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김경희, 김영희류 산조
산조의 자유로움에 정형성을 부여한 춤 세례
<김경희의 김영희류 산조>
이주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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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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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은 설렘과 기대를 교차시킨다. 예술의 특성상 그럴 가능성이 짙다. (사)창무예술원이 주최한 2021년 <내일을 여는 춤>에 만난 김경희의 ‘김영희류 산조’는 명실상부했다. 3월 10일 관람 작품 중 필자가 이 공연에 주목한 이유는 김영희 산조춤의 맥 확인과 무용가이자 교육자인 김경희가 풀어내는 산조춤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이 작품은 故 김진걸(1926~2008) 선생으로부터 ‘산조춤-내 마음의 흐름’을 사사한 故 김영희 교수가 1994년 자신만의 산조춤을 만들어 추었으나 공연으로는 미발표작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무대는 무용사적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김진걸 선생은 1953년 가야금 산조에 춤을 실어 산조춤을 만들었다. 그의 춤 철학이 담긴 산조 ‘내 마음의 흐름’은 1960년에 작품이 완성된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춤 표정이 깃들어 있다. 직선의 솔직함, 섬세한 잔가락, 인생의 관조와 조망 등을 들 수 있다. 김영희의 해석에 의해 재창조된 이 춤은 달빛아래서 자신의 마음의 풍경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표현하고자 했다. 이날 무대에서 춤춘 김경희는 심성(心性)이 묻어나는 산조춤의 매력을 편안하면서도 격조 있게 전달했다. 춤맥이 유유히 흐르고 있음을 목도한 순간이다.
<김영희류 산조> 김경희 솔로춤
공연이 시작되면 철현금 소리가 공간을 채우기 시작한다. 김경희는 무대 후방에서 핀 조명을 받으며 중앙으로 이동한다. 산조가락을 춤가락으로 넘겨받는다. 푸른 조명 아래 공간의 밀도가 서서히 높아진다. 솔로 후 두 명의 무용수(우지영, 조상희)가 합세한다. 산조의 흥취가 더해진다. 반주는 더 탄력을 내고, 3인무가 일궈내는 춤 여운은 객석에 순식간에 퍼진다. 같은 듯 다른 듯 공간을 재치 있게 배치한 안무가 빛나는 순간이다. 중반을 향하기 시작하면서 보여주는 정(靜)과 동(動)의 교차와 배분은 산조의 자유로움에 또 하나의 정형성을 부여하는 춤 세례라 할 수 있다. 우아미가 숭고미로 치환된다. 이는 앙상블이 필요한 대목이다. 포스트극장 공간을 노련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호흡 좋은 반주단의 장단에 어우러진 춤 화성은 또 하나의 가락을 만드는 듯하다. 산조춤 속에서 살풀이춤, 승무, 태평무 등 여러 전통춤의 면면이 보여 지는 것은 산조가 지닌 미덕이자 김영희류 산조의 특성을 표출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김영희류 산조> 3인무
세 명의 무용수가 그려내는 공간 미학이 선명한 이유는 탄탄한 안무, 센터에서 편안하게 춤을 컨트롤하는 김경희의 춤 리더십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속도감을 더한다. 하지만 춤 풍경은 여유롭다. 관객과의 교감도는 상승될 수밖에 없다. 종반부엔 애잔함이 스며들어 있다. 두 명의 무용수가 퇴장한 후, 철현금 선율 속 김경희의 솔로는 산조미를 아정하게 만든다. 김영희류 산조춤 빛깔을 세상에 보여준 이번 무대는 김진걸-김영희-김경희로 이어지는 전통의 맥을 창작의 숨결을 더해 공존시켰다. 잘 구성된 안무, 적절한 무대 공간 배치와 운용, 라이브 음악과 춤의 조화, 군무로 풀어낸 착상, 유연하고 긴 상체 활용 등이 춤 조각보에 아름답게 담겼다. 춤 공력을 지닌 김경희가 풀어낼 다음 춤 여정이 기다려진다.
<김영희류 산조> 김경희 솔로춤
김경희_안무・출연
이화여자대학교 무용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경기대학교 공연예술학과 박사과정 수료
사단법인 무트댄스 이사
국립국악고등학교 강사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고려대 문학박사)
7dance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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