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단체 창단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인적 자원이 모인 결합체(結合體)라는 일차적 의미가 있다. 외적 측면이 이것이라면 그 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바로 결사체(結社體)다. 공동의 목적과 방향이 포인트다. 승무 예능보유자 故 이애주의 뜻을 전승, 보존, 발전시키고자 이애주춤보존회가 2024년 8월에 결성됐다. 주연희(승무 2004년 이수) 회장을 주축으로 안지현(승무 2004년 이수), 김경은(승무 2006년 이수)이 보존회의 부회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고문은 이금주(승무 2004년 이수), 김영희(승무 2007년 이수), 정은혜(충남대 명예교수) 등이다. 이들과 함께 송예슬, 박재선, 오세희 등 다수 회원들이 이애주의 춤 정신과 철학에 기반해 오늘의 춤, 당대의 춤을 만들어 간다.

한성준-한영숙-이애주의 춤 ‘舞如道’

보존회는 2025년 5월 31일(토), 한국문화의집 KOUS에서 창단공연을 개최했다. <한성준-한영숙-이애주의 춤 ‘舞如道’>다. 타이틀 무여도(舞如道)에 부여된 ‘춤(舞)은 도(道)와 같다’라는 의미는 이날 공연을 통해 명실상부함을 알렸다. 이애주춤보존회 지향점을 이애주 선생의 주주요 춤 레퍼토리를 통해 확인됐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보존회는 국가무형유산 ‘승무’를 중심으로 ‘살풀이춤’, ‘본(本)살풀이’, ‘태평무’, ‘태평춤’, ‘예의춤’, ‘영가무도(詠歌舞蹈)’ 등의 춤 수련, 교육 및 강습, 공연, 연구, 학술행사, 출판 사업 등을 진행한다. 핵심은 이애주 춤의 정체성에 기반한 한국춤의 원류와 본질에 대한 천착이다. 지속과 확장이 이어지리라 본다.

영상 속 이애주 선생의 인터뷰가 울림을 준다. “모두의 춤이다. 춤은 정신과 철학이다.” ‘움직임의 도가 춤의 도’임을 역설한다. 공연 시작 전, 스승의 메시지는 보존회의 지향점과 정체성을 압축하는 대목이다. 무용수 두 쌍(안지현, 김경은, 박재선, 오세희)이 상호 예를 표한다. 예(禮)의 정신 구현이다. 하늘을 공경하는 예올림과 자신을 낮추어 예를 갖추는 동작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애주의 ‘예의춤’. 태극(太極), 음양(陰陽), 사방(四方)의 의미가 피어난다. 정적인 분위기에서 동적 분위기로 전환될 땐 경배의 마음이 극에 달한다. 예의춤 재구성을 통해 조화미까지 드러냈다.

예의춤

이 춤은 고운 춤보다 ‘마음의 춤’이라 할 수 있다. 경기도당굿에서 춤의 정수를 응축해 체계화시킨 ‘태평춤’이다. 한성준에 의해 정립되고, 한영숙-이애주로 이어지는 값진 춤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태평춤 초기 원형적 동작에 기초해 재구성했다. ‘태평(太平)’의 염원성이 주연희의 독무로 전개된다. 징, 장구, 꽹과리가 빚어내는 음률 속 춤적 미감이 상승된다. 장단 별 흐름이 편안하다. 평화를 만난 듯하다. 깊고, 담백하다.

태평춤

한과 흥이란 양가적 속성을 지닌 즉흥무 형식의 수건춤, ‘살풀이춤’. 이 춤은 ‘품는 춤’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살을 맞는다’와 ‘살을 푼다’가 직조된 이 춤의 미학성은 단순한 대조, 대비가 아니다. 극과 극을 연결해 하나로 잇댄 ‘품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금주의 솔로 살풀이춤은 묵직함과 여운, 공력까지 두루 갖췄다.

살풀이춤

이애주춤보존회는 이애주 춤 레퍼토리 중 국가무형유산 승무를 중심으로 한다. 구성원들도 승무 이수자, 전수자가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 몸짓과 기운까지 담지된 ‘승무’.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 생장수장(生長收藏), 우주만물(宇宙萬物)의 이치까지 아우르는 춤의 정수 중 정수다. ‘모두의 춤’, 승무의 시작을 주연희가 알린다. 안지현, 김경은과 합을 맞춰 풀어낸 이번 승무는 한성준-한영숙-이애주의 춤맥에 대해 헌정(獻呈)을 고했다. 어제를 품고, 내일을 열고자 하는 다짐도 느껴진다.

승무

서연무용단 멤버 양윤정, 이소은, 도유정, 장윤진이 흥을 깨운다. ‘흥춤; 오르다!’는 버꾸춤과 설장구춤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한 타악무다. 서한우류(버꾸춤)와 양도일류(설장구춤)에 기반해 가락성과 춤성을 연결했다. 결합력 좋다.

흥춤; 오르다!

피날레는 ‘학춤’이 장식한다. 학춤(梅)은 태평무(蘭), 살풀이춤(菊), 승무(竹)와 함께 춤의 사군자로 불린다. 고고한 학의 자태가 춤에 수용돼 신비롭다. 1인 학춤, 두 마리 학춤인 쌍학춤, 세 마리 춤까지 다양한 구성미를 마주했다. 한성준-김천흥-정은혜로 이어진 학춤의 전형성과 재구성 학춤 미학을 주연희, 안지현, 김경은이 조화롭게 구현했다.

학춤

이애주춤보존회 창단공연 <한성준-한영숙-이애주의 춤 ‘舞如道’>는 스승 이애주의 춤 정신과 철학을 오롯이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춤으로 쓴 무대였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한양대 무용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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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무여도(舞如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