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대구, 전통춤, 문화제라는 3요소가 춤이란 이름으로 전통예술의 가치를 더 높였다. (사)한국전통춤협회 대구광역시지부(지부장 추현주)가 마련한 <2025 대구전통춤문화제>다. 춤의 고장인 대구에서 전통춤의 맥과 혼을 열정과 창의적 도전으로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대구전통춤협회는 ‘이립(而立)’과 ‘동무(同舞)’라는 부제하에 전통춤의 미학을 무대에서 드리웠다.
1, 2부로 구성된 이번 문화제는 2025년 11월 1일, 대구 달성예술극장에서 1부 而立은 오후 5시, 同舞는 6시에 연속 진행됐다. 1부 사회는 엄선민, 2부는 홍순이가 맡아 오프닝을 의미 있게 잘 열어줬다. 전자의 무대는 참신함과 열정, 후자의 무대는 노련함과 공력이 점철됐다.
<1부 : 而立>
이립(而立) 무대는 20~30대의 신진 무용가들의 ‘차세대전’이다. 무대춤과 마당춤이란 큰 골격 아래 다채로움을 꽃피웠다.
장단에 맞춰 무대 우측에서 최백랑(경북도립국악단 무용단 단원)이 등장한다. 무대 중앙에 위치할 때 태평소 소리가 소고춤을 전조(前兆) 한다. ‘최종실류 소고춤’은 진주삼천포농악 소고놀이에 근간을 둔 춤이다. 이채로운 춤사위와 흥겨운 가락이 구성미를 채워주는 춤이다. 최백랑이 가락을 조율하며, 한 땀 한 땀 풀어낸다. 경쾌한 움직임과 신명은 기경결해(起景結解)를 정확히 관통했다.
구미시립무용단 단원인 이예림이 현(絃)의 울림 속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한영숙제 박재희류 태평무’를 통해 전통의 이름을 정성스럽게 새기며 나간다. 정교하고 섬세하다. 단아하고 우아하다. 절제미 속 한영숙류 특유의 내재미를 체화한 몸짓이 춤꽃으로 피어났다.
‘서한우류 버꾸춤’은 관객과 소통하는 힘이 큰 레퍼토리다. 전라 우도 농악의 가락성, 화려하고 미려한 동작이 춤적 에너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제25회 전국차세대안무가전 연기상 수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강남주는 등장부터 파워플하다. 자신감 넘치는 무대 매너 또한 눈길을 끈다. 패기를 기예로 연결시킨 재기 넘친 무대였다.
신명의 분위기가 순간 침잠된다. 묵직한 전통의 강을 소리 없이 건넌다. 김윤서(구미시립무용단 단원)의 ‘이매방제 임이조류 살풀이춤’이다. 구음 속 퍼져가는 선의 행렬이 공간을 유영한다. 차분하다. 편안하다. 안정된 춤적 기운이 살풀이 수건에 단단히 동여매져 있다.
제22회 서라벌전국민속무용경연대회 종합대상 수상자 이은수가 피날레를 장식한다. 경쾌한 반주 속 마당춤의 신명과 미학이 담긴 ‘이수현류 우도설소고춤’이다. 정확한 타법 구사와 춤이 조화롭다. 이 춤이 지닌 특질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공간을 자유롭게 쓰며, 자신만의 춤색을 작품에 이입시켜 이질감 없이 풀어나간 무대라 할 수 있다.
<2부 : 同舞>
신진 무용가에서 중견 무용가 무대로 전환된다. 첫 문은 국가무형유산이 연다. 국가무형유산 처용무 이수자 5명의 ‘처용무’다. 청홍황흑백 오방(五方)의 기운이 공간에 퍼진다. 박성희(송림무용단 대표), 장윤정(정운전통춤방 대표), 편봉화(구미시립무용단 훈련장), 서보근(구미시립무용단 사무장), 신명진(신명진한국춤스튜디오 대표)는 이 작품을 통해 ‘춤은 유산(遺産)’임을 천명했다.
도량을 청정하게 하며, 마음을 정화하려는 취지에서 행하는 작법무 ‘영남바라춤’. 소리가 공간을 먼저 채워 나가기 시작한다. 영남불교무용회 연화단 대표 김효정의 무대다. 힘찬 바라의 움직임 후, 춤이 이어진다. 사유 깊은 춤을 통해 전통춤에서 중요한 부분인 불교의식무의 가치를 제고했다.
대구의 지역성이 ‘최희선류 달구벌입춤’을 통해 고양된다.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 단원 주현미가 본향(本鄕)의 기치를 보여준다. 덧배기춤 특유의 투박성, 규방놀이춤의 특질을 하나씩 무대에서 풀어낸다. 덧배기 표현성이 특히 좋다. 맨손춤과 소고춤의 맛깔스러운 연결이 구성과 형식 면에서 안정감 있게 처리했다.
백색 물결이 공간을 뒤덮는다. 계명대학교 김현태 교수의 ‘장유경류 선(扇)살풀이춤’이다. 부채에 긴 명주 수건을 붙여서 추는 이 춤은 장유경 명예교수에 의해 확산되고 있는 지역의 대표 춤이다. 직선과 곡선의 만남, 오브제의 이채로운 춤적 활용 등이 창작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김현태는 종반부의 흥겨운 가락이 나올 때 춤에 노닌다. 여운 있게 마무리한다. 춤적 잔향(殘香) 깊다.
딥컴퍼니 대표를 맡고 있는 조연우(태평무, 학연화대합설무 이수자)와 김혜미(학연화대합설무 전수자)의 듀엣 무대, ‘성윤선류 노랫가락장고춤’이 문화제 전체를 마무리한다. 경기민요 창부타령, 방아타령과 장고춤이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설장고 발림이 무대에 만개할 때, 춤적 기운은 폭발적으로 상승된다. 조화로운 호흡으로 울림 있게 보여줬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대구전통춤문화제는 ‘而立’과 ‘同舞’ 두 편으로 나뉘어 연속적으로 구성, 진행된 수준 높은 전통춤 축제였다. 대구전통춤에 기여하고 있는 이 문화제가 지속적, 안정적으로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대구시와 문화재단 등 관련기관에서도 관심 있게 봐주길 바란다. 지역의 문화예술을 일구고 있는 혼의 땀방울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획과 구성, 예술성 등 제반 측면에서 이번 공연은 대구전통춤 역사에 기록될 의미 있는 시간이라 본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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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2025 대구전통춤문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