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 국립무용단 명절기획공연이 새해를 마중한다. 국립무용단은 그동안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추석, 설날 때 시의성있게 기획공연을 진행해왔다. ‘추석・만월’, ‘설・바람’, ‘새날’ 등 다양하다. 명절기획공연은 명절(名節)이 주는 특수성에 부응하는 것도 관건이고, 무용이 지닌 내재성을 발현해 예술성도 담보해야 하는 소기의 목적도 있다. 부응과 소기는 ‘기대’와 연결된다.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국립극장 국립무용단(김종덕 예술감독)이라 관객들의 눈높이도 상당하다. 국립무용단 책임PD 출신인 평자는 작금의 사실을 잘 알기에 이번 공연에 대한 시선 자체를 몇 가지 기준을 두고 보았다. 2024년 2월 7일부터 11일(필자 7일 관람)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최된 ‘축제(祝・祭)’의 춤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작품에 대한 기준은 세 가지다. 콘셉트(Concept), 구성미, 예술성 등이다. 첫째, 콘셉트다. 이는 공연의 요체다. 소위 ‘기획의도’, ‘공연의도’를 일컫는다. 그간 시행된 명절기획공연과의 변별력 확보가 중요하다. 이번 ‘축제(祝・祭)’의 콘셉트는 명절이라는 시의성에 맞추어 ‘축원(祝願)의 무대’라는 명징한 콘셉트를 상정했다. ‘축(祝)’과 ‘제(祭)’를 직조시킨 ‘축제’는 축제 이상의 의미를 넘어 새해를 여는 ‘춤축제’로서의 가치를 보여줬다. 둘째, 구성미다. 갈라(gala) 공연으로 진행될 땐 늘 고민되는 지점이다. 기본적으로 나열(羅列)이란 숙명을 지닌 레퍼토리의 연결을 어떻게 할 지는 안무, 연출의 포인트 중 하나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핵심은 명확한 콘셉트에 기반해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립무용단은 ‘축제(祝・祭)’가 지닌 의미, 의식에 집중해 문제를 풀었다. 1장 ‘영신(迎神)’, 2장 ‘오신(娛神)’, 3장 ‘송신(送神)’이라는 구조를 확보해 신을 위한 축제, 인간을 위한 축제, 삶을 위한 축제라는 삼원성을 확보했다. 제(祭)의 일반론이기도 하지만 춤을 담아내는 안정성 부여에 기여한 점은 확실하다. 셋째, 예술성이다. 미학성, 창작성 부여를 통한 감동과 공감의 연결이다. 전통춤에 기반한 이번 무대는 기존 춤이 지닌 결을 유지하되 창작성 부여해 주력한 무대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조흥동 서울시무형문화재 한량무 예능보유자, 서한우 천안시립흥타령풍물단 예술감독, 박시종 박시종무용단 대표 등 안무자들의 춤적 변주를 통한 창작성 부여가 축이 됐다. 기존 춤이 지닌 힘을 유지하되 새로움이란 창작의 가치 고양은 녹록지 않다. 국립무용단원들의 춤적 수용과 구현도 필요충분조건이다. 무용수들을 통해 드러난 각 춤의 힘은 원전의 맛을 상기시키면서도 무대, 공간, 순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춤의 강을 따라 흘렀다.
원형극장이자 돔형극장인 국립극장 하늘극장의 공간성을 채워 춤을 담아내는 것은 관건 중 하나인 ‘축제(祝・祭)’. 무대후방의 막을 통해 입체성을 높였다. 무용수들은 각 작품마다 막 하단부 출입문 같은 직사각형 통로의 개폐를 통해 제(祭)의 엄숙함과 절차를 연행한다. 그 연행은 축(祝)을 위한 숨이자 길이 된다. 축제로의 승화다.
타악성 좋은 박재순의 웅장한 두드림이 공연의 문을 연다. 제사장 정관영이 축문을 낭송한다.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송축연(頌祝宴)이다. 1장 신을 맞이하는 영신(迎神)의 본격적인 출항은 ‘지전춤’이다. 삶과 죽음이란 인생의 영원한 명제의 갈림길과 잇댄길을 보여주는 ‘지전춤’. 기품있는 춤태와 아름다움을 지닌 최원자를 중심한 무용수들은 정제된 엄숙함을 보인다. 춤사위와 음악의 새로움이 시선을 부여잡는다. 저정거리는 몸짓, 긴 수건이 주는 숙연함과 생명력까지 담지된 ‘도살풀이춤’은 이번 무대에선 남성 군무로 재탄생됐다. 밀도있는 군무를 시작으로 솔로춤, 군무로의 대형 변화를 보여준다. 동(動)과 정(靜)의 공간 변화가 돋보였다.
2장 ‘오신(娛神)’은 말 그대로 신을 즐겁게 하는 시간이다. 선(線)과 타(打)의 무대로 구성됐다. 봄맞이하듯 구음과 함께 순간 무대는 ‘만화방창(萬化方暢)’의 느낌을 만든다. 박시종 안무의 ‘진주교방굿거리춤’이다. 노란색 저고리와 푸른색 치마를 입은 여자무용수들이 화사한 기품을 뿜어낸다. 감미로운 역동성은 새해를 맞이하는 춤맛까지 더한다.
조흥동 안무의 ‘진쇠춤’. 경기도당굿의 진쇠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이다. 잡귀를 몰아내고, 국태민안과 시화연풍을 노래한다. 남성춤으로 널리 알려진 진쇠춤을 이번 공연에서는 남녀 혼성으로 구성했다. 정길만 등 남자무용수 5명과 박수윤 등 여자무용수 5명이 함께한 이 춤은 장중함, 경쾌함, 우아함이 공존했다. 구성미 좋다. 신명을 이끌어내는 데 최적화된 서한우의 ‘버꾸춤’은 남자 군무를 통해 이 춤이 지닌 타악성을 시원스레 보여주고, 들려준다. 가락을 타고 넘나들 때 흥의 진폭은 긴 파장의 나이테를 그린다.
이별은 만남을 기약한다. 신을 떠나 보내는 3장 ‘송신(送神)’이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지전춤’, ‘도살풀이춤’을 안무한 김종덕은 ‘신칼대신무’와 ‘민살풀이춤’ 안무를 통해 그 의미를 확장한다. 짙은 구음에 정현숙의 ‘신칼대신무’가 시작된다. 한의 승화라는 엄숙한 울림이 몸짓에서 퍼져나간다. 장현수 등 15명의 여자무용수들이 ‘민살풀이춤’을 이어받는다. 몸 자체가 살풀이 수건이 된다. 살풀이성이 주는 영원성은 축제를 위한 축제가 됐다. 김나형, 이승연 등 올해 새롭게 입단한 6명의 단원들도 축제에 한몫했다.
국립극장 명절기획공연의 브랜드 가치를 고양한 이번 ‘축제(祝・祭)’는 춤을 통해 삶을 반추했다. 새해여서 더없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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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국립무용단 ‘축제(祝・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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