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찬란한 춤빛을 보여주고 있는 춤, ‘검무’. 처용무와 더불어 오랜 연원을 가진 대표 춤이다. 삼국시대 신라의 황창랑 설화에 기인하고 있는 검무는 지역의 문화, 풍토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 전승되어 오고 있다. 진주검무, 통영검무, 광주검무, 해주검무, 호남검무, 경기검무, 서울검무, 밀양검무, 평양검무 등 다채롭다. 이 중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지정 종목도 있지만 이북5도 무형문화재 종목 중 하나인 평양검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평안남도무형문화재 제1호인 평양검무(2001년 지정)는 김백봉 부채춤(평안남도무형문화재 제3호)과 더불어 이북5도 무형문화재 중 무용 분야 종목을 대표한다. 이번 공연(2021.4.15,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주인공인 임영순은 2016년 4월, 평양검무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故 금초 이봉애 선생의 뒤를 이어 평양검무의 과거와 현재를 딛고, 미래를 여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중이다.
고희무심 중 '평양검무'
이번 ‘여정 속 古稀 익은 舞 그 맥을 받드는 心(이하 古稀舞心)’ 공연은 임영순 보유자의 고희를 맞아 제자들이 마련한 헌정과 축하의 무대다. 여기에 하나 추가할 것이 있다면 ‘미래유산(未來遺産)’에 대한 가치 부여다. 무형문화유산이 가진 본질적 측면도 있지만 이북5도가 지닌 특수성, 확장성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 ‘고희무심(古稀舞心)’은 그런 면에서 가능성을 높인 무대다.
일년 12달을 상징하듯 12개의 작품이 성찬으로 마련됐다. 첫 문을 연 ‘천상의계’는 검무 풍경이 알알이 박힌 영상으로 시선을 집중시키며, 평양검무 발원지인 고구려 땅으로 순간 이동시킨다. ‘향발무’는 무게감 있는 작품을 변주해 경쾌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번 작품의 예술감독을 맡은 정미심의 독무로 추어진 ‘춘앵무’.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탄신 40주년을 기념해 지은 춤이다. 이 춤이 지닌 의의가 시간, 주체와 대상을 뛰어넘어 당대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아정한 춤꽃이 화문석 위에서 피어난 순간이다.
고희무심 중 '춘앵무'
‘부루나 살풀이’라고도 칭해지는 ‘평양 살풀이’는 故 이봉애 선생의 고증과 문헌 자료에 바탕에 재안무했다. 단아함 속 절개와 애환, 고고함이 춤 사이 사이로 넘나들었다. ‘권번입춤’, ‘버꾸’에 이어진 ‘평양 남무’는 센터에서 중심을 잡고 리드해 나간다. 영상 속 계절 풍경과 의상이 잘 매치돼 선비춤의 특질을 묘하게 발산했다.
대표적인 평양춤으로 호쾌하게 등장해 눈길을 끈 ‘쌍검대무’. 이채로움 가득하다. 역동성과 장단 맛이 평양장검무에 담겨있다. ‘평양부채춤’, ‘입춤’, ‘평양검무의 흥’이 각각의 맛을 전달한 후, ‘평양검무’가 대미를 장식한다. 제자들의 정성어린 손편지가 영상에서 하나씩 흘러나온다. 이어지는 보유자의 답편지를 딸인 이인혜 교수가 또렷하게 낭독한다. 배우의 깨끗한 성음이 무대와 객석을 잔잔히 채운 후, 보유자가 무대 위에 등장한다. 카리스마 넘친다. 4명의 미래 예술가들과 함께 구성해 보여준 이 춤은 오늘과 내일을 마주하는데 제 격이다.
고희무심 중 '평양검무의 흥'
평양검무전승보존회가 마련한 이번 공연은 고희라는 물리적 세월을 넘어 정신적 시간을 여러 춤을 통해 보여준 시간이었다. 작품에 따라 보유자가 등장해 영상 속에서 춤추는 장면이 보여진 후, 자연스럽게 실연하는 무대 연결 방식은 연출미와 예술성을 높였다. 이는 평양검무의 올곧은 계승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그 이름은 바로 ‘고희무심(古稀舞心)’.
임영순_평안남도무형문화재 제1호 평양검무 예능보유자
임영순
평안남도무형문화재 제1호 평양검무 예능보유자
세종대 한국무용학 박사
한세대 지식정보교육원 한국무용 교수
이북5도연합회, 전통춤협회 이사
한국방송예술대학 연구교수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한국무용 교수
성신여대 문화산업대학원 무용 실기교수
전국이성무용경연대회 대상(2005), 한국민속예술축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2013) 외 다수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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