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전북무형유산 호남살풀이춤 최지원 전승교육사의 춤 무대는 ‘다채로움’과 ‘몰입’이라는 두 키워드를 견지한 공연을 펼쳤다. 다채로운 레퍼토리가 지닌 춤적 다양성이 그 하나요. 매 작품이 연결돼 하나로 수렴되는 몰입감은 춤미학을 상승시켰다. 2023년도 ‘최지원, 춤선을 보다_추야지향(秋夜之香)’에선 영남, 호남, 경기 지역 춤을 밀도있게 조명한 바 있다. 전통춤의 넓은 스펙트럼을 자산으로 하고 있는 최지원 호남살풀이춤보존회 대표의 강점은 ‘최지원의 춤_경계, 그 속에서 노닐다’에서도 공연 콘셉트를 정조준했다. ‘신명’이란 과녁에 가무악을 연결시켜 ‘경계(境界)’에 정확하게 도달했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19~20일, 포스트극장에서의 이번 무대는 동일 레퍼토리라도 출연자를 달리하는 등 구성 변화를 통해 단조로움을 상쇄시키고, 각 춤이 지닌 춤맛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19일 첫 무대를 전북무형유산 최선류 ‘동초수건춤’이 연다. 무대 중앙 병풍과 화문석이 공간을 정제시킨다. 최지원의 솔로춤이 지닌 우아미가 유영한 시간이었다. 봉정민, 이혜인, 한비야가 출연한 최희선류 ‘달구벌입춤’. 가락을 타며, 잔잔한 울림을 준다. 수건을 꺼내 든 봉정민의 우아한 기품의 춤과 후반부 3명 소고춤의 신명이 이번 무대의 핵심 미(美)인 ‘신명’을 증폭한다.
김형순류 ‘설장고춤’을 대전의 김민종 춤꾼이 반주음악에 맞춰 춤 중심으로 펼친다. 이후 장단이 시작된다. 설장고 특유의 가락성이 흥을 끌어 올린다. 이후 반주단과 합을 이루며 매끄럽게 마무리된다. 19, 20일 다른 출연자가 지닌 춤의 맛을 본 것도 이번 무대가 제공한 선물이다. 전북무형유산 최선류 ‘호남살풀이춤’을 최지원 선생이 독무로 춘다. 이 춤에 대해 평자는 ‘침잠된 호흡 속 우아함, 장단과 가락 속 맺힘과 풀림은 흡입력 강하다. 최지원의 춤 성정(性情)과도 연결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담백(淡白)’, ‘심연(深淵)’, ‘정성(精誠)’이란 삼요소를 고루 갖춘 춤을 보여줬다. 김주홍의 구음 속 살풀이성, 흐트러짐 없는 춤의 유려함이 돋보였다.
화성재인청 이동안류의 ‘신칼대신무’. 윤미라 교수에 의해 재구성된 이 춤을 봉정민, 윤초아, 신애린은 3인무로 망부(亡父)의 길을 편안하게 인도한다. 애잔한 음악이 내려앉은 후, 하얀 지전을 단 신칼의 움직임에 따라 감정선도 이동된다. 윤미라 선생에 의해 재구성된 이동안류 ‘진쇠춤’이 이날의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다. 철릭의상이 한껏 시선을 부여잡는다. 초반부 장단에 따른 춤은 의식적 느낌마저 준다. 이후 외발뛰기와 꽹과리 휘두르는 사위 등이 진쇠춤의 신명을 끌어올린다. 흥겨움과 신명의 이중주다.
19일의 여운을 간직한 채, 20일 첫 순서를 최지원의 ‘호남살풀이춤’이 연다. 장단과 아쟁의 울림으로 춤이 시작된다. 8명의 반주단이 춤에 생기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무대 왼쪽 앞에서 최지원이 먼 곳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리움이 춤의 화폭에 번져 나간다. 경계의 노님에 중심을 잡아 준 순간이다. 김희진을 센타에 두고, 윤초아, 정다은 두 명이 좌우에 앉아 있다. 구음 속에 이어가는 동초들의 춤마디가 경쾌하다.
대구로 발길을 옮긴다. 최지원의 솔로춤 ‘달구벌입춤’이 마중한다. 춤의 지경(地境)이 넓혀진 순간이다. 이리농악 이수자 마석현의 ‘설장고춤’이 시작된다. 농익은 타악성이다. 파워, 기량, 공력을 담아 흡입력 강한 무대를 선사했다. 고려가요 ‘쌍화점’에 등장하는 어릿광대의 시각으로 남녀의 자유로운 사랑을 삶 속에 투영한 국악가요 ‘새끼광대의 노래’. 판소리 수궁가 중 ‘좌우나졸’을 김주홍 스타일로 풀어냈다.
대금 소리와 함께 봉정민이 무대 앞에서 서서히 중앙으로 이동한다. 사무친 그리움이 두 손으로 잡은 신칼에 매달린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3인무 ‘신칼대신무’는 구성미가 돋보였다. 피날레는 ‘진쇠춤’이 마무리한다. 최지원이 한 음 한 음 타며 춤을 이어간다.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장단 속 춤적 흥취가 거세진다. 춤이 반주를 리드하기도 하고, 때론 음악이 춤을 에워싸 시너지를 냈다. 경계(境界)와 무경계(無境界)의 교차다. 그 속에서 노닌 최지원의 춤 덕분이다.
동일 레퍼토리라도 일자별 출연자의 다름이 매력적으로 다가 온 무대, 춤의 다채로움과 몰입감을 동시에 보여 준 무대, 무엇보다 경계라는 한계를 넘어 선 무경계의 춤판이었다. 신명이 그 중심에 섰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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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최지원의 춤_경계, 그 속에서 노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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