊음이 여울진다. 먹장삼이 쌍으로 무대를 그려 나간다. 무대 반경이 확장됨을 감지할 수 있다. 승무 북놀음으로 마무리된 이 작품은 이채로운 복식미까지 준다.

‘쌍승무(조갑녀제 김경란류)’

피날레는 몰입도 높은 ‘논개별곡(김경란류)’이 마무리 한다. 김수악 선생의 유작에 기반해 김경란이 창안한 춤이다. 김희진이 서서히 춤을 부여잡기 시작한다. 서정성과 서사성이 교차된다. 수건춤이 지닌 춤적 내재성에 남해안 무속의 채색미가 가미돼 수건사위가 돋보인다. 소리와 춤의 혼연일체, 안정감있게 무대를 끌고 가는 관록, 완급 조절미가 인상깊다. 춤적 긴장감은 오히려 이완의 기제 역할을 함으로써 춤적 승화를 이룬다.

‘논개별곡(김경란류)’

서울에서 바라본 ‘촉석루의 달’ 춤 풍경은 풍요로웠다. 김희진의 춤 인생과 홀춤이 연결된다. 김희진 20대의 ‘교방굿거리’, 30대의 ‘구음검무’, 40대의 ‘논개별곡’이 그 주인공들이다. 춤은 삶을 담아내고, 삶은 춤을 닮은 무대였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사진_옥상훈

7dancetv@naver.com
Copyright(C)DANCETV,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자(c)댄스티브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김희진의 춤

저작권자 ⓒ 댄스TV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