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2022 부산 전통춤 문화제

전통춤을 통한 文化祭의 가치 고양
한국전통춤협회 부산시지부, ‘2022 부산 전통춤 문화제’

이주영 칼럼니스트 승인 2023.01.09 15:30 의견 0

[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2022년 세밑을 넉넉하게 만든 춤 무대가 부산에서 펼쳐졌다. (사)한국전통춤협회 부산광역시지부(지부장 김정원)가 주최한 ‘2022 부산 전통춤 문화제’다. 2022년 12월 20일(화),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의 이번 공연은 부산시지부 정기공연으로 지부 임원들이 중심이 돼 무대를 구성했다.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출연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무대에서 꽃 피운 시간이다. 한국전통춤협회 부산시지부는 2020년 2월 15일에 창립되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창립공연을 통해 전통춤의 활성화와 계승, 창조적 발전, 후진 양성과 저변 확대 등 여러 소임을 달성하고자 결의를 다진 바 있다. 2022년 12월에 개최된 이번 공연은 오늘을 넘어 내일을 향하고자 하는 꿋꿋한 춤 의지가 국립부산국악원을 가득 채웠다. 특별출연 포함 총 6편의 작품은 각 작품이 지닌 내재성과 독창성을 발휘하면서도 종합적으로 춤판을 구성하는 춤인자(因字) 역할을 했다.

한국전통춤협회 부산시지부장 김정원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살을 푼다’는 말은 사람을 헤치거나 물건을 깨뜨리는 모질고 독한 기운인 ‘살(殺)’을 풀어 헤치는 일이다. 전통춤 중 ‘살풀이춤’은 이에 근간을 두되 단순한 현상학적 차원을 떠나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 의미가 있다. 전통춤이 지닌 삶과 죽음, 자아와 타아, 안과 밖 등 양가적(兩價的) 측면을 응축하고, 분사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통춤협회 부산시지부장이자 춤소리예술단 대표를 맡고 있는 김정원은 이매방류 ‘살풀이춤’을 통해 맺힘과 풀림의 미학을 견고하게 그려낸다. 그 이면은 풍요로웠고, 춤의 공력이 공간을 촘촘히 메꾼다. 주홍빛 달빛 영상 배경 속 솔로춤은 ‘한의 승화’라는 춤적 가치를 높였다. 부산 동래학춤, 대구 살풀이춤 이수자로서의 면모도 감지된다.

김정원, 이매방류 ‘살풀이춤’

복잡한 감정, 분위기가 침잠된 듯 처음에는 애잔하다가 후반부에는 교방춤 특유의 흥과 여성성 가득한 춤이 무대에 그려진다. 부산시지부 이사이자 원홍무용단 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미의 ‘영남교방무’는 한마디로 ‘여인의 춤’이다. 좋은 춤집에 기반해 춤의 성정(性情)을 몸의 성정으로 정성스럽게 길어올려 춤맛을 더했다. 덧배기춤사위로 대표되는 영남의 지역성과 교방(敎坊)춤 계열이 지니는 여성적인 우아함과 섬세함이 잘 녹아 든다. 전반부가 수묵화 느낌이라면 후반부는 수채화 같은 느낌이 직조돼 대조와 대비가 춤의 비례미를 높이는 기제로 작용했다.

김경미, ‘영남교방무’

부산과 더불어 영남춤의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대구 지역에는 권명화류 춤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1927년에 세워진 달성권번(達城券番)과 대동권번(大同券番)의 중심 인물인 박지홍류의 춤을 대구시무형문화재 살풀이춤 보유자인 권명화 선생이 잇고 있다. 권명화류 ‘소고춤’은 문자영 협회 부산시지부 이사가 선보였다. 동래고무, 진주검무 이수자이기도 한 문자영은 질박미, 해학미, 여성미 등 여러 미적요소를 지닌 권명화류 소고춤을 자신의 춤 개성으로 담아낸다. 화사한 분위기 속 아기자기한 맛까지 ‘소고춤’에서 투영, 발산했다. 작은 악기인 소고, 작은 체구인 문자영이 춘 소고춤 울림은 컸다.

문자영, 권명화류 ‘소고춤’

우리 전통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춤 중 하나가 ‘승무’다. 부산시지부 이사이자 승무와 한량무(서울시) 이수자인 김미자는 이애주류 ‘승무’를 묵직하게 보여줬다. 깊이있되 편안하고, 안정감있게 처리함으로써 한성준-한영숙-이애주로 이어오는 춤길과 춤결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 것은 춤의 성과다.

김미자, 이애주류 ‘승무’

특별출연으로 함께한 이길주 호남산조춤 보유자는 협회 이사장으로 부산시지부에서 마련한 이번 무대를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 ‘호남산조춤’을 묵직한 듯 가벼운 듯, 가벼운 듯 묵직한 춤의 여흥을 형상화했다. 피날레는 부산시지부 고문으로 풍류전통예술원 대표를 맡고 있는 박종환 부산농악 장구 예능보유자가 ‘영남 채상 설장구’로 대미를 장식한다. 조판조-이용식-박종환으로 이어지는 부산농악 특유의 가락, 영남 지역 특유의 가락미가 무뚝뚝하지만 심정깊게 무대에 울림을 더한다. 기예성, 연희성, 놀이성이 점철된 설장구 한판이다.

박종환, ‘영남 채상 설장구’

이번 ‘2022 부산 전통춤 문화제’는 ‘문화제(文化祭)’라는 의미가 수용된 춤판이다. 전통춤이 지닌 역사성과 예술성을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춤과 춤을 잇는 자리였다. 김정원 지부장을 중심으로 부산지역 춤 플랫폼으로 열매맺길 바란다. 이제 새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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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2022 부산 전통춤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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