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12월의 대구는 춤으로 물들었다. 대구 출신 무용가들이 대구 전통춤의 확장과 발전을 열망하는 고요한 외침, 뜨거운 춤함성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대구무용협회 주최로 열린 이번 무대(2022.12.3., 달서아트센터 청룡홀)는 일곱 춤꾼이 빚어낸 달구벌춤 향연이다. 기저에 흐르는 춤의 강은 바로 춤의 정신, 맥(脈)의 고동과 맞닿아 있다. 한국전통춤이 지닌 ‘한흥멋태’ 중 이번 공연에서는 ‘흥’과 ‘멋’을 기치로 내세웠다. 그 멋과 흥은 내일의 우리춤을 열매맺게 하는 자산이 됐다.
첫 무대는 승무 이수자로 이애주 한국전통춤회 회장을 역임한 주연희 대경대 교수의 ‘승무’가 춤의 여정을 알린다. 한영숙-이애주류 춤맥이 넘실댄다. 장삼자락은 유유했고, 북가락은 강세와 질서를 뽑아낸다. 이애주류가 지닌 한영숙 춤맥의 원형성을 견지하려는 노력과 정성이 돋보였다.
영남춤 특유의 춤성이 달구벌에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묵직한 전통의 속살이 악(樂)과 무(舞)가 하나 돼 서서히 번진다. 최희선 달구벌입춤보존회 대구지부장이자 경북예고 무용부장인 이준민의 ‘달구벌입춤’이다. 옛 대구의 멋스러움 가득한 이 춤은 역사적으로 보자면, 일제강점기 대구에 설립된 기생조합인 달성권번(達城券番)의 박지홍(1889~1959)으로부터 최희선으로 이어진 춤이다. 박지홍제 최희선류 달구벌입춤을 통해 대구의 푸른춤을 보여준 이번 작품은 지역성, 춤성, 역사성을 교집합시킨다. 허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맨 후의 소고춤은 앞에서 흩날리던 수건춤과 아름다운 신경전을 벌이듯 춤에 생기를 더한다.
서상재아트팩토리 대표인 서상재가 무대에 등장한다. 한 바퀴 돈 후, 중앙에서의 오른손에 쥔 부채에서 춤이 시작된다. ‘부채수건춤’이라 할 수 있는 장유경류 ‘선살풀이춤'이다. 부채에 긴 명주 천을 연결해 추는 춤으로 계명대 장유경 교수에 의해 2003년도에 초연됐다. 2019년에 재구성돼 대구와 서울 등에서 춤의 깊이가 더해지며 선보인 바 있다. 서상재는 오늘 무대에서 내적 성향보다 외적 성향이 상대적으로 더 강해 보이는 이 춤의 확장을 위해 한 걸음 더 내디뎠다.
대구에서 최희선과 더불어 대구춤의 큰 산인 권명화 선생의 춤을 빼놓을 수 없다. 대구시무형문화재 살풀이춤 이수자이자 추현주 Do무용단 대표인 추현주는 권명화류 ‘대구검무’를 통해 대구검무의 현주소를 알리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농검, 연풍대, 화려한 복식 등 검무가 지닌 다양한 특질을 춤 안팎으로 담아 내 박지홍-권명화로 이어지는 춤 전승 마디에 나이테를 새긴다. 재구성과 안무의 묘미가 예술성의 폭과 깊이를 더했다.
선비의 내면세계를 춤으로 담은 ‘사풍정감(士風情感)’은 백경우에 의해 춤에 맛이 더해지고, 무대에 멋이 더해졌다. 이매방류 승무, 살풀이춤 이수자인 백경우는 이 날도 깊이있는 전통에 속 깊음을 추가한다. 악(樂)을 타되 춤으로의 유유한 귀향은 춤적 이음새의 자연스러움으로 찬연히 빛난다.
오사카예술대학에서 공부한 김진희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대구지부장은 남도의 춤결이 너른 숨을 내쉬는 박병천류 ‘진도북춤’으로 춤의 온도를 한껏 높인다. 화려한 북장단과 춤사위에 즉흥과 신명을 양손에 든 북채의 두드림으로 아로새긴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어우러진 진도북춤만의 흥과 멋은 공연 타이틀의 정중앙을 향했다.
피날레는 대구시무형문화재 살풀이춤 이수자로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천안시립무용단 김용철의 권명화류 ‘소고춤’이 장식한다. 권명화 춤을 근간으로 하되 김용철 자신의 예술성이 담지된 독창성 강한 춤은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들게 만든다. 구음과 소고의 배합도, 춤적 재치, 엣센스있는 드라마성은 이 춤에 생명력을 넣었다. 영남춤 특유의 춤적 질감, 권번춤 특유의 춤 감성은 때론 해학적으로 때론 역동적으로 변주된다.
대구 출신 무용가 7인이 함께한 이번 ‘대구 전통춤의 밤 – 흥, 멋에 스미다’ 공연은 대구 전통춤의 미래를 밝히는 밑거름 역할을 했다. 전통춤에 신뢰를 부여한 무대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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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대구 전통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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