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무용읽기_강구연월(康衢煙月)
태평성대의 염원 담은 전통춤의 문(門)과 길(道)
이주연의 ‘강구연월(康衢煙月)’
이주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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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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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TV=이주영 무용칼럼니스트] 태평성대의 평화로운 풍경을 나타내는 말, ‘강구연월(康衢煙月)’. 하담 이주연 선생은 이번 춤판을 통해 춤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세 가지를 충족했다. 춤적인 측면에서는 다섯 가지 전통춤 레퍼토리를 통해 흐름의 유연성과 통일성, 미학성을 담보해낸 것이요. 사회적 관점에서는 팬데믹(pandemic)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태평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문화적 측면에서는 전통예술이 지닌 숭고한 가치를 정신과 실체라는 두 형상을 이질감없이 동시대에 선언함으로써 공감대를 높였다는 것이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주최, 2022년 광무대전통상설공연 하반기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이번 무대는 2022년 10월 28일(금), 전통공연창작마루 광무대에서 이루어졌다.
한성준-한영숙-정재만으로 전승되는 ‘큰태평무’가 첫 문을 연다. 이주연의 기품있는 솔로춤 후, 3명(정유지, 진민지, 배서연)이 합세해 태평을 그려낸다. 장단 변화 속에 어우러지는 춤결은 전통의 춤길을 따라 유유히 거닐고 있었다. 정재만 보유자에 의해 무대예술로서의 격(格)과 예(藝)가 더해진 것은 이 춤이 지닌 미덕 중 하나다. 김포무용협회장인 손상욱은 태평무의 춤 기운에 도(道)와 예(禮), 문(文)과 무(武)를 겸비한 선비의 풍류와 낭만을 ‘선비춤’으로 담아냈다. 푸른 도포자락이 선비의 고고함을 드러내며 춤은 시작된다. 기개까지 담는다. ‘노닐고, 거닐며, 춤추다’로 압축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달빛이 무대에 드리워진다. 우아한 여인의 춤이 맑은 바람과 밝은 달로 순식간에 변한다. 하담이주연무용단 대표인 이주연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청풍명월(淸風明月)’은 음풍농월(吟風農月)과 어깨춤을 춘다. 거문고 산조따라 이어지는 춤사위는 여인의 내면성을 순백으로 채색한다. 우아함과 여성성 강한 춤 미학은 대한무용협회 명작무 지정 작품에 손색 없음을 보여주었다. 달빛에 편지를 띄우고, 스승 정재만에게 편지를 쓰는 듯한 느낌이다.
우리춤이 지닌 여러 특질 중 기원과 염원, 한과 승화는 주요 요소다. 군무로 보여준 정재만류 新살풀이인 ‘한풀이’는 ‘한’이라는 단어 속 이면까지 탐미하는 듯 구음과 함께 수건의 미동이 손끝에서 피어나기 시작한다. 한의 침잠과 풀림이 공간을 채우고, 비워낸다. 한의 승화길을 재촉하는 모습에서 숭고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고양된다. 대미를 장식한 작품은 2인무 ‘사랑가’. 1940년대 조택원에 의해 초연된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남녀 듀엣 작이다. 송범-김문숙, 정재만-김현자, 손상욱-이주연으로 이어지는 이 작품은 판소리 ‘춘향가’에 춤이 여울진다. 삶과 예술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담은 ‘사랑가’는 사랑을 통해 태평시절을 기원하고 염원하는 주제 의식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정재만류를 중심으로 전통춤의 가치와 미덕을 광무대에서 보여준 이번 무대는 태평성대의 염원 가득했다. 춤이 그 중심에 있음을 확인한 것은 보람이자 긍지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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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강구연월(康衢煙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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