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모든 것은 균형이다.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로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도파민(dopamine)’. 행복, 즐거움, 쾌감, 보상이라는 순기능도 있지만 과하거나 중독에 이르면 더 강한 자극을 찾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개인 차원을 넘어 ‘도파민 사회’로 확장된다면 영원한 굴레에 갇히는 형국에 이른다.
한성백제문화제 기간 중인 2025년 9월 27일,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홀에서 이러한 현대사회 문제를 화두로 한 공연이 열렸다. 2025 송파 문화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선정작인 <빛의 굴레>다. 전지혜 무용컴퍼니 예감댄스컴퍼니 주최로 진행됐다. 총예술감독이자 연출, 안무, 출연한 전지혜는 ‘중독과 자유’라는 대척점을 춤으로 풀어냈다.
이 공연은 무용과 미디어아트의 만남으로 시선을 이끌었다. 도파민 중독, 도파민 사회 속에서 몸의 반응, 감정 변화 등을 통해 균형을 찾아가는 춤의 여정이다. 그 여정에는 빠른 움직임, 반복적인 동작, 멈춤과 호흡이 함께했다. 중독에서 회복에 이르는 흐름같이 신경전달이 몸의 감각에 시시각각 색깔을 내며 흘렀다.
공연이 시작되면, 뇌, 눈, 혈관 등이 영상에 보인다. 무대 위, 원 안에 남자 무용수(김지민)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자 무용수 2인무가 이어진다. 여자 무용수들의 2, 3인무 후, 전지혜가 남자 무용수와 함께 하얗게 피어나는 영상 속에서 춤춘다.
남자 무용수 솔로 후, 분위기가 바뀐다. 비트 있는 음악 속에서 여자 무용수(김수빈, 김하은)와 남자 무용수의 춤이 이어진다. 여자 무용수들이 쓰러진다. 낮은 음악과 연기처럼 피어나는 영상이 자연스럽게 조우 된다. 감성적인 여자 솔로가 자유를 부른다. 희구의 몸부림이다. ‘중독과 해방’이라는 날선 갈림길에서 선 도파민 안팎의 모습이 읽힌다.
스며든 눈(1장)은 달아오른 궤도(2장)에 이르고, 파열된 시선(3장)이 호명한 중독과 해방(4장)의 이중주는 ‘빛’의 중의성을 작품에서 통찰력 있게 보여줬다. 전공인 현대무용뿐 아니라 한국무용, 발레를 넘나들며 자신의 춤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전지혜의 춤적 이지력(理智力) 때문이다.
송파 문화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선정작 '빛의 굴레'
밝음과 희망의 상징체인 ‘빛’이 역설적으로 ‘굴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도파민의 과함과 부족함이란 선상에서 모두를 성찰케 한다. 작품에서 미디어아트는 춤의 사실성 부여뿐 아니라 입체적 미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자유와 덫’, 그 속에서 빛의 향방에 대해 문답한 이번 작품은 몸과 감성을 관통한 춤의 도파민이 됐다.
전지혜_예술감독, 안무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신문방송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전지혜 무용컴퍼니 예감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사진, 무용영화, 댄스필름 등 무용 연출, 안무감독 다수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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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빛의 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