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양질의 레퍼토리와의 재회는 반가운 일이다. 제33회 전북무용제 대상, 연기상 수상, 제33회 전국무용제 동상, 무대미술상, 우수무용가상 등을 수상한 <붉디 붉은 언약, 동백>은 한유선미리암스발레단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2,000석을 가득 채운 가운데 성황리에 공연한 바 있는 발레 ‘동백’이 연지홀로 자리를 옮겨 2025년 11월 21일 개최됐다.

한유선미리암스발레단의 '붉디 붉은 언약, 동백'

공연 전, 하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퍼포먼스가 짧게 진행됐다. 공연이 시작되면, 눈 내리는 영상 속, 붉은 동백이 피어난다. 생명력 그 자체다. 이 작품에서 공연 초반부, 영상과 춤의 만남은 객석에 강한 인상을 주고, 미학적으로 결실이 큰 장면이다. 붉은 마음 가득하다.

한유선 연출 및 안무 '붉디 붉은 언약, 동백'

심해에 파도가 친다. 꽃을 든 6명 아이들의 춤이 화사하다. 영상과 함께 계절의 변화는 인생사(人生史) 희로애락을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하다. 무대바닥에 포말(泡沫)이 일렁이는 가운데 남녀 세 커플 춤이 조화롭다. 4, 7명으로 확장된 발레리나들의 춤이 우아하다.

'붉디 붉은 언약, 동백'(정혜윤)

3명 발레리노의 젠틀한 서포팅 속 여주인공 정혜윤이 등장한다. 빗소리가 거세다. 이를 헤쳐 나가고자 하는 힘이 군무를 통해 그려진다. 2024년 무대에서 자연의 신이자 모신(母神) 역을 한 미리암스발레단 한유선 대표 대신 2025년에는 손윤숙 前) 전북대학교 무용학과 교수가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손윤숙 교수의 솔로 후, 남녀 파드되가 무대에 펼쳐진다.

손윤숙(중앙)

작품 ‘동백’은 사랑과 이별, 기약과 언약이 사랑으로 점철되는 구조다. 사랑 후 이별의 헛헛함이 애잔한 음악과 함께 스며들 땐 감정이입은 최고조에 달한다. 상반된 감정의 안정적 처리는 표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테크닉과 감정선의 융화가 이를 단단히 받쳐줬기 때문이다.

이준구, 정혜윤

6명의 무용수와 정혜윤이 함께 춤출 땐 감정 고양의 진폭이 상당하다. 여주인공의 솔로춤에는 기품 있는 동백의 메타포가 담겨 있다. 주제 구현에 효과적이었다. 붉디 붉은 언약을 꾸욱 눌러 담은 그리움이 화지몽(花之夢)을 피웠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슬픈 언약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발레로 피운 동백(冬柏) 향은 전북을 넘어 전국을 향했다. 2024~2025년 연속해 무대에서 좋은 레퍼토리를 보여줬다. 전문예술단체 한유선미리암스발레단의 행보가 2026년에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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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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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붉디 붉은 언약, 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