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제8, 9대 박재홍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동곤 회장의 (사)한국발레협회가 주최한 <월드 발레-아시아 스페셜>. 이름 그대로 특별한 발레 축제였다. ‘2025년 제18회 K-Ballet World(서울국제발레축제)’는 명징한 콘셉트와 프로그램을 통해 발레 미학을 전달했다.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들의 발레 관심이 높아지는 현시점에서 의미 있는 발레 축제를 통해 상승효과를 낸 것은 의의가 있다.
이번 발레 축제는 메인 프로그램인 ‘월드 발레-아시아 스페셜’를 중심으로 ‘K-발레 레퍼토리 Ⅰ, Ⅱ’, ‘D-플레이그라운드(발레 콘서트, 브라보 발레 라이프)’, ‘청소년발레페스티벌’ 등 대상과 장소, 프로그램 등을 다채롭게 안배, 구성, 운영했다. 각 프로그램마다 운영위원회(예술감독, 운영위원)를 두어 조직의 안정성, 사업의 예술성을 제고했다. ‘2025 서울국제발레’ 중 2025년 9월 2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개최된 <월드 발레-아시아 스페셜(World Ballet-Asia Special)>을 중심으로 평하고자 한다.
(사)한국발레협회 '월드 발레-아시아 스페셜'(백조의 호수)
한국, 중국, 일본의 스타 무용수들이 참여한 월드 발레 아홉 작품은 클래식발레를 중심으로 하되 창작발레가 함께 어우러져 발레 갈라 공연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첫 문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연다. ‘라 바야데르(La Bayadère) 1막 파드되’다. 발레단들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인 이 작품을 두 명은 오랜 호흡과 관록으로 여유 있게 풀어낸다. 서정미와 직관적 사랑까지 간파할 수 있는 1막 파드되를 서정과 서사로 직조했다.
1968년 설립된 일본 최초의 합의제 발레단인 도쿄시티발레단의 솔리스트 이시이 히나코와 에이키 히카루가 2024년 초연된 나카지마 노부노리 안무의 ‘프로미나드(Promenade)’를 선보였다. 남녀 무용수가 두 손을 잡고 걸어 나오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함께 있고 싶은 남녀의 심리를 아기자기하면서도 내면성까지 길어 올려 현대 발레의 창작성을 보여줬다.
한중(韓中) 무용수들이 합작한 ‘백조의 호수(Swan Lake)’. 한국 UBC 수석무용수 이현준과 중국 국립발레단 상하이발레단 솔리스트 왕 지아리가 지크프리트 왕자와 오데트가 된다. 부드럽고 정교한 2인무로 ‘2막 파드되’의 이름값을 알린다. 왕 지아리는 오데트 그 자체였고, 이현준의 젠틀한 서포팅은 운명적 사랑을 맺어주는 열쇠가 됐다.
민간 발레단으로서 중요한 역할과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와이즈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김민영과 솔리스트 오윤 따와도르즈는 ‘해적(Le Corsaire) 2막 그랑 파드되’로 발레의 형식미와 내재미를 동시에 충족했다. 발레리노는 표현과 테크닉이 돋보였고, 발레리나는 우아하면서도 경쾌한 솔로춤으로 시선을 끌었다. 무엇보다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가 줄 수 있는 춤적 희열을 강하게 제시한 무대라 할 수 있다.
연이어 M.프티파의 ‘해적’이 이어진다. 국립발레단의 안수연과 솔리스트 김명규는 ‘2막 동굴 파드되’를 선택했다. 메도라와 콘라드가 해적들의 은신처인 동굴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이 씬에서 두 명은 한마디로 ‘예술적 파드되’를 보여줬다. 기교와 감성으로 담아낸 2인무다.
앞서 현대 발레를 선보인 도쿄시티발레단의 이시이 히나코와 에이키 히카루가 클래식 발레 ‘탈리스만(Talisman) 그랑 파드되’로 객석을 매료시켜 나간다. 여자 솔로춤이 경쾌하게 문을 열자 남자의 점프와 도약이 이를 응수한다. 남녀 무용수의 깨끗한 처리, 부드러움과 조화를 갖춘 마무리가 신화적 상상력까지 끌어올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무용수 강미선과 이현준은 한국적 색채미 가득한 ‘춘향 中 해후 파드되’로 고초당한 춘향과 어사가 된 몽룡의 만남을 그렸다. 이별 후 재회라는 극성(劇性), 기쁨의 감정이 2인무를 통해 되살아난다. 두 명이 보여준 2인무는 ‘숭고한 파드되’라 명명하고 싶다.
이번 공연의 유일한 솔로 작품인 ‘댓 모먼트(That Moment)’. 상하이발레단 왕 지아리가 발레단의 예술감독 신리리의 안무작을 통해 예술의 빛나는 영원성을 노래한다. 삶에 대한 동경이 쇼팽의 음악과 함께 퍼져나간다. 왕 지아리는 독무를 통해 외적 발현과 내적 투영을 동시에 보여줬다. 잔잔한 울림을 준 무대다.
명작 ‘돈키호테(Don Quixote)’의 그랑 파드되가 대미를 장식한다. 국립발레단의 안수연과 김명규가 다시 호흡을 맞춘다. 환호를 부르는 2인무로 시작된다. 바질과 키트리의 2인무로 완벽한 무대로 만들었다. ‘파드되의 정석’이라 말하고 싶다. 좋은 피지컬로 우아함과 깔끔한 춤을 보여준 안수연, 자신감 있는 무대 매너로 기술을 예술로 상승시킨 김명규다.
발레 갈라의 매력을 풍요롭게 제공한 이번 공연은 ‘월드 발레-아시아 스페셜’이란 과녁을 적중시킨 무대였다. 2026년 발레협회의 여러 공연·축제에서 다시 한번 그 희열을 맛보길 기대한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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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월드 발레-아시아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