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2000석이 꽉 찼다. 관객 수 만큼이나 프로그램도 풍성했다. 1부 식전공연, 2부 본공연으로 이루어진 한유선미리암스발레단의 정기공연 ‘붉디 붉은 언약, 동백’ 무대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2024 무대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인 이번 작품은 무용제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이뤘다. 제33회 전북무용제 대상, 연기상 수상,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33회 전국무용제에서 동상, 무대미술상, 우수무용가상 등을 수상했다. 무용제 이후 2024년 11월 24일, 발레단의 주 활동지역인 전주에서 다시 한 번 공연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동백꽃이 피듯 반가운 일이다.
식전 축하공연에는 축하의 의미를 담아 노래, 춤, 연주 등이 어우러져 메인공연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특히 전라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상임단원 김혜진, 오대원의 듀엣은 우아한 2인무로 사랑을 그려냈다. 색소포니스트 고민석의 연주와 앙상블을 이룬 최연주의 발레 솔로춤도 시선을 끌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눈꽃 영상을 배경으로 여자 무용수가 동백의 존재를 알린다. 12명의 여자 군무가 동백의 꽃 피워냄을 축복한다. 숨청소년발레단 단원들이 생기를 더한다. 3쌍의 남녀 춤이 경쾌하다. 3명 발레리노의 젠틀한 서포팅을 받으며, 하얀 의상을 입은 발레리나가 등장한다. 동백꽃 군무 사이로 여러 감정이 스며 있다. 복선(伏線)이다.
동백(冬柏)은 겨울을 이겨 낸 꽃이다. 절개의 대명사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상징하듯 이 작품에선 ‘절개’, ‘사랑’, ‘약속’ 등이 작품 구성과 전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슬픈 언약’이 주는 다층적 감정은 그리움, 보고픔, 간절함 등으로 각 장에서 숨김과 드러냄이 교차됐다.
한유선미리암스발레단 대표인 한유선은 무대에 직접 올라 자연의 신이자 모신(母神) 역할을 했다. 품어주는 따뜻함이 공간에 번져나간다. 여자가 떠난 후의 그리움은 배가된다. 솔리스트들의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이 경쾌하다.
주역, 솔리스트, 앙상블, 군무진들의 배치와 운용이 적절해 작품 전개가 안정적이였다. 윤혜지, 박정호, 김민정 등 기량 좋은 무용수들과 참여 출연자들은 각자의 역할을 다해 동백꽃을 피우는데 일조했다. 한유선 안무자를 비롯한 박상철 초대예술감독, 장인숙, 박희태 연출의 종합적이고 세세한 디렉팅, 대본, 기획, 음악(작・편곡), 영상, 조명, 무대, 분장, 의상 등 각 분야별 전문 스태프들의 열정과 협업은 성공적인 공연을 이루게 한 요소다.
새하얀 눈속 숨겨진 마음은 님을 향한 붉은 마음이었다. 재회를 기다리며 스러져간 눈물 꽃송이는 작열하는 태양, 폭풍한설에도 기약의 몸부림은 거셌다. 붉디 붉은 언약은 눌러 담은 그리움을 화지몽(花之夢)으로 피워낸다. 슬픈 언약이 남긴 한마디, “당신을 사랑합니다”가 겨울 속 봄을 미리 마주케 했다.
2010년 창단 이후 전주를 넘어 전북 무용계를 이끌고 있는 한유선미리암스발레단은 정기, 기획, 해외 공연 등을 통해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대중적 공감대 형성에 이바지 하고 있다. 민간문화시설 기획프로그램, 전라북도교육청 지원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2024년도 전북무용제와 전국무용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이룬 발레단의 2025년도 행보도 기대된다. 발레단이 꽃 피울 동백같은 붉음이 세상을 향해 한껏 고개 내민 시간이었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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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붉디 붉은 언약,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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