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논어(論語) 위정편에 따르면, 나이별 인생철학이 나온다. 지학(志學)부터 고희(古稀)까지다. 첫 출발이 학문에 뜻을 두는 ‘지학(志學)’이다. 무용으로 치환하면 ‘지무(志舞)’라 할 수 있다. 이를 보여준 무대가 있었다. 2024년 2월 창단, 그해 창단공연을 ‘연(聯)’이란 콘셉트로 무용단의 이음을 보여줬었다. 잇댐에 새로운 덧댐한 무대, 서연무용단의 두 번째 춤 <지향(志向)>이 2025년 12월 19일,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개최됐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무용전공자들의 무용단인 서연무용단(회장 양윤정)은 이번 무대에서 96학번부터 24학번까지 참여했다. 사회는 해당 학과의 선배(76학번) 이선희가 안정적으로 맡아 진행했다.
무용단이 ‘志向’을 공연 타이틀이자 주제로 잡은 것은 ‘뜻을 두어 명확한 목적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의지와 방향에 대한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행보는 지켜봐야 하지만 그 선언과 이번 공연을 봤을 때 지성적인 구조화, 실체화를 이루었다. 기대감을 준 것이 분명하다.
첫 문을 창작춤이 연다. 마소정 안무작 ‘지향(志向)’이다. 산, 강, 달이 담긴 영상을 배경으로 하얀 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은 군무진이 출발을 알린다. 객원 안무를 통해 ‘열린 무용단’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안지현, 홍예리, 양윤정, 김진아, 이소은, 권윤설, 안준영, 김민지, 도유정, 장윤진이 서로의 ‘뜻지기’가 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향하는 곳(것)’에 대한 질문으로 출발한 이 작품은 서연무용단이 추구하는 갈망과 이상에 대한 신체적 형상성이 주효했다.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해 공존(共存)의 힘을 발휘한 것은 설득력 높다. ‘공허-충돌-비상-순환’이라는 춤적 틀거리는 작품을 구조화하는 역할을 했고, 메시지 전달의 축을 이뤄냈다. 지향점을 밝힌 志向이다.
이 공연의 예술감독을 맡은 안지현(서연무용단 부회장·국가무형유산 승무 이수자)과 승무 이수자 김경은의 듀엣 무대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쌍승무’다. 춤을 부르는 음악이 시작을 알린다. 김경은이 북을 바라보고, 안지현은 사선으로 객석을 향해 있다. 침잠된 우주의 기운이 고요히 말을 건넨다. 춤의 철학이 퍼져 나간다. 한영숙제 이애주류 승무에 기반해 최초의 쌍승무를 구성한 이 무대는 구도와 전개의 치밀함을 통해 ‘쌍지향(雙志向)’을 보여줬다. 둘은 하나다. 하나된 북 두드림의 일체미가 장쾌하다. 몸짓을 통한 철학적 사유를 제시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전통춤에 대한 지향이요, 창의적 전통에 대한 지향이다.
2025년 11월 <다시, 천명> 공연에서 서연무용단의 4명이 추었던 작품 ‘풍류가인’이 7명(홍예리, 양윤정, 김진아, 이소은, 김민지, 도유정, 장윤진)으로 확장해 가인(佳人)이 됐다. 故 최현 선생의 춤 철학을 군무 형태로 재조명한 이 작품은 서울대 체육교육과 출신 스승이자 선배인 최현의 춤 향기를 후배들을 통해 전달한 의미도 있다. 4명이 출 때의 세련됨과 아정함, 5명이 출 때의 정적임과 세찬 기운이 공간을 채운다. 소리와 어우러져 7명이 함께할 땐 ‘풍류가인’이란 숨을 크게 내쉰다. 대형 변화에 따른 공간 창출, 음악과의 배합이 조화롭다. 무용단 레퍼토리로 자리잡을 만하다.
명곡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공연의 음악감독 이성준을 통해 색다른 은혜로움을 전한다. 건반, 모듬북, 특수타악이 대금의 선율과 어우러져 ‘과거의 무게’와 ‘현재의 아름다움’을 공존시켰다.
여러 작품들이 구성 요소가 되는 갈라 공연에는 전체의 콘셉트 속에서 순서, 구성, 배치 등 제반 요소를 무용수 안배와 더불어 고민해야 한다. 과거에 묻힌 춤이 아니라 당대적, 동시대적 가치 구현과 표현 영역 확장 측면에서 ‘신(新)살풀이’가 지닌 의미는 적지 않다. 안지현, 마소정, 이소은, 유혜승, 수미노호노카가 출연한 이 작품은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통사적 의미도 있고, 공시성(共時性) 부여라는 측면도 존재한다.
안지현의 전통 살풀이춤으로 시작된다. 구음과 함께 전통과 창작이 교차된다. 심플한 의상을 입은 3명의 무용수가 춤출 땐 창작성이 증폭된다. 수건을 놓고 강렬한 빛을 발산한다. 안지현 등장 후, 대조미를 보여주는 것 또한 이질감과 동질감의 공존과 확장 제시다. 전통의 여닫음, 창작의 숨과 쉼은 원심력과 구심력으로 직조됐다. ‘새로움(新)’이란 글자를 아로새긴다.
타악춤이 도전과 미래를 힘차게 알린다. 양윤정, 김진아, 안준영이 함께한 ‘양도일류 설장구춤’이다. 솔로춤과 3인무가 번갈아 교차된다. 독무의 개성미, 군무의 조화미를 창출한다. 장단의 긴장과 이완, 설장구 특유의 맛깔스러움이 ‘젊은춤’을 채색했다.
피날레는 이소은, 김민지, 도유정, 유혜승, 장윤진의 ‘부채춤’이다. 우리춤의 대명사 격인 부채춤을 통해 한국무용의 폭넓은 수용과 미래적 대안까지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독무와 군무의 조화로움이 부채춤이 가진 특질을 담아내며, 작품을 돋보이게 했다.
서연무용단의 두 번째 춤 <志向>은 연을 통해 뜻을 펴겠다는 결의가 작품을 통해 보여줬다. 서연무용단은 ‘젊은 무용단’, ‘열린 무용단’, ‘미래 무용단’, ‘오늘의 무용단’이라 칭하고 싶다. 성취와 목표의 지향은 방향이 구심점이 돼야 한다. 의지와 방향을 충분히 목도했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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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서연무용단 志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