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인간부등식
관계 등식에 대한 항변과 헌정 무대
최자인 안무, ‘인간부등식’
이주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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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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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부등식(不等式)’. 두 수나 두 식을 부등호로 연결한 관계식이다. 같지 않음을 비교하는 부등식을 수학이 아닌 인간, 나아가 인간 사이에 맞춘 작품이 12월을 장식했다. 프로젝트 창의 2022년 경기예술지원 기초예술창작지원(초연) 선정작 ‘인간부등식’은 2022년 12월 14일(수),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에서 최자인의 안무 및 연출로 인간 대 인간의 관계성을 무용철학을 담아 구현했다. 철학적 사유 깊은 이 작품은 2022년의 수작(秀作)으로 평가받을 만한다. 철학, 미학, 무용학, 수학, 기호학, 심리학, 사회학 등 학제간의 연구가 무용으로 수렴된 듯한 이 작품은 안무의도를 충실히 무대에서 담았다.
공연이 시작되면, 세 커플이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있다. 손을 맞잡는다. 등식과 부등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시소 중앙의 삼각형 틀은 구심점 역할을 한다. 빨강, 녹색 등 색깔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한 명이 중심을 잡고 서 있다. 관계의 변화가 소용돌이 친다. 한 축으로 기울어져 내려간다. 심적 표현의 활기찬 조명(照明)이다. 나와 너, 우리를 유영하는 움직임이 미니멀하다. 솔로춤과 군무의 대칭성이 시소 위의 중심 기울기에 따라 변화된다. 힘의 변화, 상황 변화, 관계의 변화가 자연스럽다. 시소를 받치고 있는 삼각형 틀은 자장력(磁場力), 확장력, 중력을 담아 분사하는 축이 된다. 남자 두 명이 중앙에서 움직인다. 힘의 지각 변동을 바라본다. 오른쪽 시소 끝의 남자가 여자에게 줄을 건넨다. 줄을 늘어뜨린다. 자율과 타율, 질서와 무질서, 상대성과 동질성 등 양가성(兩價性)에 대한 사유의 진폭이 흐른다. 시소 위 남녀의 중심잡기는 관계를 향한, 관계에 대한 웅변이다.
군무가 생성과 조화, 변화를 에너지 삼아 분출시킨다. 시소 위 남녀가 서로의 줄을 잡아 끈다. 이어 곧 멈춘다. 조화와 부조화, 등식과 부등식의 행렬이다. 움직임, 힘, 질서 등 안무 요소를 적극 활용했다. 다섯 명이 시소 위에 서 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자유로운 움직임이 일어난다. 부등식의 영원함을 담고 있다. 등식에 대한 항변이자 헌정이다. 등식과 부등식의 고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다. 관계에 대한 시선도 인상적이다. 시소 위 움직임, 균형 잡기와 이탈 등이 시선을 끈다.
기대어 있는 두 사람을 볼 때 상호의존적이지만 불안해 보일 때가 있다. 아슬아슬한 관계에 대한 상징적 모습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 사회 속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뫼비우스의 띠 형상과 흡사하다. 관계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진 이 작품은 미국의 심리학자 토마스 해리스(Thomas A. Harris)의 ‘인간관계의 개선과 치료’에 근간을 둔다. 각각의 독립된 개체가 아닌 의존성 강한 두 인간의 모습을 포착하는 것은 인간 상호의존의 위험성과 불안전함을 푸는 열쇠로 된다. 특히 헤리스의 인간관계 4가지 유형인 패배형, 염세 포기형, 자아도취형, 원만형을 각 장에 넣어 흐름의 강도와 농도를 조절해 풀어냈다. 너와 나의 완벽한 수용이라는 지난한 문제에 대해 ‘우리’라는 관계를 통해 화두를 던지고, 지성적인 안무로 수용했다. 철학적 사유 깊은 ‘인간 부등식’은 부등식의 무용 적용을 통해 창작의 지층을 두텁게 했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7dance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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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인간부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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