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전문단체 지원사업 선정작 <붉디 붉은 언약, 동백>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춤축제를 만났다.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제2회 댄스페스티벌 in 전주>다. 2023년 예술극장 숨에서 시작된 ‘전북댄스페스티벌’은 2025년에는 11월 2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개최됐다. 예술감독 및 안무는 한유선(전문예술단체 한유선미리암스발레단 대표), 총연출은 장인숙(전문예술단체 널마루무용단 대표)이 맡았다. JTV 유진수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제2회 댄스페스티벌 in 전주 '해야'

무대가 아이스링크로 변신한 듯 피켜플루티스트 여니 윤수연(백당 아트센터 대표)이 등장한다. 감성적 멜로디가 객석에 퍼진다. 경쾌함도 함께 어우러진다. ‘나는 반딧불’의 메시지가 오프닝 축하공연을 싱그럽게 장식했다.

여니 윤수연

다섯 장고가 무대 중앙에 놓인 채 민요와 함께 춤이 시작된다. 박현희무브먼트 예술감독 박현희(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단원) 안무의 ‘사미(四美)장고춤’이다. 박현희, 김민경, 최진영, 서한나, 김민주가 춘 이 작품은 삶의 정경 속 봄날 만흥(漫興)이 공간을 화사하게 물들인다. 겨울 속 봄, 봄꽃 같은 춤을 만난 시간이었다.

사미(四美)장고춤

정승준(무작판 대표)의 무대는 믿고 본다. ‘압록강 물을 수통에 담는 그날까지’라는 작품을 통해 ‘전진’, ‘그날까지’라는 키워드를 알린 정승준은 현재 군 복무중인 현대무용가로 그만의 창작성을 보여줬다. 무대 영상 속 비가 세차게 내린다. 군복 입은 무용수가 등장한다. 고뇌, 고통, 결연함이 솔로를 통해 이어진다. 무대 왼쪽에서 해금(김로미) 연주 소리가 아련하게 퍼진다. 군복 상의를 벗은 후, 춤과 무언(無言)의 힘이 연결된다. 테크닉과 내면적 힘을 동시에 보여준 독무다.

압록강 물을 수통에 담는 그날까지

정자선-정형인-금파 김조균-김무철로 전승되고 있는 ‘한량무’, 애미아트 대표 애미킴(김애미)의 특별한 독무 무대다. 선비의 마음과 고뇌가 투영된 남성춤의 대표 레퍼토리인 이 춤을 김애미는 호방함은 견지한 채 절도 속 부드러운 절제를 통해 특유의 춤사위를 보여줘 박수를 이끌어 냈다.

한량무

객석에서 색소포니스트 고민석이 등장한다. Kenny G의 ‘Going Home’이 감성을 깨운다. 이어진 ‘고구려의 혼’은 국악오케스트라 편성을 색소폰에 맞게 편곡한 곡이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속에서 뿜어내는 연주의 힘이 고구려의 혼을 깨우고, 상기시킨다.

고민석

고민석의 감성적 연주와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단원 김혜진, 오대원의 남녀 2인무가 만난다. 연주가 춤을 부른다. 듀엣 춤의 서정성이 객석을 향한다. 음(音)과 무(舞)가 만나 애절한 슬픔과 그리움을 간직한 한 떨기 달맞이꽃이다.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라는 노랫말이 춤에 어린다. 좋은 춤, 좋은 하모니를 보였다.

김혜진, 오대원 & 고민석

“이화우 흩날릴 제....”. 스며드는 소리에 솔로춤이 무대에서 피어난다. 이해원무용단 아움 대표인 이해원의 ‘전주부채춤’이다. 장인숙류 전주부채춤은 남도음악에 기반해 전주 시나위 가락, 전주합죽선 등이 융합된 춤이다. 그늘진 살풀이성과 화사한 부채 춤사위가 지닌 양가성이 매력적이다. 이해원은 더 깊어진 춤을 이날 보여줬다. 두 개의 부채로 춤춘 후, 무심히 뚝 떨어지는 느낌은 백미다. 한국적 정서와 춤, 음악, 오브제가 이상적으로 결합된 무대였다.

전주부채춤

한유선미리암스발레단의 ‘돈키호테 中 3막 그랑 파드되’가 남녀 두 무용수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식 2인무는 ‘돈키호테’의 백미다. 前)국립발레단 단원 백인규와 와이즈발레단 주역 김민영이 호흡을 맞췄다.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는 고유의 형식미가 있다. 하지만 춤추는 자의 역량과 표현력에 따라 발산되는 느낌은 다양하다. 백인규는 부드러움과 역동성을 갖췄고, 김민영은 섬세함과 기교를 잘 담아냈다.

돈키호테 中 3막 그랑 파드되

피날레 무대는 널마루무용단의 ‘해야’. 대미를 장식한 작품으로 충분했다. 이해원 등 9명의 여자 무용수가 등장한다. 일출과 석양의 대비처럼 묵직하게 삶을 관조한다. 성찰과 결기까지 담겨 있다. 지는 해와 뜨는 해, 그저 그 자리에서 위치한 해에 대한 단상이 심연하다. 양손에 든 천 속에서의 꽃가루 날림은 태양을 바라본다. 인생을 적신다. 다시 붉게 타오른다. 해가 지닌 자연성과 삶에 대한 철학이 잘 직조된 수작(秀作)이다.

해야

2025년도 댄스페스티벌은 다양한 춤 장르, 무대 구현의 독창성, 연결의 조화로움이 돋보인 무대였다. 전북을 대표하는 댄스페스티벌로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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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제2회 댄스페스티벌 in 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